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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부터 덴버 너게츠에서 뛰고있는 러셀 웨스트브룩(36‧191cm)은 평가가 매우 어려운 선수중 한명이다.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웨스트브룩을 ‘전성기 기준, 역대급 가드 라인에서 경쟁할 선수다’고 말한다. 반대로 ‘성적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선수’, ‘함께하는 농구에 어울리지않는 가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선수는 비단 웨스트브룩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격차가 큰 선수도 많지는 않다. 그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최고의 에이스형 가드에서 계륵까지 롤러코스터를 탄다. 한창 때의 그는 다재다능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득점은 물론 어시스트에도 능했고 심지어 리바운드까지 잘잡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호불호는 갈렸다.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라는 칭찬과 더불어 한가지도 확실히 못하는 선수라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른바 개인 성적만 놓고보면 그야말로 다재다능의 대명사다. 득점왕 2회, 어시스트왕 3회를 비롯 NBA 통산 최다 트리플더블을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엄청난 위업까지 달성했다. 스테판 커리하면 3점슛이 떠오르듯 웨스트브룩하면 트리플더블을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MVP, 올스타전 MVP 2회, 올-NBA 퍼스트 팀 2회, 올스타 9회,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등 그외 업적도 상당하다. 단순한 개인기록, 수상내역 등만 놓고보면 역대급이라는 말이 부끄럽지않을만큼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브룩은 늘 호불호가 갈린다.


본인이 에이스가 되어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적도, 팀 리더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점수를 크게 잃어버리고 있다. 볼소유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그로인해 2차 스탯 등에서 공헌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트리플더블 기록은 역대급이지만 경기 출장 대비 실책 숫자 또한 역대급이다. 트리플더블 횟수에서는 넘어섰음에도 매직 존슨, 오스카 로버트슨 등을 소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그의 전성기 시절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트리플더블 작성 능력(?) 하나 만큼은 인정해야 된다. 볼을 엄청 많이 소유하면서 플레이를 펼치는 유형이라고 하지만 괴물들의 리그 NBA에서 단순히 몰아준다고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시즌 트리플더블 등은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전부분에 걸쳐 활약해야되는 영역인지라 충분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선수 중에는 자신이 에이스 역할을 맡았을 때 더욱 불타오르는 타입이 있고 묵묵하게 퍼즐의 한 조각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쪽을 편하게 생각하는 유형이 있다. 웨스트브룩은 철저하게 전자다. 자신이 중심에 서서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것을 다할 때 능력 발휘가 더 잘된다. 에이스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만 역할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즐기는 타입임은 분명하다.


사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시절까지만해도 플레이의 호불호를 떠나 대단한 선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018~19 시즌 이후 휴스턴 로키츠, 워싱턴 위저드, LA레이커스, LA클리퍼스 등 많은 팀을 오갔는데 이 당시를 기점으로 위상이 팍 꺾여버렸다. 대부분 한시즌의 동행으로 끝났을 정도로 짧게 있다가 떠났다.

 


왜 그랬을까? 웨스트브룩이 팀성적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면 잡았을 것이다. 그렇지않기 때문에 다들 쉽게 포기했다고 볼수 있다. 물론 당사자 웨스트브룩 역시 해당 팀들과의 동행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모든게 자신 위주로 맞쳐졌던 썬더와 다른 팀들과의 온도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짧은 시간동안 웨스트브룩에 대한 평가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언제부터인가 각팀들의 주요 영입 대상 후보에서도 제외되는 모습이었다. 그런 점에서 올시즌을 앞두고 덴버로 둥지를 옮긴 것은 웨스트브룩과 덴버 모두에게 윈윈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일단 덴버는 즉시전력으로 뛸 선수가 너무 부족한 팀이다.


현 시대 최고의 선수 니콜라 요키치(29‧211cm)를 보유한 지지난 시즌 우승팀이지만 매년 전력보강은 커녕 있는 선수들마저 빠져나가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요키치가 웨스트브룩을 원한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팀들이야 웨스트브룩과 팀의 궁합이나 시너지효과 등을 면밀히 체크하겠지만 덴버는 다르다.


자말 머레이, 애런 고든 등 주전들은 매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경기력 기복역시 심하다. 벤치 전력 역시 최하위권이다. 이런저런 것 따질 것 없이 제대로 뛸 선수 자체가 부족하다고 보는게 맞겠다. 덴버 입장에서는 웨스트브룩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떻고 저떻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서로간 좋은 모습이다. 현재 덴버는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서 머레이, 고든까지 부상으로 빠져있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7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경기를 124-122로 잡아냈다. 썬더는 올시즌 초반 최고의 팀중 하나다. 그런 팀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23득점, 20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명불허전의 활약을 펼친 요키치야 새삼스럽지도 않다. 눈에 띈 것은 웨스트브룩이었다. 팀 내 최다인 29득점을 쏟아내며 요키치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덴버의 최대 약점은 주전이 빠졌을 때 뚝 떨어지는 공격 생산력이다. 특히 이날같이 머레이, 고든이 모두 빠지게되면 그야말로 답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웨스트브룩이 있다. 주전이 결장하면 빈자리를 채워주고 상황에 따라서는 벤치에이스로도 활약해 줄 수 있다. 덴버에서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있을테니 지금처럼만해줘도 모두가 만족스럽다. 현재 웨스트브룩은 8경기에서 평균 12.4득점, 4.9어시스트, 4리바운드, 1.8스틸을 기록중이다.


개인기록은 아쉬울 수 있겠으나 어쩌면 올 시즌이 그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덴버의 아쉬운 선수층을 전천후로 커버해주며 좋은 성적에 기여한다면 또 다른 의미의 훈장을 달 수도 있다. 과연 덴버와 웨스트브룩은 현재의 궁합을 시즌 끝까지 가져가며 윈윈 할 수 있을까? 아직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느낌은 좋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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