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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줬다. 손흥민과 긴밀한 사이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과연 손흥민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사건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로부터 명백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자국 TV프로그램에 나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답했다.

발언 직후 SNS에서 난리가 났다. 벤탄쿠르가 즉각 SNS를 통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토트넘이 미온적으로 움직이던 가운데, 프리시즌에 나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쏘니다. 손흥민이 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는 처리 중이고, 뒤에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 중요한 건 (대화가 아니라)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손흥민의 기분과 손흥민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이어 9월 '영국축구협회(FA)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로 벤탄쿠르를 기소했다'라는 보도가 나오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이번 사건 전체에 대해 논의했다. 두 선수 모두 서로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이미 벤탄쿠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했다. 손흥민도 자신과 가까운 동료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더이상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이어 “단순히 처벌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배우고 속죄할 수 있는 기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관용하는 사회에 대해 말하려면 벤탄쿠르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는 것처럼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있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한다. 벤탄쿠르는 훌륭하고, 환상적인 동료지만, 큰 실수를 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에게 속죄할 기회를 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로부터 배우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전히 벤탄쿠르를 감쌌다.

최근 손흥민의 몸상태가 좋지 않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호에 대한 생각이 크게 없는 듯 하다. 손흥민은 27일(한국시각) 카라바흐 FK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했지만, 우측 허벅지쪽에 이상을 느끼며, 후반 23분 교체아웃됐다. 공교롭게도 앞서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은 혹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많은 선수들이 적절한 말을 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때로는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확실히 경기가 많기는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중요한 것은 경기의 양보다는 질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보는 것보다 질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며 “선수들이 부상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아무도 그런 걸 원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기, 많은 이동. 우리는 스스로를 관리해야 하는데, 때때로 그것이 매우 어렵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면 부상의 위험이 상당히 커진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이런 부분들을 잘 관리해야 하고, 경기를 줄이는 것이 확실히 필요하다. 더 나은 경기의 질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또 “오해하진 마라,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고 경기를 뛰는 걸 즐긴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동과 경기 수가 많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맨시티는 일요일에 경기를 하고, 화요일에 또 경기를 했는데, 유연하지 않았다. 화요일 대신 수요일로 옮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모든 선수들이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공정하지 않다. 로드리도 올바른 말을 했다. 우리는 50~60경기를 뛰고 있는데, 70경기 이상을 뛰는 건 말이 안된다“고 부연했다.

'파업을 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결승에 진출해서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는 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플랫폼, 즉 형식은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쪽으로 되어 있다. 그건 선수들을 배려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분명히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선수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지난 몇년간 엄청난 혹사를 당한 손흥민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믹스트존에서 “괜찮다. 정말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괜찮다'가 아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32세다. 무리할 경우 더 큰 화가 될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햄스트링에 피로감을 느꼈다. 그래서 쓰러졌다. 하지만 부상인지, 단순한 피로감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손흥민을 지켜볼 것이다. 윌손 오도베르와 히샬리송이 부상이라 선택지는 제한됐지만 티모 베르너와 마이키 무어가 뛸 수 있다. 데얀 쿨루셉스키도 측면에서 뛸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상태를 먼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토트넘이 카라바흐전 승리를 거두며 기분좋게 시작했지만 손흥민의 맨유전 출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러한 가운데 그가 카라바흐전 초반부터 통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애초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중요한 일전을 남겨둔 상태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에이스를 무리하게 활용한 것이다. 그래놓고 맨유전 출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 괜찮다. 손흥민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내일 훈련하고 싶어 한다. 그때 (손흥민이 다음 경기에 나설지) 결정하려고 한다“며 부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물론 선수 출전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지만, 과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 보호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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