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5 21:01:15]
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하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오늘부터 매일 한 팀씩 알아가보도록 하자고.
세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희망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팀, 워싱턴 위저즈야.
23-24 워싱턴 REVIEW
정규시즌 : 15승 67패, 동부 14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10.2(25위)
수비효율지수: 118.9(28위)
공수효율마진: -8.7(27위)
요즘 NBA를 대표하는 만년 하위 팀은 어디라고 생각해?
떠오르는 팀들이 좀 아무래도 있지. 그리고 워싱턴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팀일 거야.
마지막 플레이오프에 나갔을 때가 2021년인데 이때는 러셀 웨스트브룩, 브래들리 빌이 팀을 이끌 때야. 감독은 스캇브룩스였고.
최근 6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나간 유일한 시즌이 이 시즌인데, 그마저도 1라운드에서 허무하게 탈락했어. 2010년대 초중반에 존 월-브래들리 빌 콤비를 앞세워서 동부의 신흥 강호로 군림하던 그 모습은 이제 없어.
특히 최근 3년은 많이 아쉬워. 솔직히 엄청 심각할 정도로 못한 건 아니었거든? 2021-2022시즌엔 35승, 2022-2023시즌에도 35승을 했으니까 동부 중하위권 정도였다는 얘기지.
문제는 그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거야.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구단 역대 최소 승 기록을 새로 썼고.(15승)
존 월-브래들리 빌 듀오 시대의 마지막 유산인 브래들리 빌까지 내보내고 맞이한 첫 시즌이었는데, 그야말로 성적이 처참했던 거지.
지난 시즌 워싱턴의 경기력이 악몽 같았던 이유는 여러가지야.
일단은 공격에서의 코트 밸런스 붕괴.
카일 쿠즈마, 조던 풀 같은 선수들이 공격에서 큰 지분을 가져갔는데 효율이 그냥 그랬어. 그나마 자체 유망주였던 데니 으브디야와 코리 키스퍼트가 성장하긴 했는데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순 없었고.
23-24 시즌 워싱턴 공격 포제션 점유율과 PPP
1. 카일 쿠즈마: 16.8%, PPP 0.976(하위 46%)
2. 조던 풀: 15.8%, PPP 0.917(하위 29%)
3. 데니 아브디야: 11.2%, PPP 1.024(상위 38%)
4. 코리 키스퍼트: 10.2%, PPP 1.110(상위 13%)
*PPP: Points Per Possession. 포제션당 득점 생산을 의미한다.
특히 쿠즈마와 풀은 자신의 손에서 공격이 마무리되는 빈도를 뜻하는 USG%가 각각 29.7%와 26.4%로 엄청 높았어. 그런데 공격 코트 승리 기여도는 각각 -1.0, -1.5였지. 공격에서 손해를 끼친 선수였다는 이야기야.
터지는 날은 무서웠던 게 사실이야. 쿠즈마와 풀 모두 한 득점력하거든. 문제는 기복이 엄청 심하고, 둘 다 터지면서 승리하는 날이 별로 없었다는 게 문제지.
코트를 넓게 쓰면서 쿠즈마와 풀을 중심으로 과감한 슛들을 많이 던지는데 이게 효율이 떨어졌어. 지난 시즌 워싱턴은 드리블 점프슛 득점 효율이 리그 29위였어. 핸들러들이 수비수를 잡아먹으면서 득점하는 것 자체가 잘 안 됐다는 얘기지. 샷 셀렉션도 엄청 불안했고.
수비는 또 어떻고. 리그에서 두 번째로 페인트존 득점 허용이 많았어. 세컨드 찬스 득점 허용은 리그 전체 1위.
앞선의 압박과 드리블 돌파 저지가 안 돼서 림 어택을 쉽게 허용하는 건 워싱턴의 아주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거든.
그런데 지난 시즌에도 이게 고쳐길 기미가 안 보였어. 풀, 아브디야 같은 선수들의 대인 수비와 피지컬이 약한 탓이었지.
앞선에서 돌파 허용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빅맨들의 헬프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이건 결국 리바운드 이슈로 연결돼.
빅맨이 가드들을 도와주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면 박스아웃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거든.
실제로 지난 시즌 워싱턴은 공격 리바운드 허용이 12.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던 팀이야. 세컨드 득점 허용 1위도 여기에 함께 따라온 기록이고.
2024 여름요약: 목표는 리빌딩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베테랑을 조금 곁들인.
- 브라이언 키프 감독 정식 선임
- 드래프트: 알렉스 사르(전체 2순위), 칼튼 캐링턴(전체 14순위), 카이숀 조지(전체 24순위),
- 트레이드: 말콤 브로그던 영입
- FA: 요나스 발렌슈나스(3년 3,030만 달러), 사딕 베이(3년 1,900만 달러) 영입
- 재계약: 리션 홈즈(2년 2,593만 달러) 재계약
- 연장계약: -
- 주요 이탈: 데니 아브디야
워싱턴은 지난 시즌 중반 웨스 언셀드 주니어 감독을 경질했어.
워싱턴 구단 역사에서 영구결번된 선수가 딱 6명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웨스 언셀드야. 웨스트 언셀드 주니어 감독의 아버지지.
그래서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웨스 언셀드 주니어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
아버지 웨스 언셀드가 그냥 보통 레전드가 아니었거든.
오직 워싱턴에서만 13년을 뛰었는데, 구단 역사에서 유일한 우승(1978년) 당시 주요 멤버였을 뿐만 아니라 파이널 MVP였어. NBA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위대한 75인에도 선정됐고 심지어 워싱턴에서 감독과 단장까지 지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지.
이런 분의 아들이 감독이 된다고 하니, 워싱턴을 오랫동안 응원해온 팬들은 가슴이 벅찰 수밖에. 워싱턴 구단도 이 부분을 활용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했고.
하지만 2년 반 동안 진행된 웨스 언셀드 주니어 감독 체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어. 35승-35승. 첫 2년이 5할 아래 승률로 끝나버렸어. 심지어 전임 감독이었던 스캇 브룩스 시절보다 승률이 더 낮았지.
그러다가 지난 시즌은 첫 43경기에서 7승만 기록하고 곧바로 경질됐어.
가장 큰 요인은 당연히 성적 부진이겠지만, 일각에선 보호해줄 방패막이가 사라진 여파라는 이야기도 있어.
웨스 언셀드 주니어를 감독으로 앉힌 토미 셰퍼드 단장이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해고됐었거든.
셰퍼드는 2018-2019시즌 중반부터 워싱턴을 계속 이끌어왔는데, 리빌딩보다는 리툴링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운영해온 인물이야.
워싱턴 구단주 그룹이 별 효과가 없는 리툴링보다는 과감한 리빌딩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실제로 셰퍼드가 잘리고 팀의 주도권을 잡은 마이클 윙어 사장은 지난해 부임과 동시에 브래들리 빌과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를 트레이드해버렸지.
브래들리 빌을 피닉스에 보내고 받아온 노장 크리스 폴은 다시 골든스테이트로 트레이드했고, 포르징기스 트레이드의 유산이었던 베테랑 마이크 머스칼라, 다닐로 갈리나리는 시즌 중에 다시 디트로이트로 보냈어. 대가는 훨씬 젊은 마빈 베글리와 아이재아 리버스였지.
올여름에 워싱턴은 4년 동안 키워온 9순위 포워드 유망주 데니 아브디야를 포틀랜드로 트레이드했는데, 이것도 픽 수집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아.
아브디야의 대가가 베테랑 말콤 브로그던에 1라운드 픽 1장과 2라운드 픽 2장, 그리고 루키 가드 칼튼 캐링턴이었거든.
브로그던은 이번 시즌에 2,250만 달러를 받고 FA가 되는데, 만기계약자이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워싱턴의 판단에 따라 또 트레이드될 수 있어.
만약에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면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 브로그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거든. 아마 워싱턴도 언제든지 팔 생각을 하면서 브로그던의 가치를 계속 저울질해볼거야.
말콤 브로그던의 유니폼 수집사
2016년: 밀워키 데뷔
2019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인디애나 이적
2022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2023년: 포틀랜드로 트레이드
2024년: 워싱턴으로 트레이드
3년 3,029만 달러 조건에 영입한 빅맨 요나스 발렌슈나스도 언제 트레이드될지도 몰라.
계약 자체가 저렴한 데다가,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6-2027시즌 연봉은 아예 비보장이거든.
베테랑 빅맨 영입을 원하는 팀이나 2026-2027시즌을 앞두고 샐러리 정리를 원하는 팀이라면 발렌슈나스가 탐날 거야.
워싱턴 입장에서는 그때까지 발렌슈나스가 2순위 유망주 알렉스 사르의 멘토 역할을 해주면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랄 것 같아. 마침 사르도 프랑스에서 온 유럽산 빅맨이지.
지난 시즌 중 감독대행을 수행하다가 정식 감독이 된 브라이언 키프는 선수 육성 능력과 소통 능력이 매우 좋은 지도자라는 후문이야.
사실 워싱턴이 키프를 당장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킨 건 아니었거든. 나름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했는데, 기존 워싱턴 선수들이 키프를 엄청나게 지지했다고 해. 구단 프런트 직원들도 키프를 굉장히 좋아했고.
감독이 선수, 프런트에게 모두 지지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인격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리고 육성 능력은 워싱턴의 리빌딩 기조에 잘 맞기도 하고.
실제로 지난 시즌 중반 이후에 조던 풀을 벤치로 내리고 7순위 유망주 빌랄 쿨리발리를 선발로 올린 것도 브라이언 키프 감독이 내렸던 결정이야.
덕분에 쿨리발리는 꽤 준수한 루키 시즌을 보내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조던 풀도 시즌 마지막 27경기에서 20.8점 5.8어시스트, 야투율 43.5%로 준수하게 시즌을 마무리했지.
한 매체에서는 브라이언 키프 감독이 '오클라호마시티산' 지도자라는 것도 정식 감독 부임에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분석했어.
아까 워싱턴이 마이클 윙어 사장 체제로 지난 시즌을 시작했었다고 말했지?
윙어 사장은 2010년부터 샘 프레스티를 도와 오클라호마시티의 부단장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 그렇게 7년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낸 후에는 클리퍼스의 단장으로 부임했고.
2019년 여름 FA 시장에서 클리퍼스가 카와이 레너드-폴 조지 동시 영입이라는 쾌거를 이루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마이클 윙어야.
그리고 브라이언 키프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그리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코치로 일한 경험이 있어. 특히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윙어와 함께 있었지.
그리고 윙어가 워싱턴 사장으로 부임한 2023년, 공교롭게도 브라이언 키프도 워싱턴의 코치로 왔어. 이게 그냥 우연일까? 이제 좀 느낌이 오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시즌부터 워싱턴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꽤 단합이 잘 되지 않을까 싶어.
좋게 보면 단합이고, 나쁘게 보면 프런트의 목소리가 너무 커질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쪽일지는 결과가 말할 테니 한번 지켜보자고.
마지막으로 리빌딩 팀인 만큼 워싱턴의 루키 2명 이야기도 해볼게.
2순위 신인 알렉스 사르는 신장 213cm, 윙스팬 224cm의 좋은 피지컬에 기동성, 수비력, 슈팅력까지 갖춘 빅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드리블 기반의 풀업 점퍼나 플로터도 구사할 수 있어서 쳇 홈그렌이나 빅터 웸반야마 같은 유형의 선수로도 클 가능성이 있어.
다만 서머리그에서 야투 15개를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있긴 했는데, 이게 그냥 우연한 부진인지 혹은 좋지 않은 징조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사르가 픽앤팝도 자주 할 정도로 점퍼를 많이 던지는 선수이긴 한데, 점퍼의 실질적인 생산성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호주리그에서 뛸 때부터 있긴 했거든. 그래도 현재까지는 잠재력이 상당히 큰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야.
14순위 유망주 칼튼 캐링턴은 194cm의 공격형 가드야.
이 친구 컴패리즌이 누구인지 알아? 바로 루 윌리엄스야. 역대 식스맨상 최다 수상자인 그 루 윌리엄스.
루 윌리엄스는 자말 크로포드와 더불어서 현역 시절에 엄청난 득점력을 활용해서 현대농구 벤치 에이스 개념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친 선수거든.
실제로 캐링턴은 볼 핸들링을 활용한 풀업 점퍼 생산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 링어'에서는 캐링턴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더라고.
“어떤 밤이든 폭발해버릴 수 있는 득점 사냥꾼 가드.“
조던 풀과 스타일, 역할이 좀 겹칠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워싱턴의 기조상 기회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워싱턴 팬들은 기대를 해봐도 좋을 거야.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말콤 브록던, 조던 풀, 칼튼 캐링턴, 자니 데이비스, 카이숀 조지, 자레드 버틀러
포워드: 카일 쿠즈마, 빌랄 쿨리발리, 코리 키스퍼트, 사딕 베이,
빅: 알렉스 사르, 요나스 발렌슈나스, 마빈 베글리, 리션 홈즈
워싱턴의 KEY 넘버
- 34.6
: 지난 시즌 조던 풀의 풀업 점프슛 성공률이야. 경기당 6.4개를 던져서 2.2개만 성공했는데, 이건 평균 2개 이상 시도한 리그의 모든 선수 중 6번째로 낮은 수치였어.
지난 시즌 조던 풀은 끔찍한 공격수였어. 한 마디로 샷 셀렉션이 엉망이었지. 볼을 오래 소유하고 과감한 슛을 던지는 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문제는 효율이 어떻게 나오는지라고 생각하거든.
일단 지난 시즌만 보면 조던 풀의 풀업 점퍼는 정말 나쁜 무기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어. 조금만 찬스가 생기면 그냥 무리한 슛을 냅다 던져버리곤 했으니까.
새 시즌부터는 이런 부분을 좀 개선해야 해. 특유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만, 팀 오펜스의 맥락에 맞는 농구를 하면서 자기 농구를 해야겠지. 조던 풀이 지난 시즌처럼 농구를 한다면? 워싱턴은 아마 또 힘든 한 해를 보낼 거야.
- 58.4
: 지난 시즌 워싱턴의 경기당 페인트존 실점.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어. 이걸 해소하지 못하면 워싱턴은 절대 평균 수준의 수비 팀이 되지 못할 거야.
위에서 언급한 2순위 유망주 알렉스 사르의 합류는 그래서 반가워. 워싱턴 수비의 치명적인 약점(페인트존 보호, 리바운드 확보)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거든. 워낙 몸이 길고 세컨드 점프도 부지런히 뛰는 선수니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사르에게만 페인트존 수비를 의존해서도 안 돼. 앞서 설명했지만 페인트존 수비 불안에는 앞선 선수들도 연대 책임이 있어. 앞에서 돌파에 뻥뻥 뚫려버리면 뒷선에서 아무리 커버를 잘하려고 해도 전체적인 팀 수비가 업그레이드되기는 힘들거든.
지난 시즌에 빅터 웸반야마가 있음에도 샌안토니오가 페인트존 실점이 세번째로 많았던 것도 그래서야.
다행스러운 건 빌랄 쿨리발리 같이 수비가 좋은 유망주가 이번 시즌엔 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데니 아브디야가 떠나면서 윙 라인에 출전시간 공백이 생겼거든.
워싱턴의 모래알 페인트존 수비가 이번 시즌엔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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