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5 00:39:15]
[점프볼=이규빈 기자] 보스턴을 막을 팀이 보이지 않는다.
보스턴 셀틱스는 LA 레이커스와 함께 NBA를 대표하는 양대 명문 구단이다. 두 팀은 1900년대부터 라이벌 관계로 NBA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구단이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갈렸다. 레이커스는 2019-2020시즌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보스턴과 함께 역대 17회 우승으로 동률을 만들었다. 반면 보스턴은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동부 컨퍼런스 강호 자리를 유지했으나, 우승에는 실패했다.
꾸준한 상위권을 유지하는 보스턴의 원동력은 바로 구단 운영이다. 지금은 팀을 떠난 전 사장 대니 에인지부터 현재 브래드 스티븐스까지 보스턴은 모두 뛰어난 사장 아래 훌륭한 경영 능력을 뽐냈다.
특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우승의 주역이었던 폴 피어스, 케빈 가넷 트레이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두 선수는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베테랑으로, 아직 NBA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으나, 냉정히 저물어가는 선수들이었다. 보스턴의 에인지 사장은 두 선수를 과감히 브루클린 네츠로 트레이드했고, 대가로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았다. 당시, 이 트레이드로 많은 보스턴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브루클린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고, 오히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팀이 붕괴했다. 보스턴이 가지고 있던 브루클린의 드래프트 지명권은 최상위 순번으로 돌아왔다. 보스턴은 이 지명권으로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을 지명하며, 단번에 리빌딩의 초석을 마련했다.
그 후 테이텀과 브라운 듀오의 성장과 함께 FA 시장에서 고든 헤이워드, 카이리 어빙이라는 대어 영입에 성공하며, 우승 후보로 도약하나 싶었다. 하지만 헤이워드가 보스턴 데뷔 경기에서 큰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고, 어빙은 보스턴에 녹아들지 못했다. 결국 어빙은 팀을 떠났고, 헤이워드는 큰 부상 복귀 후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보스턴은 테이텀과 브라운의 팀이었다. 두 선수는 모두 올스타급으로 성장하며, 보스턴의 기둥이 됐다. 냉정한 NBA 무대에서 드래프트로 직접 지명한 선수들이 팀의 기둥으로 성장해, 에이스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보스턴은 한 명이 아닌, 2명이나 탄생한 것이다.
정작 두 선수를 향한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 이유는 두 선수는 훌륭하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냉정한 얘기지만, 최근 몇 년간 보스턴의 행보를 보면, 이런 비판이 부당한 비판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브라운과 테이텀은 트레이드 루머의 단골 손님이었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64승 18패 동부 컨퍼런스 1위
보스턴 입장에서 2022-2023시즌은 충격이었다. 2021-2022시즌 이메 우도카 감독을 선임하며, NBA 최고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파이널 무대에 진출하며, 명가 부활을 알렸다. 2022-2023시즌에도 동부 컨퍼런스 2위를 기록하며, 이번에도 파이널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만나 7차전 승부 끝에 패배한다. 먼저 3연패를 당하고, 3연승을 기록하며, 7차전 승부로 끌고 갔으나, 7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이다. 마이애미는 동부 컨퍼런스 8위 팀이었다. NBA 전문가들 대부분이 보스턴의 손쉬운 승리를 예측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이런 충격이 약이 됐을까. 보스턴은 오프시즌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일단 팀의 리더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커스 스마트를 과감히 트레이드한 것이다. 그리고 약점이었던 빅맨 포지션에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라는 올스타급 빅맨을 영입했다. 여기서 전력 보강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데미안 릴라드 트레이드가 터지고, 매물로 나온 즈루 할러데이를 재빠르게 영입했다.
이로써 보스턴은 할러데이-데릭 화이트-브라운-테이텀-포르징기스라는 빈틈없는 주전 라인업을 완성했다. 우도카 감독의 수비 농구가 아닌, 조 마줄라 감독의 공격 농구를 구현하기 완벽한 로스터가 완성된 것이다.
보스턴은 시즌 시작 전부터 압도적인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 평가는 사실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체급으로 상대 팀을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동부 컨퍼런스, 서부 컨퍼런스 어디든 보스턴의 적수는 찾을 수 없었다. 시즌 초반 보스턴의 기세를 보면, 2015-2016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73승 9패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보스턴은 정규 시즌에 무리하지 않고, 주축 선수들을 관리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런데도 64승 18패로 NBA 전체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 접어들고, 보스턴의 1라운드 상대는 마이애미였다. 마이애미는 최근 몇 년간 보스턴과 동부 컨퍼런스 패권을 놓고 다툰 주인공이었다. 비록 마이애미는 에이스 지미 버틀러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보스턴은 1경기를 내주었으나, 4경기를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숙적 마이애미를 4승 1패로 제압했다.
2라운드 상대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다. 클리블랜드도 마이애미와 마찬가지로 4승 1패로 손쉽게 제압하며, 무난하게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로 진출했다.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더 손쉬웠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상대로 단 1경기도 내주지 않으며, 4승 0패 스윕으로 파이널에 진출한 것이다. 파이널 상대가 누가 되든, 보스턴의 우승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파이널 상대는 댈러스 매버릭스가 됐다. 재밌게도 댈러스에는 보스턴과 악연이 있는 어빙이 있었다. 보스턴 팬들은 어빙을 거친 야유로 환영했고, 어빙은 이에 정신적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보스턴은 파이널 무대에서 댈러스의 원투펀치인 어빙과 루카 돈치치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댈러스가 만났던 서부 컨퍼런스의 어느 팀도 해내지 못한 것이었다. 보스턴의 수비는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공격에서도 막강한 화력으로 댈러스를 압도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체급 차이가 심하게 나타난 파이널이었다. 보스턴은 4승 1패로 손쉽게 댈러스를 제압하며, 18번째 NBA 정상에 올랐다.
오프시즌 IN/OUT
IN: 로니 워커 4세(1년 비보장 계약), 재비어 틸먼(2년 480만 달러), 루크 코넷(1년 200만 달러), 네미아스 퀘타(3년 718만 달러), 베일리 샤이어만(드래프트), 앤톤 왓슨(드래프트)
OUT: 스비 미하일룩(FA)
보스턴은 주전과 벤치, 모두 NBA 정상급 팀이다. 즉, 딱히 선수를 보강할 이유가 없이, 전력 유지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보스턴의 오프시즌은 조용했다. 어떤 FA 선수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워커 4세를 영입한 것이 전부다. 워커 4세도 비보장 계약으로 딱히 전력에 포함하겠다는 의도도 아니다.
이탈한 선수도 없다. 미하일룩은 보스턴에서 전력 외 자원이었다.
대신 연장 계약과 재계약에 힘을 썼다. 연장 계약 자격이 생긴 테이텀과 5년 3억 14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또 화이트와도 4년 1억 2590만 달러의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사실상 보스턴의 핵심을 묶은 것이다.
또 핵심 식스맨이자, NBA 정상급 3점 슈터인 샘 하우저와도 4년 4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즉, 집토끼 단속에 모두 성공했다.
여기에 2023-2024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합류한 틸먼과 2년 계약, 코넷과 1년 계약, 퀘타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드래프트로는 크레이튼 대학교를 졸업한 샤이어만을 지명했다. 샤이어만은 대학에서 5년을 보낸 선수로,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큰 장점인 3점슛을 바탕으로 보스턴의 공격 농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물론 수비에서 약점이 명확하고, 포워드치고 신장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나, 언드래프티인 하우저를 훌륭하게 육성한 보스턴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라면, 기대가 된다는 얘기가 많다.
보스턴은 목표였던 내부 단속에 모두 성공했다. 막강했던 2023-2024시즌의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 것이다.
키 플레이어: 제일런 브라운
2023-2024시즌 기록: 70경기 평균 23점 5.5리바운드 3.6어시스트
브라운은 2016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됐다. 당시 보스턴은 리빌딩과 윈나우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팀이었고, 브라운의 기회는 거의 없었다. 브라운은 드래프트 당시부터 육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선수로 평가됐다. 과연 보스턴이라는 팀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브라운은 2년차 시즌부터 곧바로 두각을 드러낸다.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고, 실력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브라운은 2년차 시즌에 평균 30.7분 출전 14.5점 4.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당당히 주전 자리로 입성했다. 그 후 꾸준히 성장하며, 4년차 시즌부터는 매 시즌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득점원으로 거듭났다.
브라운은 NBA 선수들 사이에서도 워크에틱과 훈련량이 많은 선수로 유명하다. 물론 훌륭한 신체 조건은 타고났으나, 브라운의 공격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는 브라운의 훈련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브라운은 드래프트 당시부터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NBA 무대에서도 수비는 항상 뛰어났다. 특히 일대일 수비에 강점이 있었다. 주로 보스턴에서 에이스 수비를 담당하는 선수는 브라운이었다.
이런 내용만 보면, 브라운이 비판을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브라운은 NBA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듣는 선수 중 하나였다.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오프에서 활약이다. 브라운이 스타로 거듭난, 4년차 시즌 이후 보스턴은 꾸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브라운의 활약이 아쉬운 것이 가장 큰 비판 원인이었다.
물론 브라운은 플레이오프 기록만 보면, 대단히 부진한 시즌은 없다. 브라운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중요한 순간이나, 큰 경기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또 브라운의 무리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즉, 기록에 보이지 않는 나쁜 플레이로 팀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이런 브라운을 트레이드해서 슈퍼스타를 데려오자는 의견이 많았다. 지미 버틀러, 폴 조지, 케빈 듀란트 등 슈퍼스타들의 트레이드 루머에 브라운의 이름이 언급됐다. 하지만 보스턴 수뇌부는 끝까지 브라운을 믿고 지지했다.
결국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2023-2024시즌 브라운은 정규 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가장 중요한 파이널 무대에서 활약이 대단했다. 파트너인 테이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직접 나서서 일대일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이 많았다.
또 가장 중요한 댈러스의 에이스인 돈치치의 수비를 전담으로 맡았다. 돈치치가 코트에 등장하면, 브라운도 투입되고, 돈치치가 휴식을 취하면, 브라운도 휴식을 취할 정도였다. 즉, 공격과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이를 완벽히 수행했다.
브라운의 이런 엄청난 활약을 바탕으로 보스턴은 손쉽게 댈러스를 압도할 수 있었고, 파이널 MVP도 브라운의 차지였다.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가 가장 빛나는 상인 파이널 MVP를 수상한 것이다. 정말 드라마와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운은 앞으로도 보스턴을 이끌며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 현재 이뤄낸 업적만으로도 브라운은 보스턴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 라인업: 즈루 할러데이-데릭 화이트-제일런 브라운-제이슨 테이텀-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보스턴을 제외한 모든 NBA 팀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2023-2024시즌 보스턴의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됐다.
앞선의 할러데이와 화이트의 수비는 NBA 압도적 최강을 자랑하는 조합이다. 두 선수의 수비력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증명됐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공포와 같은 앞선이다. 문제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화이트는 NBA 정상급 3점슛 능력을 바탕으로 테이텀과 브라운을 훌륭하게 보좌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던지는 3점슛의 위력이 대단했다.
할러데이도 밀워키 벅스 시절, 야니스 아데토쿤보에 이은 2옵션 역할에서 벗어나, 5옵션 역할을 맡으며, 공격에서 부담을 내려놨다. 할러데이의 공격 비중이 내려갔을 뿐이지, 할러데이의 공격 능력이 쇠퇴한 것은 아니었다. 할러데이는 팀이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고, 상대 팀 입장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할러데이는 보스턴에서 빅맨처럼 스크린, 핸드오프 플레이 등 다양한 플레이로 팀에 기여했다.
브라운과 테이텀의 포워드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두 선수는 벌써 7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듀오다. 공격과 수비, 모두 검증된 NBA 최고의 포워드 조합이다.
센터는 보스턴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포르징기스가 맡는다. 포르징기스는 보스턴 이적 전까지 하위권 팀의 에이스라는 오명이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에 오자, 모든 악명이 사라졌다. 포르징기스는 보스턴의 수비 핵심으로, 엄청난 높이를 바탕으로 골밑 수비를 전담한다. 여기에 공격에서는 주로 외곽에서 활동하며, 보스턴의 5-OUT 공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테이텀과 브라운이 공을 들고 공격하고, 포르징기스와 화이트가 외곽에 대기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다. 심지어 할러데이도 언제든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선수다.
더 무서운 점은 벤치도 튼튼하다는 것이다. 기존 주전이었던 알 호포드와 페이튼 프리차드, 하우저라는 식스맨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조커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코넷이라는 자원까지 버티고 있다.
보스턴의 선수 구성은 약점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런 로스터에 2024 NBA 파이널 우승 경험까지 추가됐다. 차기 시즌에도 보스턴은 압도적인 우승 후보 1순위일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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