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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시리즈 중계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히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는, 경기에 나오지도 않는 구자욱이다.

경기 전부터 긴장되는 표정으로 간절하게 태극기를 바라보며 서있는 구자욱은 경기 중 가장 바쁜 선수다. 삼성 타자들이 타석에 설 때는 공 1개, 1개 놓치지 않고 기합을 넣어주고 박수를 보낸다. 안타가 나오면 안타를 친 당사자보다 기뻐하고, 볼넷을 골라나가도 누구보다 큰 박수를 친다.

삼성 야수들이 수비를 끝내고 더그아웃에 돌아오면 1번으로 나가서 맨 앞에서 마중하는 선수도 구자욱이다. 실점을 하고 들어와도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실점 위기를 막거나 상대 KIA 타자들을 철벽으로 저지하는데 성공하면 코칭스태프 이상으로 기뻐한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장 먼저 나서서 목이 쉬도록 동료들을 응원하느라 가장 눈에 띄는 선수 역시 구자욱이다.

구자욱은 현재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2루 도루를 하다가 무릎 내측 인대가 손상됐다. 급하게 일본의 전문 병원으로 가서 2박3일 원정 치료까지 받고 왔지만, 아직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부상 자체가 수일 내에 경기를 정상적으로 뛰는 것은 기적일 정도였다.

구자욱은 귀국 후 곧장 서울 원정 중이던 선수단에 합류할 정도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코칭스태프가 '준비하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헬멧을 쓰고 배트를 잡고 돌리며 대타 출전 준비를 할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를 표명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그의 말처럼 아군인 삼성 선수들에게는 희망을, 적군인 KIA 선수들에게는 부담을 주는 선수로 여전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삼성은 구자욱이 뛰지 못하면서 전력적 손실이 엄청나다. 타선의 핵심이자 선수단 주장을 맡고있는 선수가 뛰지 못하면서, 자동차의 바퀴 4개 중 1개를 떼고 달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규 시즌 MVP 유력 후보로도 언급될 정도로 시즌 내내 슬럼프 없이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있고, 공-수-주 모두에서 리그 최고의 기량을 유지 중이다. 그만큼 구자욱이 뛰지 못하는 여파는 엄청나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구자욱이 타석에 설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타격 훈련은 하고 있지만, 경기 감각은 시간이 흐를 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타격은 하더라도 주루가 정상적이지 못하니 대타 찬스가 왔을때 노아웃 혹은 1아웃일 경우 병살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아주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나갈 수 있다보니 4차전까지는 구자욱의 출전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구자욱은 주장으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해내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하고,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4차전을 앞두고는 사비를 들여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을 격려하는 커피차를 준비하기도 했다. 직접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은 그의 노력이다.

삼성은 지난 2022시즌을 앞두고 구자욱과 5년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최대 120억원짜리 초대형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비FA 선수 중에는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그에게 왜 초대형 계약을 안겼는지, 충분한 납득이 가는 2024시즌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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