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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천식의 딸이라는 수식어요? 이제는 즐겨요.” IBK기업은행의 신인 세터 최연진이 웃으며 말했다.

2006년생의 178cm 세터 최연진은 올해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IBK기업은행 지명을 받았다. 장신 세터로 주목받은 자원 중 한 명이었다. 명세터 출신인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최연진은 인하대 감독이기도 한 최천식 해설위원의 딸이기도 하다. 최천식 위원은 선수 시절에도 거포로서 맹활약한 바 있다. 그도 역시 ‘배구 선수의 아들’이다. 부산 남성여고와 실업팀 동일방직에서 아포짓으로 활약한 박춘강 씨가 최연진의 할머니다. 최연진의 오빠도 배구선수다. 200cm 미들블로커 겸 아포짓으로 명지대에서 뛰고 있다. 3대에 걸쳐 배구 선수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 17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단상 위에 오른 최연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28일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최연진은 “사실 1라운드 지명을 생각하지 못해서 엄청 놀랐다. 놀랐던 마음도 있었고, 좋았기 때문에 조금 눈물이 글썽였던 것 같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엄마, 아빠 모두 고생 많이 했다고 하셨고, 가서 잘하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또 아빠는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열심히 해서 기회가 왔을 때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최연진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학배구 경기장을 다녔다. 배구를 시작한 것도 부모님이 먼저 권유를 했기 때문이다. 최연진은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서 대학교 오빠들이 배구를 하는 것을 보곤 했다. 부모님이 배구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을 하게 됐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힘줘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은 최연진. 세터로 나선 것은 중학교 1학년 이후였다. 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장신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장신 세터로서 기회를 얻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린 시절 배구를 하면서 ‘최천식의 딸’이라는 수식어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아니다. 최연진은 “어릴 때는 솔직히 부담이었다. 아무리 아빠와 포지션은 달라도 똑같은 배구다. 경기를 잘 소화하지 못하면, ‘아빠는 저렇게 잘 했는데 딸은 왜 저럴까’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즐긴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연진이 느끼는 세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이든 중간이 중요하다. 득점을 하나 만들어내는 데 있어 그 중간 역할을 세터가 한다. 이것이 제일 매력적이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에는 명세터 출신인 김호철 감독부터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중국 출신의 천신통, 김하경과 김윤우까지 있다. 최연진과 천신통은 신장도 같다. 팀에 합류한 최연진은 “학교랑은 확실히 다르다. 베테랑 언니들도 많다. 운동 자체도 다르다”면서 “언니들은 차분하게 플레이를 잘하신다. 잠깐 흔들려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한다.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은 손 모양을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삼각형 세 개를 만들라고 하신다. 엄지와 검지의 모양, 손날의 모양, 팔꿈치 모양이 모두 삼각형이 돼야 한다. 그렇게 바꾸고 있는 중이다. 아직 감독님 칭찬을 받지는 못했다. 올 시즌 목표가 프로 데뷔를 하는 것인데, 데뷔전에서 감독님 칭찬을 받고 싶다”면서도 “그런데 들어가서 긴장을 안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할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해외 배구 영상도 즐겨본다. 그 중에서도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의 세터 세키타 마사히로의 플레이를 자주 본다. 최연진은 “타이밍의 변화를 주면서 토스를 하기 때문에 상대 블로킹을 혼란스럽게 한다. 손에서 공이 빠져나가는 타이밍이 다르다. 정교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진도 프로 데뷔를 꿈꾼다. ‘최천식의 딸’이자 IBK기업은행의 세터 최연진의 힘찬 날갯짓이 시작됐다.

사진_더스파이크DB(이보미 기자, 박상혁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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