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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2~3선발이냐, 4~5선발이냐. 과연 시장은 엄상백을 어떻게 바라볼까.

FA 시장이 열린다. 관심을 모으는 '최대어' 타이틀은 KT 위즈 프랜차이즈 스타 엄상백이 가져가는 모양새다.

최정이 FA 신청을 하지만, 이는 SSG 랜더스와의 계약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최원태가 라이벌이었지만, 올시즌을 망치며 가치가 뚝 떨어져버렸다. '특급 마무리' 김원중도 올시즌 부진으로 지난해 김재윤(삼성 라이온즈와 4년 58억원 계약)을 넘어서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엄상백도 성적, 그동안의 네임밸류 등으로 따지면 예년의 최대어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선수 '복'이다. 라이벌이 없어 시장에서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공급과 수요의 원칙이다.

1996년생으로 아직 젊고, 한 시즌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돌 수 있는 내구성이 최고 강점이다. 다만 올시즌 그의 성적만 놓고 보면, 평가가 극명히 갈린다.

일단 13승 타이틀은 너무 매력적이다. 리그 다승 공동 3위. 엄상백 위에는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뿐이었다. 탈삼진도 159개로 리그 전체 6위. 그 위로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 뿐이다.

하지만 이 13승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큰 투자를 하기도 뭔가 불안한 면이 있다. 2022 시즌 11승을 거뒀었고, 올해 13승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는데 사실 이 두 시즌 외에는 마땅히 존재감을 보여준 시즌이 없다. 즉 꾸준함 측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평균자책점이 이를 말해준다. 올시즌 13승을 따냈는데, 평균자책점이 무려 4.88. 유독 득점 지원을 많이 받았고 운이 따르는 경기도 많았다. 반대로 무너질 때는 확 무너지는 경기도 자주 나왔다. 똑같이 13승을 거둔 다승 공동 3위 엔스(LG, 4.19) 하트(NC, 2.69) 헤이수스(키움, 3.68)와 비교하면 평균자책점이 월등히 높은 게 사실이다.

엄상백의 커리어를 볼 때 그를 '토종 에이스'급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듯 하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확실히 갖춘 팀 중 확실한 토종 선발 자원이 부족한 팀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카드다. 15승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주며 10~12승 정도를 계산하는 팀들이 있을 것이다.

사이드암 치고 빠른 구속과 건강함을 인정해 2~3선발 역할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의외로 몸값이 많이 뛸 수 있다. 반대로 4~5선발 역할만 잘해줘도 '땡큐'라고 바라본다면 지난해 LG 트윈스와 4년 총액 50억원 계약을 체결한 임찬규보다 낮거나 비슷한 규모의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임찬규의 경우 옵션이 절반이기에, 보장액을 그보다 늘리면 임찬규보다 적어도 비슷한 계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애매한 커리어를 쌓다 FA를 앞두고 '뻥' 터진 게 임찬규와 엄상백이 많이 닮았다. 단, 옵션으로 동기부여가 생긴 임찬규는 올해 FA 첫 시즌 성공적인 첫 걸음을 뗐다. 엄상백을 노리는 구단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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