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3 23:32:35]
새로운 시즌을 앞둔 KBL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가드 대전이다. 각 팀들이 비시즌 선수 보강에 열을 올리면서 대부분의 팀들이 수준급 앞선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이에 벌써부터 가드진들의 열띤 경쟁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다가오는 시즌 KBL 10개 팀의 가드진을 살펴보자.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여전한 강호들
현재 10개 구단 가드진의 상황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모든 팀들이 수준급의 가드진을 갖추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드진에 큰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팀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들의 경우 이미 가드진이 안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SK의 경우 김선형이라는 리그 정상급 가드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1988년생인 김선형은 여전히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보이면서 SK의 가드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2022-2023시즌 평균 16.3점 6.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김선형이다. 당시 김선형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면서 활약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의 경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김선형이다.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김선형은 정상적이지 않은 몸으로도 최선을 다했으나 직전 시즌의 퍼포먼스를 재현하지 못했다. 출전 경기 수도 54경기에서 35경기로 줄었으며 기록은 10.3점 4.5어시스트로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자존심에 금이 간 김선형은 이번 비시즌을 누구보다 성실히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실시된 팀의 체력훈련에서 전체 1위를 기록하면서 한층 달라진 몸 상태를 보이기도 한 김선형이다.
김선형은 “올해는 6강에서 바로 시즌이 끝나다 보니까 다음 시즌까지 시간이 되게 많더라. 오히려 이 기간에 잘 준비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훈련에 들어왔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김선형이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한 사이 급성장을 이뤄낸 오재현의 존재감 역시 든든하다. 오재현은 지난 시즌 평균 11.1점 2.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공격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존의 강점이던 수비력에 공격력이 더해지면서 점차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는 오재현이다.
비시즌 연습경기 도중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시즌 준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재현의 성장세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진다면 SK의 가드진은 큰 걱정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력 반등에 성공하면서 우승까지 차지했던 KCC 역시 가드진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호현과 정창영, 허웅 등 베테랑 자원들이 계속해서 팀을 이끌어가는 상황이다.
사실 KCC의 경우 가드진이 다른 팀들과 비교해 강점이라고 보기는 힘든 구성이다. 특히 1번 자리에 대한 갈증이 여전하다. 그러나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에이스 스토퍼로 맹활약을 펼친 켈빈 에피스톨라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마냥 약하다고 볼 수 있는 가드진은 아니다.
거기다 최준용과 송교창, 이승현 등 포워드진이 다른 팀들을 압도하는 KCC이기에 큰 걱정은 없다. 이번 시즌 디온테 버튼과 타일러 데이비스를 영입하면서 외국 선수 구성 역시 탄탄하게 마친 KCC다. 부상 변수만 없다면 리그 2연패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핵심 자원들의 복귀로 가드진이 더욱 풍부해진 팀들도 있다. 우선 정관장의 경우 지난 시즌 처음으로 가동됐던 박지훈과 최성원의 앞선이 건재하다.
박지훈은 지난 시즌 평균 12.1점 4.4어시스트의 기록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넘어서며 팀을 대표하는 가드가 된 박지훈이다. 비시즌 FA 권리를 획득한 박지훈은 정관장과 3년 5억 5,000만원의 금액에 재계약하며 계속해서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지난 시즌 평균 11.5점 4.1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최성원 역시 정관장에서의 2번째 시즌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정관장은 다음 시즌 도중 변준형이 상무에서 전역 후 복귀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가드인 변준형까지 정상적으로 합류한다면 정관장은 남부럽지 않은 가드진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전급 가드가 셋이나 포진하게 되는 만큼 이들의 역할을 얼마나 잘 배분하느냐가 정관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가드진의 물량만큼은 10개 구단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초반 결장하긴 했지만 복귀 이후 신인왕 후보에도 언급되며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던 박무빈이 자신의 2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 쏠쏠하게 활약했던 미구엘 옥존 역시 언제든 한 방을 터뜨려 줄 수 있는 선수다.
거기다 지난 시즌 초반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이탈했던 서명진 역시 건강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서명진은 “회복이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 상태도 많이 좋아서 운동을 딱히 안 쉬고 다 소화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느낌“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는 이번 비시즌 한호빈을 FA로 영입하면서 더욱 풍부한 가드진을 갖추게 됐다. 뛰어난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현대모비스의 가드진은 다른 구단들에게 위협이 되기에 충분하다.
KT의 경우 가드진에 다소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물론 리그 MVP 레벨의 선수인 허훈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도 허훈은 평균 26.6점 6.0어시스트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허훈 한 명의 존재감으로도 KT의 가드진 역시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러나 허훈의 뒤를 받칠 수 있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FA 시장에서 정성우와 최성모가 이적을 택하면서 가드진의 뎁스 자체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상당히 줄었다. 허훈의 쉬는 시간을 벌어 줄 가드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 만에 하나 허훈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KT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KT가 새로운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달프 파노피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파노피오는 수비와 속공에 강점이 있는 유형의 선수. KBL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허훈의 짐을 덜어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변화 가져간 팀들
이처럼 지난 시즌의 구성에서 크게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팀들이 있는 반면, 크고 작은 변화를 통해 가드진의 전력을 더욱 상승시킨 팀들도 존재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DB의 경우 가드진의 핵심인 이선 알바노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알바노는 아시아쿼터선수의 연봉 상한액인 19만 5,000달러에 DB와 2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다음 시즌에도 원주 팬들 앞에서 활약을 이어나가게 됐다.
지난 시즌 알바노는 KBL 무대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5.9점 6.6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정규리그 MVP를 따냈던 알바노다. DB는 그런 알바노와의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가드진의 큰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DB는 비시즌 김시래와 이관희를 새롭게 로스터에 추가했다. 김시래의 경우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제한적인 롤을 수행한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베테랑 자원이다. 거기다 이관희 역시 언제든 한 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선수. 두 베테랑의 합류로 DB의 가드진은 한층 두터워졌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뛰어난 패싱 능력을 지닌 유현준 역시 뒤를 받치고 있다. 두경민을 떠나 보낸 것은 큰 타격이 되지 않을 전망. 어차피 두경민은 더 이상 DB의 유니폼을 입고 뛰기 어려운 선수였다.
삼성은 이번 비시즌 가장 시끌시끌했던 팀 중 하나다. 일본에서의 도전을 마친 후 KBL 컴백을 선언한 이대성을 전격 영입하면서 가드진의 전력 자체는 순식간에 업그레이드가 됐다.
다만 이대성의 컴백 과정이 다소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당초 2년 이상의 해외도전을 명목으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자유 신분을 획득했던 이대성은 단 1년 만에 KBL로의 컴백을 선언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대성은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까지 진행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논란을 낳으며 이대성을 영입한 삼성이지만 그 효과를 첫 시즌에는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대성이 비시즌 훈련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 첫 시즌에는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의 모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LG는 이번 비시즌 아예 판을 새로 짠 수준의 대변혁을 가져갔다. 우선 DB와의 트레이드로 이관희를 보냈고 동시에 소노와도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이재도를 떠나보냈다. 도관희 듀오를 해체하면서 LG가 영입한 선수들은 두경민과 전성현.
둘 모두 이름값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자원들이다. 그러나 두경민과 전성현 모두 분명한 리스크가 있는 선수들이다. 우선 두경민은 가는 곳마다 팀원들 혹은 구단과 불화를 일으키면서 트러블메이커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 선수다. LG에서도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순식간에 팀 케미스트리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또한 두경민은 최근 무릎과 허리 등에 연이은 부상이 발생하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부상과 관련해서는 전성현 역시 자유롭지 않은 상황.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던 전성현은 전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건강할 때는 리그 MVP가 거론될 정도로 위협적인 슈팅 능력을 뽐내는 선수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건강 회복이 중요하다.
2시즌 연속 4강 무대에서 탈락한 LG 입장에서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두경민과 전성현의 영입은 그야말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잘 풀린다면 LG는 우승 도전에까지 나설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지만 새롭게 영입한 두 선수가 기대치만큼 활약하지 못한다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성공적으로 KBL 무대에 안착한 유기상과 자신의 3번째 시즌을 맞이할 양준석의 성장은 LG가 바라고 있는 부분이다. 새롭게 영입한 두 베테랑과 이들이 신구조화를 적절하게 이뤄내는 것이 LG가 기대하는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소노는 지난 시즌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인 이정현의 존재감이 든든하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평균 22.8점 6.6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면서 막기 힘든 수준의 선수로 성장했다. 소노의 성적이 조금 더 좋았다면 MVP 가능성 역시 존재했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이정현이다.
거기다 소노는 앞서 언급한 LG와의 트레이드로 이재도를 새롭게 로스터에 추가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이정현이 해야 할 몫이 너무나 많았다면 이번 시즌에는 이재도의 영입으로 이정현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재도는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튼튼한 몸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이재도와 이정현이 함께 첫 시즌을 보내는 만큼 이들의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승기 감독이 이재도를 벌써 3번째 지도하며 누구보다 이재도를 잘 아는 감독인 만큼 이에 대한 해법 역시 찾아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성현의 이탈로 생긴 3점슛 공백을 문제없이 메우는 것 역시 소노에게는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가드진의 저력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팀이다. 우선 지난 시즌 팀의 원투펀치를 형성했던 김낙현과 샘조세프 벨란겔의 존재가 든든하다.
김낙현은 지난 시즌 전역 후 곧바로 팀에 합류해 경기를 소화하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착실히 훈련을 소화하고 맞이할 이번 시즌에는 한결 나아진 퍼포먼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난 시즌 확실한 성장세를 보인 벨란겔 역시 한국가스공사가 믿는 구석이다. KBL 첫 시즌 평균 7.0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던 벨란겔은 지난 시즌 평균 12.6점 3.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어느덧 KBL 3번째 시즌이 될 이번 시즌에도 벨란겔은 한국가스공사의 가드진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한국가스공사는 KT에서 FA로 풀린 정성우를 새롭게 로스터에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정성우는 한국가스공사와 4년, 4억 5,000만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하면서 FA 대박을 터뜨렸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지닌 정성우는 경험을 더하면서 공격력까지 확실하게 장착한 가드 자원이다. 따라서 한국가스공사는 김낙현과 벨란겔, 정성우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가드진을 가동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이처럼 각 팀들의 가드 전쟁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가드진만 놓고 보면 어느 팀이 우위를 점한다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팀들이 매력적인 가드진을 보유한 채로 시즌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 중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는 팀은 여전히 6개 팀 뿐이다.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될까. 다음 시즌을 뜨겁게 달굴 KBL의 가드 대전이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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