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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제가 하고 싶습니다.“

이달 초 KIA 타이거즈 관계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선수단 맏형 최형우(41).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4일 대구에서 열리는 사인회에 내가 참석하고 싶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

삼성 라이온즈와 KIA는 2~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진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달빛시리즈'라는 타이틀 하에 치렀다. 두 팀 연고지 애칭인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앞글자에서 따온 것. KBO리그 흥행을 견인하는 영-호남 대표 구단으로 팬들에게 향수와 더불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홈팀 삼성은 광주 도시 홍보 영상 뿐만 아니라 홈경기 시 KIA 선수 소개 영상을 그대로 상영하며 '달빛시리즈'의 의미를 되새겼다.

삼성은 3연전 마지막날인 4일엔 광주 동성고 출신인 이성규가 삼성팬 50명, KIA팬 50명을 초청해 미니사인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최형우가 직접 구단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참여 의사를 전한 것.

'사인회'는 경기장을 찾아준 고객인 팬에게 할 수 있는 당연한 서비스. 하지만 경기 직전에 훈련 및 식사, 휴식 시간을 쪼개 펼쳐진다는 점에서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선수들에겐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문제다. 다른 이도 아닌 선수단 내 최고참이 사인회 참석을 자청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친정팀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최형우는 2002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돼 프로에 입문했다. 한때 방출 설움을 겪기도 했으나, 재입단 후 피나는 노력 속에 재능을 꽃피웠고, '삼성 왕조'의 한축을 담당하는 중심 타자로 거듭났다. 2017년 KIA로 유니폼을 갈아 입으면서 대구를 떠났지만, 가슴 한켠엔 자신을 키워준 친정팀 삼성에 대한 고마움을 안고 있다.

최형우는 “삼성을 떠난 뒤 대구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두 팀이 좋은 취지로 여는 작은 행사 소식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자청한 사인회로 빼앗긴 시간과 경기 준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훈련보다 더 귀중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준비는 이제부터 하면 되는 것“이라고 씩 웃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최형우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뛰어난 실력을 증명하며 KIA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라운드 바깥에선 형님으로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고 있다. 자신을 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향한 애뜻함과 감사를 사인회 참석 자청으로 대신했다.

볼수록 매력 넘치는 해결사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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