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4 13:43:48]
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하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오늘부터 매일 한 팀씩 알아가보도록 하자고.
두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험난한 리빌딩을 이어가고 있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야.
23-24 포틀랜드 REVIEW
정규시즌 : 21승 61패, 서부 15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07.6(29위)
수비효율지수: 116.6(23위)
공수효율마진: -9.0(28위)
오랫동안 서부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었던 포틀랜드는 작년 여름에 마침내 리빌딩을 시작했어.
포틀랜드의 심장, 데미안 릴라드의 트레이드 요청이 애매한 스탠스를 유지하던 포틀랜드를 바꿔놓았지.
릴라드의 '언해피'가 트레이드 협상에 불씨를 지피긴 했지만, 포틀랜드는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트레이드 협상에 임했어. 서둘러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간 손해만 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판단을 했거든.
당시 나온 보도에 따르면 포틀랜드에 조 크로닌 단장은 릴라드 트레이드와 관련된 구상을 구단 사무실 내의 화이트보드에 아예 써놓지 않았었다고 해.
구단 내부의 누군가가 그걸 보고 정보를 유출할 것을 우려했었기 때문이지. 대신 크로니의 개인 테블릿에 트레이드 협상 내용이 비밀리에 담겨 있었고, 그렇게 포틀랜드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릴라드 트레이드 협상을 천천히 진행할 수 있었어.
2023년 9월 28일, 트레이닝 캠프를 코앞에 두고 포틀랜드가 결국 방아쇠를 당겼어. 예상대로 데미안 릴라드 트레이드였지.
그냥 트레이드도 아닌 삼각 트레이드였어.
릴라드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밀워키가 우선적인 협상 상대였고, 여기에 디안드레 에이튼을 포기하고 싶었던 피닉스가 끼면서 판이 커진 거지.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트레이드 카드로 포함됐어. 릴라드를 필두로 디안드레 에이튼, 즈루 할러데이, 그레이슨 알렌, 유서프 너키치 등이 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됐지.
결과적으로 포틀랜드는 즈루 할러데이, 디안드레 에이튼, 투마니 카마라, 1라운드 픽 3장을 확보했고 '포스트 릴라드' 시대를 준비할 수 있게 됐어.
포틀랜드 입장에선 '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그해 6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대형 가드 유망주 스쿳 핸더슨을 지명한 상태였거든. 여기에 릴라드 트레이드로 디안드레 에이튼도 데려왔고.
앤퍼니 사이먼스, 셰이든 샤프 같은 기존의 젊은 선수들도 남아 있었고 제라미 그랜트까지 재계약했기 때문에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어느 정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어.
심지어 밀워키에서 데려온 즈루 할러데이는 보스턴에 말콤 브록던과 1라운드 픽을 받고 다시 팔아버리면서 조 크로닌 단장에 대한 리그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지.
문제는 이후 포틀랜드의 행보야. 정규시즌이 개막하고 보니 막상 경기력이 생각보다 너무 안 좋았거든.
가장 뼈아팠던 것은 3순위 유망주 스쿳 핸더슨의 부진이었어.
핸더슨은 드래프트 1년 전까지만 해도 빅터 웸반야마와 라이벌로 언급될 정도로 평가가 엄청나게 높았거든.
뛰어난 운동능력은 데릭 로즈, 자 모란트를 연상케하고, 볼 핸들링의 안정감과 림 근처에서의 마무리 동작 밸런스는 카이리 어빙과 유사하다는 평가였지.
제아무리 미국이 유망주를 띄워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도, 이 정도의 호평을 받기는 쉽지 않거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핸더슨의 기량이 너무 불안했어. 볼 핸들링을 활용해서 림 어택이나 패스로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질 못했거든. 점퍼도 빗나가기 일쑤였고.
28.4분 동안 8.8점 4.6어시스트 4.0턴오버, 야투율 34.6%, 3점슛 성공률 9.5%.
개막 5경기에서 핸더슨이 만들어낸 기록이야. 정말 끔찍하지?
이후엔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고 3주 만에 코트로 돌아와서 다시 뛰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경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게다가 수비도 불안해서 앞선에서 빠른 선수들에게 손쉽게 돌파를 당하거나 스크린에 덜컥 걸려버리기 십상이었지. 공수에서 그야말로 최악의 루키 시즌을 보낸 거야.
핸더슨만 문제는 아니었어. 안정적으로 뛰어줄 거라고 기대했던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도 바닥이었어.
5년 1억 6,000만 달러 계약의 첫 시즌부터 제라미 그랜트는 공격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코트 밸런스를 무너뜨렸어. 아이솔레이션을 즐기거나 공격 흐름과 무관하게 욕심을 부리곤 했지.
피닉스에서 더 많은 롤을 원했던 디안드레 에이튼은 형편없는 스크린 세팅과 약한 리바운드 이슈로 자멸했어.
이런 상황에서 천시 빌럽스 감독의 공수 세팅도 썩 매력적이진 못했어.
공격에서는 페인트존 어택이 사실상 사라졌고, 그 결과 점퍼만 던지다가 경기가 끝나버리곤 했어.(페인트존 득점 29위) 수비에서는 과감한 트랩과 헬프가 오히려 허점이 됐고.(노마크 캐치앤슛 시도 허용 2위)
가장 그럴싸한 구색을 갖춘 듯했던 포틀랜드의 리빌딩 첫 시즌은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됐어. 성적은 서부 꼴찌였지.
2024 여름요약: 농구는 못해도, 리빌딩은 계속된다
- 드래프트: 도노반 클링언(전체 7순위), 타일러 콜렉(전체 34순위)
- 트레이드: 데니 아브디야 영입(from 워싱턴)
- FA: 디본테 그래험(1년 261만 달러)
- 연장계약: -
- 주요 이탈: 말콤 브록던,
포틀랜드의 여름은 리빌딩 노선을 그대로 따라갔다고 할 수 있어. 2023년처럼 굵직한 이슈가 있진 않았지.
일단 드래프트에서는 도노반 클링언을 뽑았어. 미국 대학농구를 즐겨보는 팬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고 유명한 선수지.
올해 3월에 열린 NCAA 토너먼트에서 코네티컷 대학이 16년 만에 리핏을 달성한 건 다들 알고 있지? 그 중심에 있었던 빅맨이 바로 클링언이야.
신장 221cm, 윙스팬 233cm라는 어마어마한 신체 스펙을 가진 센터인데 특히 수비력이 일품이라는 평가야. 2대2 수비에서도 뒷걸음질을 치며 페인트존을 보호하고, 페인트존에서 헬프 수비로 상대의 림 어택을 잘 막아내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어.
여기에 공격에서는 핸드오프 패스와 스크린을 통해 핸들러들과 뛰어난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고 평가받고 있지.
디안드레 에이튼의 형편없는 스크린 세팅에 속이 탔던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대안을 찾았다는 평가야. 이번 드래프트가 흉작이긴 하지만, 실제로 클링언은 드래프트 직전에 1픽으로 뽑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선수이기도 하고. 클링언을 영입한 포틀랜드가 장기적으로는 디안드레 에이튼을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스라엘 출신의 윙 유망주 데니 아브디야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아브디야는 드래프트 당시엔 히도 터코글루와 비교되기도 했었던 영리한 핸들러 유망주야.(2020년 전체 9순위)
터코글루는 '돈치치 이전의 돈치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고, 실제로 훌륭한 농구 IQ와 좋은 핸들링 게임으로 2009년에 올랜도를 파이널에 올려놓았던 선수거든.
그런 터코글루와 비교될 정도였으니, 아브디야가 어떤 스타일의 유망주인지 알겠지?
워싱턴에서 데뷔한 뒤에는 사실 좀 성장통을 겪다가 지난 시즌에 14.7점 7.2리바운드 3.8어시스트, 야투율 50.6%를 기록하면서 재능을 만개하기 시작했어. MIP 투표에서도 6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세를 인정받았지.
포틀랜드는 올여름 아브디야를 데려오려고 말콤 브로그던에 드래프트 픽까지 워싱턴에 넘겼는데, 이런 선택을 한 데는 이유가 다 있어.
포틀랜드의 핸들러 공격이 지난 시즌에 엉망이었거든.
포틀랜드는 지난 시즌이 픽앤롤 볼 핸들러 공격을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이 시도한 팀이었는데(18.5%), 이때의 득점 생산이 리그 28위였어.(포제션당 0.817점)
한 마디로 핸들러들이 공격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는데, 득점은 쥐꼬리만큼 나왔던 거지.
여기엔 스쿳 핸더슨, 제라미 그랜트, 앤퍼니 사이먼스 같은 핸들러들 모두 책임이 있는데, 아브디야가 오면서 이런 이슈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 동시에 그랜트, 사이먼스의 무리한 샷 셀렉션은 좀 절제될 거고.
게다가 아브디야는 작년 가을에 맺은 4년 5,500만 달러의 연장계약이 이번 시즌부터 시작해. 올 시즌에 1,562만 달러를 받고 매년 연봉이 줄어드는 구조지.
아브디야를 상당히 저렴한 계약 속에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야. 기대를 충분히 가져볼만 한 거지.
24-25 주요 로스터
가드: 스쿳 핸더슨, 앤퍼니 사이먼스, 셰이든 샤프, 디본테 그래험, 라이언 루퍼트
포워드: 제라미 그랜트, 데니 아브디야, 마티스 타이불, 달라노 반튼, 투마니 카마라, 크리스 머레이
빅: 디안드레 에이튼, 도노반 클링언, 두옵 리스, 로버트 윌리엄스
포틀랜드의 KEY 넘버
- 58.7
: 지난 시즌 포틀랜드의 어시스트 생산 빈도는 58.7%에 머물렀어. 리그 꼴찌였지. 물론 어시스트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공격을 한다고 할 수는 없어. 하지만 현대농구에서 어시스트 빈도는 보통 페인트존 득점, 속공 득점과 정비례하는 경우가 많거든. 지난 시즌에 포틀랜드의 페인트존 득점은 29위, 속공 득점은 23위였으니까 어시스트 빈도와의 상관관계가 정확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어.
새 시즌 포틀랜드가 극악의 공격 효율을 개선하려면 어시스트 기반 득점 생산이 늘어나야 해. 그러려면 기존의 핸들러들은 물론 이적생 데니 아비디야도 분발해야 해. 빅맨들도 스크린과 핸드오프로 연계 플레이를 더 효율적으로 해줘야 하고.
지난 시즌처럼 밖에서 선수들이 각자 공을 만지고 따로 놀면서 슛을 그냥 팅팅 던지는 농구를 또 해서는 안 돼. 천시 빌럽스 감독도 이 부분을 분명 알고 있을 거야.
- 35.9
: 포틀랜드가 지난 시즌에 꼴찌를 차지한 기록은 한 두개가 아니야. 35.9는 지난 시즌 포틀랜드의 경기당 슛 컨테스트 횟수야. 역시 리그 전체 꼴찌였지.
위에서 포틀랜드가 노마크 캐치앤슛 허용 빈도가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는 이야기를 했었지? 이건 다르게 말하면 빠른 수비 로테이션을 통해 상대 팀의 슛 시도를 끝까지 막아내는 컨테스트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야. 경기당 35.9회의 슛 컨테스트 횟수가 그 내용을 단적으로 설명해주지.
게다가 포틀랜드는 지난 시즌에 상대 주요 외곽 공격수들을 막을 만한 믿음직한 수비수도 별로 없었어. 제라미 그랜트는 예전처럼 수비에 힘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고, 젊은 가드들의 수비도 불안했지. 그래서 투마나 카마라를 많이 기용했었는데, 아직은 좋은 수비수가 더 필요해보여.
수비력이 뛰어난 빅맨 도노반 클링언의 합류는 그래서 포틀랜드에 도움이 될 거야. 적어도 페인트존을 드랍 수비와 헬프 수비로 잘 커버해줄테니까. 그러면 앞선 수비수들의 안쪽 헬프 수비 부담이 줄어들테니 자연스럽게 외곽으로 적극적으로 컨테스트 수비를 할 수 있을 거야.
공수 모두 너무 아쉬웠던 지난 시즌의 포틀랜드의 농구가 새 시즌엔 어떻게 탈바꿈할지 지켜보자고.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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