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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은 한때 '활용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적인 예가 있다. 2019년이었다. 이강인은 축구 A대표팀과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오가며 뛰었다. 각 팀에서의 입지는 180도 달랐다. 이강인은 U-20 대표팀에서 자타공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패스, 탈압박, 여기에 차원이 다른 경기 운영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한국을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반면 A대표팀에선 몇 달 동안 벤치만 달궜다.

당시 '그의 사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U-20 대표팀을 이끌었던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의 장점을 120% 살렸다. 이강인에게 기본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다. 상황에 따라선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이강인이 공격 전반을 지휘하며 자유롭게 팀을 이끌 수 있도록 했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달랐다. 스피드, 수비력, 체력 등 단점이 부각된 탓에 벤투 감독의 구상에선 뒷 순위로 밀렸다. 벤투 감독은 “계속 수비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피지컬적 어려움 탓에 플레이 활용 폭이 좁고, 수비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자신의 단점 지우기에 나섰다. 그는 2021년 겨울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피지컬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결실은 달콤했다. 이강인의 피지컬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파워는 물론, 스피드까지 붙었다. 마요르카(스페인) 시절 60m 폭풍 질주로 득점포를 가동하기도 했다. 또 이강인은 왼발 '스페셜리스트'라는 한계도 벗어났다. 지난해 열린 중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선 오른발 슈팅의 예리함을 보여줬다.

단점을 보완한 이강인은 그만큼 활용폭도 넓어졌다. 그는 발렌시아(스페인)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 마요르카 시절 처진 스트라이커로 주로 뛰었다.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뒤에는 오른쪽 윙어로 활약 중이다. '반대발 윙어'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끝이 아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2024~2025 프리 시즌 친선 경기에서 이강인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기기도 했다. 지금의 이강인은 공격부터 3선까지 모두 맡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이강인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그의 활동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강인은 10일(한국시각) 열린 오만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원정 2차전서 선발로 나섰다. 그는 경기가 1-1로 팽팽하던 후반 38분 손흥민의 결승골을 도왔다. 상대 수비 2명이 순간적으로 둘러싸자 이를 역이용했다. 자신에게 수비를 달고 손흥민에게 패스를 건네 득점을 도왔다.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또 그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과거 '몸싸움을 피한다', '수비력이 떨어진다', '활동량이 적다' 등의 평가를 지워가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그의 움직임이 단순 수비 커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최후방에서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 상대의 공을 낚아채 동료에게 건넸고, 거기서 다시 공격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후반 44분 엄지성과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홍명보호의 3대1 승리에 앞장섰다. 이강인은 “승리해서 매우 기쁘다. 소속팀에서 더 잘 준비해서 다음 소집 때는 더 좋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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