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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실 내 개인기록은 잘 모른다. 홈런을 많이 칠수록 왜 (그동안)홈런에 집착했을까 싶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1)의 통렬한 고백이다.

삼성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병호-전병우-구자욱(연타석)의 릴레이 홈런포를 앞세워 5대1 완승을 거뒀다.

특히 '캡틴' 구자욱의 연타석포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구자욱은 격렬한 세리머니로 라이온즈파크 현장을 열광에 빠뜨렸다.

구자욱은 1군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3할 타율 7번, 100타점은 1번 기록했다. 하지만 30홈런은 한번도 때리지 못했다. 커리어 최다 홈런이 2021년의 22개다.

이날 맹활약으로 구자욱은 올시즌 타율 3할2푼2리 26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3할-30홈런-100타점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주장을 맡은 뒤로 개인 기록은 찾아보지 않는다. 지금 내가 홈런이 몇개인지, 타점이 몇점인지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왜 내가 그동안 홈런에 집착했을까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니까 결과가 더 좋게 나오고 있다. 30홈런 못해도 상관없다. 그저 가을야구, 좀더 높은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

이날은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래 첫 평일 매진이었다. 라이온즈파크는 어쩌면 삼성 구단의 흥망에서 반댓길을 걸어온 역사적 장소다. 삼성은 2002, 2005~2006, 2011~2014년 잇따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자처했다. 하지만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뒤로 가을야구에 오른 건 2021년 한차례, 그때도 플레이오프에 그쳤다.

구자욱의 1군 커리어 또한 2015년부터 시작된다. KT 위즈로 이적한 김상수가 '왕조의 막내'라면, 구자욱은 '망국의 후계자'다.

현재 정규시즌 2위를 기록중인 삼성에게 올해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새 구장 개장 이래 첫 한국시리즈를 홈팬들에게 선물하고픈 마음이 선수단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다보니 덕분에 팬들이 더 좋아해주시고, 찾아오시고, 또 재미있게 응원하시는 것 같다. 요즘 보면 팬들 표정이 예전하고 좀 다르다. 전보다 여유가 있고, 더 즐겁게 보신다.“

구자욱은 “요즘은 관중석을 보면 고마운 감정이 차오른다. 정말 멋진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며칠 전부터 매진이라는 얘길 듣고 많이 놀랐다. 선수들도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 이렇게 팬들이 찾아오시는데 이기자 이기자 이런 분위기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삼성은 팀 홈런 1위(158개)를 질주중이다. 2위 NC 다이노스(148개), 3위 KIA 타이거즈(145개)와도 제법 차이가 난다.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홈런치기 좋다는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팀다운 모습을 올해 들어 비로소 보여주는 셈이다.

구자욱은 그 공을 박진만 감독과 다치바나-이진영 타격코치에게 돌렸다. 그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요구하는 스타일을 우리가 잘 따라가는 것 같다. 사실 망설이면 칠 수 없는 게 홈런이다. 자신있게 스윙을 돌리려면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고참 강민호 형이 많이 도와주고, 또 박병호 형이 새로 오면서 선수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 투수들도 김재윤 형, 임창민 형 다 열심히 던져주시고, 원태인이 중간에서 잘해주고 있다. 김영웅 이성규 김지찬 이재현 같은 친구들이 또 골고루 잘해주고 있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다.“

주장이 된 뒤로 적극적인 스킨십을 펼치는 구자욱이다. 그는 “사실 그런거 잘 못하는 성격인데, 야구장 안에서는 연기를 많이 한다. 솔직히 힘들다. 스트레스가 좀 있지만, 내가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올리려면 내가 먼저 움직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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