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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미 김 빠져버린 포항 경기, 이대로 강행이 답인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배트민턴 협회에 작심 발언을 해 난리가 났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도 KBO에 쓴 소리를 내뱉었다. 평소 불만이 있어도 혼자 감내하는 스타일의 이 감독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다는 건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왜 2년 연속 두산만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제2 홈구장인 울산-포항 경기에 배정되느냐는 것이다.

안그래도 지난 주말 LG가 울산에 갔다 난리가 났다. 무더운 여름철,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운 경상 내륙 지역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여기에 울산은 인조잔디였다.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일 KBO 역사상 첫 폭염 취소가 나왔지만, 3일 경기를 강행했다가 선수들이 탈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오는 20일부터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3연전을 두산이 치러야 한다. 포항도 덥고, 인조잔디다. 선수단을 이끄는 이 감독 입장에서는 이 포항 3연전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더위 뿐 아니라 포항은 원정팀 식당도 없어 라커룸에 음식을 배치하고 선수들이 어렵게 섭취하는 구조라고 한다. 호텔도 마땅치 않아서 대구, 경주 등에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니 선수단이 더욱 힘들다. 이 감독은 이런 문제까지도 선수들을 대변해 항의한 것이다.

이 감독이 더 화가 나는 건, 지난해에도 울산-포항을 다 거치고 올해도 이 두 곳을 다 가는 구단은 두산 뿐이라는 점이다. 두산은 이미 지난달 울산 원정을 다녀온 바 있다. 야구장 시설, 숙소 등 모든 게 열악한 제2 홈 경기에 왜 두산만 배정되는 것일까.

이는 이 감독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제2 홈구장 경기는 구단이 지자체 지원을 받고 경기를 여는 게 일반적이다. 울산시, 포항시는 돈을 쓰고 지역민들에게 “이렇게 프로야구 경기를 유치했다“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MZ 세대 표현으로 구단에 시는 '광고주님'이다. '광고주님'이 원하는 민원 사항이 있으면, 구단들은 웬만하면 들어줘야 한다.

계약에 따라 주중, 주말 경기 등 배정이 달라지는 대신 일정을 보고 매치업을 고를 수 있는 식이다. 다른 팀보다, 당연히 '포항의 스타' 이 감독이 오는 게 포항시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현역 시절 포항에서 통산 400호 홈런을 때려냈다.

울산은 롯데의 제2 홈이지만, 여전히 이 감독의 잔상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울산은 지난달 두산, 그리고 8월 LG전을 원했다. '엘롯라시코'는 리그 최고 라이벌전 중 하나다. 구단이 '이 경기들을 제2 홈 경기로 잡아주십쇼' 하고 KBO에 승인 요청을 하면, KBO가 승인을 하는 것이다.

KBO도 이 때까지는 이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런 폭염이 찾아올 지 예상하지도 못했을 거고, 지자체와 구단의 요청을 묵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번 울산 폭염 사태에, 이 감독의 작심 발언으로 두산과 삼성의 포항 3연전은 열리기도 전부터 김이 빠지고 말았다. 주중 경기고, 그 때는 기온이 떨어질 수 있어 정상 개최 가능성도 있지만, 더위가 식지 않아 선수들의 탈진이 예상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경기를 밀어부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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