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2 17:49:01]
국군체육부대(상무)가 돌아왔다.
상무는 22일 오후 3시 30분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프로배구대회 예선 B조 첫 번째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상대로 3-1(32-34, 25-23, 25-22, 25-1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듀스 혈투 끝에 1세트를 아쉽게 내줬지만, 이를 오히려 쓴 약 삼아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화끈한 컵대회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전력을 이끄는 권영민 감독은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과 더불어 올 시즌 V-리그 남자부의 유이한 토종 지도자다. 그만큼 한국전력을 향한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권 감독은 이날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나섰다. 올해부터 컵대회가 시즌에 임박해 치러지는 만큼, 이번 시즌 첫 공식전이라 할 수 있는 이 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울 필요가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권 감독은 "선수들이 고맙게도 비시즌 때 훈련을 잘 소화해줬고, 새로 뽑은 외국인은 물론 리베로 자리에 있는 경험 적은 선수들까지 팀에 잘 녹아들었다. 이 흐름이 시즌 때까지 잘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승리를 향한 갈망이 큰 건 상무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상무는 꾸준히 이 대회에 나섰는데, 지난해는 초청받지 못했다. 경기 전 만난 박 감독은 "작년에 불참을 하게 돼서 나름대로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도 상무의 선수들은 또 계속 (V-리그) 팀에 복귀해서 선수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 선수들인데, 그런 기회를 안 줬다는 서운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치른 컵대회 첫 경기를 상무였다.
한국전력은 세터 야마토, 아포짓 엘리안,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과 서재덕, 미들블로커 신영석과 전진선, 리베로 이지석을 선발로 기용했다. 이에 맞선 상무는 세터 황택의, 아포짓 최은석, 아웃사이드 히터 박찬웅과 박지윤, 미들블로커 임재영과 홍동선, 리베로 김도훈을 먼저 코트에 올렸다.
1세트 초반 상무가 웃었다. 신영석 속공으로 포문을 연 한국전력이 엘리안과 임성진 득점포를 앞세워 점수 사냥에 나섰지만, 상무 임재영의 퀵오픈과 박지윤의 블로킹이 만만치 않았다. 이 가운데 5-5에서 황택의 서브에이스까지 작렬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상무가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임재영과 홍동선의 활약에 힘입은 상무는 한국전력 범실을 발판 삼아 한때 12-8까지 치고나가기도 했다. 이를 보는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전력도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이들에겐 신입생 엘리안이 있었다. 엘리안은 장기인 백어택을 거듭 선보이며 팀의 추격을 도왔다. 그 끝에 한국전력은 상대와 점수 간격을 조금씩 좁혀갔고, 11-14에서는 야마토 블로킹까지 나오면서 2점 차로 상무를 바짝 쫓았다. 이에 질세라 상무도 홍동선 손끝이 계속해서 타올랐지만, 엘리안 맹타가 멈추지 않으면서 끝내 한국전력이 점수 균형을 맞췄다. 이후 기세가 한껏 오른 한국전력은 전진석 속공과 엘리안 백어택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상무도 홍동선 득점이 계속해서 터졌다. 32-32까지 팽팽했다. 이때 '게임체인저'가 될 엘리안의 통쾌한 직선 공격이 상대 코트에 꽂혔다. 진땀을 흘린 끝에 어렵사리 세트포인트에 도달한 한국전력이 임성진 블로킹으로 1세트를 매조졌다.
2세트 엘리안 퀵오픈과 전진선 오픈을 묶어 3-2를 만든 한국전력이 근소 우위를 이어갔다. 상무도 꾸준히 상대 코트를 두드렸지만 좀처럼 전세를 뒤집진 못했다. 6-7에서 홍동선의 회심의 일격이 한국전력 서재덕 블로킹에 가로막힌 게 특히 아쉬웠다. 이후 페이스를 잃은 상무는 잦은 범실을 냈고, 8-11에서는 엘리안 맹타까지 얻어맞으며 4점 차로 끌려갔다. 하지만 상무는 포기하지 않았다. 양희준 속공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임재영 퀵오픈과 박찬웅 속공을 묶어 12-13 상대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런 뒤 박찬웅의 블로킹으로 또 한 번 득점을 만들며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양팀 서로 한 점씩 주고받은 끝에 점수는 어느덧 23-23이 됐는데, 엘리안 백어택이 홍동선 블로킹에 가로막히면서 상무가 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순간 세트를 결정짓는 임재영의 끝내기 서브가 작렬했다.
3세트도 치열했다. 한국전력 엘리안 득점포가 계속해서 불을 뿜은 가운데 상무 임재영 손끝도 뜨거웠다. 14-14까지 승부의 행방이 묘연했다. 이때 팽팽하던 흐름을 깬 건 상무 양희준의 허를 찌르는 속공이었다. 여기에 황택의 서브에이스를 묶어 점수 간격을 늘린 상무는 19-17에서 상대 서브범실을 밟고 20점 고지를 선점했다. 물론 한국전력도 그냥 지켜본 건 아니었다. 구교혁을 앞세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21-23에서는 세터 야마토의 빈곳을 향해 가볍게 밀어넣는 양손 공격으로 상대 턱 끝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이후 연달아 터진 상무 임재영의 백어택과 홍동선 서브에이스에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4세트도 상무가 주도했다. 홍동선 퀵오픈에 최은석 블로킹을 더해 시작부터 앞서간 상무는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한국전력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는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탄탄한 리시브를 발판 삼아 상무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시도했고, 11-7에서는 무려 황택의의 2연속 서브에이스가 쏟아지기도 했다. 11-7에서 출발한 황텍의 서브 타임은 한국전력이 7-17에서 엘리안 백어택으로 사이드 아웃을 만들고서야 겨우 끝났다. 하지만 상무의 득점 레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끝내 한국전력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상무에서는 임재영이 23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홍동선과 최은석도 각 16, 13점을 선사했다. 한국전력은 엘리안이 혼자 30점을 올렸지만, 이외 누구도 10점 이상을 적어내지 못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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