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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90억원을 그냥 쓴 게 아니겠지.

2022년 11월. 한화 이글스가 무려 7년 만에 선택한 외부 FA는 채은성이었다. 6년 총액 90억원의 투자. 파격적이었다. LG 트윈스에서 신고 선수 신화를 쓰며 좋은 타자로 인정받은 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런 거액 계약을 체결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화가 이런 특급 대우를 한 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다.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적도 없고, 타율도 2할 중후반대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채은성은 찬스에서 타점을 쓸어담는 해결사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그라운드 밖에서도 리더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지난해 타율은 2할6푼3리로 낮았지만, 그래도 홈런을 23개나 치고 타점 84개를 기록했다. 하위권 팀에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는 악몽이었다. 너무 부진했다. 개막 후 7연승을 할 때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팀이 추락하며 최원호 감독이 교체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한화는 김경문 감독과 손을 잡고, 안정을 찾고 있다. 주중 KT 위즈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파죽의 5연승이다. 5위 경쟁까지 승차가 분명 있지만, 따라 잡지 못할 차이도 아니다.

최근 한화 상승세에는 여러 수훈 선수가 있다. FA 계약을 맺고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안치홍, 참회의 불방망이를 선보이고 있는 하주석, 강속구 필승조로 거듭나고 있는 김서현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선수는 바로 채은성이다.

1일 KT전 1회 선제 스리런포에 3회 투런포까지 쳤다. 채은성의 이 홈런 2방으로 초반 승기를 잡은 한화였다. 최근 8경기 연속 안타. 특히 최근 5경기는 불방망이다. 28일 LG 트윈스전 홈런포를 시작으로 31일 KT전 홈런에 1일 2개를 더 몰아쳤다. 전 경기 타점이다. 한화가 기대했던 그 해결사의 모습이 다시 나오고 있다.

부진하다, 부진하다 했지만 홈런이 이제 12개고 타점도 61개로 늘었다. 1일 경기를 중계한 KBSN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채은성은 좋을 때, 안 좋을 때가 극명히 다른 선수인데, 지금은 정말 좋아 보인다. 몸쪽 공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수년 전까지 LG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누구보다 채은성을 잘 아는 박 위원이다.

기세를 탄 채은성이 20홈런에 80~90타점 페이스만 유지해준다면 한화의 가을야구 가능성도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면 한화의 거액 투자 이유가 뒤늦게나마 설명될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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