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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3년 차 이준협(현대캐피탈)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그야말로 거함. 천외천 레오~토종 에이스 허수봉~204cm 아포짓 신펑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게다가 중앙과 리베로에도 각각 최민호와 오은렬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교체 멤버일 정도.

개막 전 현대캐피탈의 그나마 약점이라면 세터였다. 당시 팀의 야전사령관은 이현승(KB손해보험). 나이에 비해선 준수한 기량을 갖췄지만 주전을 맡기엔 아직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그마저도 이현승과 차영석을 KB손해보험에 내주고, 황승빈을 트레이드 영입하며 끝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췄다. 황승빈은 주전 경험이 굵직한 세터.

기대대로 황승빈은 시즌을 코앞에 두고 팀에 합류했지만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 우리카드와 원정 개막전에 나서 안정적인 토스웍으로 사령탑을 미소 짓게 만든 것. 이 경기에서 황승빈은 팀의 3-2 승을 이끌고 승리 세터가 됐다.

그런데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우리카드전 이후 오히려 황승빈의 출전 시간을 줄였다. 황승빈은 2차전 OK저축은행전과 3차전 대한항공전 모두 선발로 기용됐다. 그러나 끝까지 경기를 뛰진 못했다. 황승빈은 또 이어진 KB손해보험전에는 아예 나서지 않았다.

반면 이준협이 코트를 밟는 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이준협은 KB손해보험전(3-0·현대캐피탈 승)을 1~3세트 전부 스타팅 멤버로 소화했다.

블랑 감독에 따르면 황승빈의 기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황승빈은 우리카드전에서 4세트 때 경미한 뇌진탕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V-리그는 36경기를 치러야 하는 장기 레이스다. 이를 대비해 블랑 감독도 황승빈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황승빈이 먼저 코트에 오른 뒤 이준협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패턴.

그렇지만 이준협이 기회를 잡은 게 단순히 황승빈의 부상 때문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이준협은 2024-25시즌 최종 모의고사였던 통영 컵대회 때도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개막 후에도 코트에 오를 때마다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준협의 선전으로 현대캐피탈은 성적과 주전 세터의 체력 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4승0패, 승점 10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준협도 지난 4경기에 모두 출장해 기량을 뽐냈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를 나눈 블랑 감독은 "이준협은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주전 자격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수봉도 KB손해보험전을 마친 뒤 "세터가 (공격 활로를) 잘 뚫어줬다"고 했다. 이날 허수봉의 공격성공률은 무려 84.62%였다.

허수봉은 또 "(이)준협이가 팀에서 연습을 제일 많이 하는 거 같다. 매일 야간훈련을 하더라"면서 "(이준협의) 토스 스피드가 좋아서 때리기가 편하다. 경기장 안에서 (이준협이) 간이 큰 거 같다. 미스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기 할 거를 하더라. 대단한 거 같다"고 전했다.

최민호도 "준협이는 정말 많이 노력하는 선수다. 비시즌 때도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다. 그게 코트에서 이제야 나타나는 거 같은데, 점점 더 잘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준협은 2022년 수련선수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동료들도 혀를 내두르는 연습량으로 끝내 기회를 잡았다. 이준협의 맹활약에 황승빈도 충분한 여유를 갖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이준협의 성장에 현대캐피탈이 이번 시즌 초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_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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