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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왕 하는거 꼭대기 올라가야죠. 애국가 울리고 싶습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용인시청)은 자신감이 넘쳤다. 우상혁은 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전에서 2m27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2m27를 넘은 선수가 우상혁을 포함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예선은 2m29를 넘는 선수는 모두 결선에 나서고, 2m29를 넘지 못한 선수들 중 순위를 가려 결선에 나선다. 우상혁은 3위로 예선을 마쳤다.

경기 후 만난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것 50% 보여줘서 기쁘다. 한국에서 저녁 시간에 응원해 주신 분들께 기쁜 하루를 보내드리게 한다는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메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예선전, 물론 100%의 힘은 아니었지만 우상혁의 몸은 가벼워보였다. 그룹A에 속한 우상혁은 14번째로 뛰었다. 첫번째 2m15를 한번에 뛰어넘었다. 다른 라이벌도 손쉽게 통과했다. 다만 몸상태가 좋지 않은 '디펜딩 챔프'이자 '유럽챔피언' 장마르코 탐베리는 첫번째 시기를 건너 뛰었다. 두번째 2m20도 가볍게 넘었다. 탐베리도 처음 나서 무난히 넘었다. 2m36으로 올 시즌 랭킹 2위인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는 3번째만에 2m20을 기까스로 넘었다.

흐름을 탄 우상혁은 거침이 없었다. 2m24도 첫 시기만에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우상혁은 가볍게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축했다. 탐베리는 바를 건드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켰다. 2m20을 건너 뛴 셸비 매큐언(미국)도 이 높이를 쉽게 넘었다. 저번 해리슨(미국)은 세번의 시도에도 2m24를 넘지 못했다.

2m27가 첫번째 고비였다. 우상혁은 이 높이에서 처음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두번째 시도만에 깔끔하게 성공했다. 변수도 있었다. 탐베리는 끝내 이 높이를 넘지 못했다. 바심은 도약을 준비하다 종아리를 잡고 쓰러졌다. 부상이 우려됐지만, 바심은 두번째 시도에서 성공시켰다. 우상혁을 비롯해, 바심, 매큐언, 커, 료이치 아카마츠(일본), 5명만이 이 높이를 넘었다. 우상혁은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번에 넘은 매큐언이 1위, 커가 2위를 차지했다. 커는 앞서 고전했지만, 2m27에서는 한번에 성공했다.

우상혁은 “진짜 준비한 것만큼 후회 없이 하자는게 목표였다. 예선도 결승 같이 결선도 결승 같이 뛰자는 마음으로 왓다. 후회 없이 마무리 잘 한 것 같아서 영광스럽지만, 파이널이 남았기에 오늘만 잘 즐기고 내일부터 휴식 잘 취해서 파이널에서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갈 생각“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다. 우상혁은 “파리에 온지 4주째인데 오늘 처음 보조 경기장을 밟아봤다. 보라색 트랙을 딱 밟았는데 감독님이랑 눈빛을 주고 받고 '오늘 좋을 것 같은데'라고 했다. 나와 잘 맞는 트랙이었다. 감독님이 준비한 것 의심 말고 후회없이 뛰면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계속했다“고 했다. 이어 “도쿄올림픽 후 수많은 트랙을 뛰었지만, 여기 트랙이 더 좋다고 들었다. 뛰어보니 딱 좋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지난 도쿄 대회서 무관중 경기를 치렀던 우상혁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이 10만 관중에 육박하는 스타디움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웠다. 대한민국 육상 선수로서 너무 자랑스러운 날이었던 것 같다. 파이널에서 더 자랑스럽게 뛸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변수가 있다. 바르심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물론 다시 일어나 예선을 통과했지만, 우상혁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우상혁은 “2m27 1차에서 걸렸던 이유가 바르심이 다치는 모습을 봤다. 그러고 나니 위축이 생기더라. 그래도 감독님이 의심 말고 똑같이 뛰라고 했는데, 오늘 점프가 제일 좋았다는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점프가 올해 들어 가장 좋았다. 진짜 가볍게 통과한 예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경쟁자들이 다소 부진했다. 해리스는 탈락하기도 했다. 우상혁은 “예상하기로는 2m27에서 결정이 날 것 같았다. A그룹이 빨리 진행되면서 바르심도 다쳤다. 아쉽기는 하지만, 나는 2m27이나 29를 넘겠다고 마음 먹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른 시간 경기를 한 우상혁은 “아침에 비가 살짝 오고 이른 시간 경기를 하니까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데 적응 못하는 선수도 있을거다. 나는 파리와서 4주정도 있었는데도 당일에 힘들더라. 이제 파이널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파리 사전 캠프에 들어온게 잘 맞아 떨어졌다. 계속 잘 왓다는 이야기만 했다. 환경적으로도 좋았고,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선수촌이 힘들다“고 했다.

우상혁은 마지막으로 “이제 회복을 누가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첫 점프를 뛰면 모든 선수들이 피로감에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제부터 음식도 잘 섭취하고,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게 중요“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머리 자르는게 빛을 발할 날이 왔다“며 “기록 이상을 뛰어왔고, 이왕 하는거 꼭대기 올라가고 싶다. 애국가 울리고 싶다“고 웃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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