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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왜 거기서 오재일 대타를 냈는지 엄청 놀랐어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의 신들린 대타 작전? 결과는 성공이었다. KT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단판 승부에서 이긴 KT는 마지막 남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2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승부처는 8회말이었다. 이날 KT는 7회까지 꽉 막혀있었다. 1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선제 솔로 홈런 외에는 득점이 없었다. 득점 기회 자체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고, 투수들이 결정적일때 실점을 허용하며 1-3으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이다.

그리고 8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이 노경은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날 경기 처음 찾아온 선두타자 출루였다.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SSG 벤치가 투수 교체를 했다. 노경은을 내리고 김광현이 투입됐다. 좌완 선발 요원 김광현이 불펜 투수로 깜짝 투입됐다.

그때 KT 벤치도 대타를 기용했다. 1번타자 김민혁 타석에서 대타 오재일이 나왔다. 다소 의아한 선택이었다. 좌타자인 오재일을 좌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냈다. 오재일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2할4푼7리(77타수 19안타)에 그쳤다. 김광현을 상대로도 아주 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았다. 2020시즌 이후 5시즌간 김광현과의 상대 전적에서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고,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4타수 1안타(2루타 1개)에 그쳤다.

더군다나 김민혁은 최근 팀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타자. 정규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37타수 18안타 타율 4할8푼6리로 5할에 가까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체력적으로 지친 로하스를 2번 타순으로 내릴 수 있었던 이유도 김민혁이 1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3경기에서는 혼자서 안타 10개를 몰아치면서 KT의 5위 희망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물론 이날 김민혁의 감이 좋지 않았다. 엘리아스에 가로막힌 김민혁은 3번의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삼진-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이강철 감독의 오재일 기용은 과감한 '감'의 선택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지켜보던 로하스도 깜짝 놀랐다. 경기 후 로하스는 “오재일 대타에 많이 놀랐다. 김민혁이 지금 타격감이 가장 좋은데, 감독님의 선택이 어떻게 보면 모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들어맞았다“며 웃었다.

작전은 성공했다. 오재일이 김광현을 흔들리게 만드는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고, 로하스가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영화처럼 완벽한 해피 엔딩이었다. 로하스는 “감독님은 정말 천재다. 팀에서 가장 잘치는 타자를 바꾼다는 생각을 할때 어떤 결심을 했을텐데 결국 성공하지 않았나“며 극찬했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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