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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실험을 통한 우연한 발견, 역사를 바꿔놓기도 한다.

내야수 윤도현(21) 활용법 실험에 나선 KIA 타이거즈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단순한 가능성 테스트를 넘어 오랜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 오르고 있다.

KIA 벤치는 남은 페넌트레이스 기간 윤도현을 2루와 3루, 유격수 자리에 골고루 활용할 방침.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3루수로 나섰던 윤도현은 이튿날엔 2루수 글러브를 끼고 그라운드에 섰다.

윤도현의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동기생 김도영과 '전국구 유격수'로 각축을 펼친 바 있다. 프로 데뷔 후 김도영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선수로 평가됐다. 부상으로 성장이 정체됐지만, 그 가능성 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KIA의 판단.

페넌트레이스 조기 우승으로 판이 깔렸다. 한결 여유가 생긴 라인업 운영을 바탕으로 1군 무대에서 윤도현의 기량을 실험해보기로 한 것. KIA 이범호 감독은 “다방면으로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팀이나 선수 모두에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며 “윤도현의 미래 활용법을 구상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내야 어떤 포지션이 가장 좋을진 사실 퓨처스(2군)에서 확인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며 “1군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며 여러 포지션에서의 실험 배경을 밝혔다.

김도영이 먼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천재'라는 수식어는 윤도현에게 붙었을지도 모를 일. 뛰어난 타격 능력 뿐만 아니라 주루 센스까지 김도영과 흡사하다. 데뷔 후 3년 내내 부상을 겪으면서 정체된 성장 탓에 움직임은 조심스럽지만, 경험 여부에 따라 성장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타격은 1군 첫 선발 출전이었던 23일 삼성전 3안타로 증명됐다. 이 경기에서 윤도현에게 '도루 금지'를 지시했던 이 감독은 “일부러 하지 말라고 했다. 윤도현은 신이 나면 방방 뜨는 스타일이다. 김도영이 뛰는 모습을 보면 더 의욕을 앞세울 듯 해 '하지 말라'고 했다“며 “주루 스피드는 있다. 감각이나 상대 투수 모션을 빼앗는 방법은 조재영 주루 코치가 잘 안다. 노하우를 잘 주입시키면 잘 수행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도현이 어떤 포지션에 정착하게 되든 KIA는 오랜 고민을 풀 수 있게 된다.

내야 백업은 오랜 고민거리였다. 특히 유격수 박찬호-2루수 김선빈의 키스톤 콤비 조합을 대체할 만한 자원을 찾지 못했다. 3루 역시 1루까지 활용 가능한 변우혁이 있긴 해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 출중한 재능을 갖춘 윤도현이 뒤를 받치는 걸 넘어 로테이션을 이룰 수 있다면, KIA는 한층 더 강력한 뎁스를 구축할 수 있다. 남은 시즌 윤도현의 활약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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