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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총(사격)·칼(펜싱)·활(양궁)'로 파리 하늘을 수놓고 있는 대한민국, 이 대열에 '말년병장'까지 가세했다.

조영재(24·국군체육부대)가 속사권총에서 한국 사격에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조영재는 5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사격장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이 속사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국군체육부대에 복무 중인 조영재는 내달 19일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 단꿈을 꾸기도 바쁜 시간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는 피 말리는 무대에서 조국 수호 속에 쌓은 기량을 떨쳐 보이기 위해 나섰다.

전망이 썩 좋지 않았다. 25m 표적을 쏘기 시작한 게 입대 직후였다. 짧은 경험에도 뛰어난 기량을 앞세워 대표 선발전에선 세계 기록(593점)과 단 2점차 기록을 쏴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해가 돼서야 태극마크를 단 터라, 부족한 국제대회 경험에 발목 잡힐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태극전사의 패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본선에서 589점으로 전체 4위를 기록하며 6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위 리웨훙(중국) 등이 상대였다.

결선 1, 2시리즈에서 각각 3발씩을 명중시켜 6명 중 4위로 엘리미네이션 시리즈에 진출할 때만 해도 조영재가 쉽게 버틸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3시리즈에서 쏜 5발이 모두 과녁을 꿰뚫어 단숨에 메달권으로 도약했다. 조영재는 4시리즈와 5시리즈에서도 4발식을 맞췄다. 메달권 진입이 걸린 6시리즈에선 첫 발 명중 후 잇달아 3발을 놓쳤으나, 마지막 발을 명중시켜 한국 사격에 올림픽 속사권총 첫 메달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7시리즈에서 3발을 맞히며 왕쉰제(중국)를 밀어내며 은메달을 확보한 조영재는 리웨훙이 5발 만발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홀가분하게 사대에 섰다. 5발 가운데 1발을 명중시키는 데 그쳤으나,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전남 장성에서 수도권으로 전학한 조영재는 서울체고-한체대를 거쳐 경기도청 사격팀에 입단했다. 한체대 시절부터 속사권총 훈련을 시작해 입대 후 25m를 주 종목으로 삼았다. 대표 선발전 당시만 해도 이변 정도로 치부됐던 그의 파리행은 '은빛 총성'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조영재의 은메달로 한국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이번 대회 6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뛰어넘어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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