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한엄지가 우리은행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은 11일부터 일본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12일과 13일 이틀간 W리그 강호 ENEOS 선플라워스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1차전에서는 46-75의 대패를 당했지만 2차전에서는 60-67의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분명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시즌에 BNK에서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한엄지도 2차전에서 36분 4초 동안 13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새로운 팀에 적응하고 있다. 1차전에서 3득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2차전 뒤 만난 한엄지는 “1차전 내 플레이는 빵점이었다.(웃음) 2차전은 그나마 1차전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수치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수비나 리바운드 등 안 보이는 걸 더 해야하는데 두 경기 모두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한엄지는 FA로 이적한 박혜진의 보상선수로 우리은행에 오게 됐다. 새롭게 이적을 하고 1주일 정도 손발을 맞춘 뒤 박신자컵을 치르고 연이어 일본 전지훈련까지 오게 됐다. 새로운 팀에 100% 적응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는 “사실 아직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게 맞나 싶고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도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빅맨이 적은 우리은행에서 그는 김단비, 박혜미 등과 함께 팀의 인사이드를 지켜줘야 할 선수다. 그 역시 이전 소속팀에서 많은 시간을 뛴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상 그가 단 1분이라도 코트에서 팀의 골밑을 지켜야 한다.








한엄지는 “이게 팀의 상황이고 현실이니 그냥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감독님도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득점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를 강조하시는데 가끔 내가 집중을 못해서 안될 때는 화를 내신다. 내가 고쳐야할 부분이다“라고 했다.


또 그는 “단비 언니와도 이야기를 한 부분인데. 과거 신한은행 시절에도 단비 언니와 내가 팀의 골밑을 책임져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서로 이야기한 게 180cm도 안 되는 센터가 있냐면서. 우리가 빅맨이 과연 맞느냐면서 뭔가 신세 한탄을 한 적도 있다.(웃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언니와는 하이로우 플레이도 나름 잘 되고 호흡이 맞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엄지는 이전부터 공격력이 두드러진 화려한 타입의 선수는 아니다. 대신 인사이드에서 신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다부지게 수비를 하고 리바운드를 잡고 슈터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궂은일을 하는 블루워커 타입의 선수다. 위성우 감독이 그에게 바라는 부분도 이런 점이다.


다만 우리은행에 온 지 얼마 안돼 선수들과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이번 일본 전지훈련과 시즌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그와 우리은행 선수단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한엄지는 “이적하고 나서 감독님이 나에게 주문하시는 게 화려한 것보다는 수비나 박스아웃, 리바운드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다. 일본에서 남은 연습경기들은 물론이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부분을 더 신경써서 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일본 선수들이 빠르고 힘도 좋은데 이런 선수들과 부딪치다보면 지금보다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욕심나는 개인 타이틀이 있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감독님이 시키는 걸 하기도 바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