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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LG 트윈스는 지난해 최대 강점이었던 불펜이 올시즌 오히려 약점이 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사실상 39세의 베테랑 김진성과 초보 마무리 유영찬 둘로 버텼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접전 상황에서 믿고 맡길 불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잘 던진다 싶어 리드 상황에서 올리면 어김없이 맞고 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기복이 심하다보니 갈수록 낼 투수가 없어졌다.

그나마 최근 수술 후 돌아온 베테랑 FA 함덕주가 제몫을 하면서 조금의 숨통이 틔였다. 이젠 선발이 6이닝을 막아주면 김진성-함덕주-유영찬으로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이 불펜진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가려면 너무 험난하다. 최근 KBO리그에선 경기 후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져 불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좋은 불펜 없이는 포스트시즌 약진은 없다.

지난해 LG도 선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력한 불펜으로 KT 타선을 막아내며 한국시리즈에서 1패 후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다. 불펜이 약하지만 선발이 강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달라진 LG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으로 돌아간 선발진이 있기 때문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한 구상을 밝힐 때 “플레이오프까지는 선발을 3명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발로 3명을 쓰고 남은 2명을 불펜으로 쓰겠다는 뜻이다. 최근의 긴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선발 3인 로테이션은 체력적으로 어려운 시스템이다. 시리즈가 4,5차전까지 길어질 경우 1선발이 사흘을 쉬고 4차전에 나와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 그러나 좋은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려 쓰게 되면서 LG는 불펜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LG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디트릭 엔스, 2명의 외국인 투수와 임찬규 최원태 손주영 등 3명의 국내 투수로 선발진을 갖추고 있다. 5명이 원활하게 시즌 내내 돌았다. 임찬규와 최원태가 부상으로 빠지기도 했지만 5명이 안정적으로 선발로 나선 팀은 LG가 유일했다. 그만큼 성적이 좋았다.

엔스는 30경기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츰 살아갈 길을 찾으면서 다승 공동 3위까지 올랐다. 임찬규와 최원태 손주영은 나란히 9승을 거뒀다. 모두 등판하면 5∼6회까지는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에르난데스도 충분히 좋은 구위와 제구력을 보여줬다. 가끔 실투가 장타로 연결되기도 하며 불안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구위는 확실히 좋다는 평가다.

염 감독은 이들 중 불펜이 어려운 최원태와 손주영을 선발로 고정시켰다. 엔스와 에르난데스, 임찬규 중 2명을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 염 감독은 상대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바꾸고 경기 상황에 따라 투수들의 보직 역시 바꿔가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는 선발에서 온 2명에 김진성 함덕주 유영찬을 더해 필승조 5명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선발을 뛰던 투수들이 2명이나 있기 때문에 만약에 선발 투수가 초반에 무너지면 곧바로 롱릴리프로 투입해 초반부터 막아낼 수 있다. 선발이 4,5회에 내려가더라도 4,5명의 필승조로 충분히 승리를 지켜낼 수 있다. 즉 선발 투수가 정규시즌 처럼 길게 던지려 체력 안배를 할 필요 없이 1회부터 전력피칭을 해도 된다는 뜻.

LG를 받쳐온 똘똘한 선발 5명이 포스트시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염 감독의 구상이 맞아 떨어지게 되면 LG는 1997∼1998년 이후 26년 만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도 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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