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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200이닝 가까이 던졌는데, 즐거운 1년이었다.“

32경기 등판, 12승8패(완봉 1) 196⅔이닝, 평균자책점 3.84.

올해도 가을야구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에겐 스스로를 향한 물음표에 실력으로 답한 최고의 한해였다.

WAR(5.32,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포츠투아이 기준)은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5.82)보다 낮은 2위다. 경기를 압도하는 측면에선 하트에 비하기 어렵지만, 4경기 더 등판했고, 40이닝 가까이 더 던졌다.

가을야구 탈락이 이미 확정된 상황, 지난 1일, 시즌 최종전인 창원 NC전에도 출전을 자청했다. 그리고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생애 최고의 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시즌 전만 해도 윌커슨을 향한 시선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1989년생의 적지 않은 나이, 압도적인 구위보단 제구와 볼배합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 영향이 덜하다곤 하지만, 반대로 그 구위마저 흔들릴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투수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1년 내내 단 한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꾸준함으로 김태형 롯데 감독을 감탄시켰다. 올해 모든 투수들 중 최다 경기, 최다 이닝을 책임지며 듬직함을 과시했다. '사직 예수'라는 별명에는 그를 향한 신뢰감이 가득 담겨있다.

3.84의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올해는 타고투저의 해였다. 평균자책점 10위다. 토종 최고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3.87)보다 낮고, 규정이닝을 채운 외인 중 그보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도 3명이나 된다.

팔색조 스타일이라는 이미지에 비해 140㎞대 중반의 평균구속을 지닌 직구의 구위도 상당하다. 여기에 곁들여진 컷패스트볼-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가 일품. 올시즌 탈삼진 부문에서도 167개로 하트-헤이수스(키움 히어로즈)-반즈(롯데)-후라도(키움)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타자에게 볼넷을 주느니 홈런을 맞겠다“고 말할 만큼 대담하고 정교한 투구가 압권이다. 올시즌 볼넷이 27개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중 가장 적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피홈런(18개, 8위)보다 볼넷 수가 더 적었다. 시즌 후반부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며 늘어난 게 이정도다.

다만 적극적으로 존에 던지는 스타일이다보니 피안타(211개) 부문에서 1위다. 비슷한 스타일인 2위 박세웅(188개) 3위 후라도(185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보니 시즌 중에도 갑자기 연타를 맞으며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가 매년 뒤따른다는 점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수도 있다. 또 한국에 처음 올 당시 “진짜 야구를 할 수 있어 흥분된다“라고 말할 만큼 염증을 드러냈던 피치클락이 다음 시즌 프로야구에도 도입된다는 것도 약점이다. 롯데는 올시즌 압도적인 피치클락 위반 1위(경기당 8.69개)팀이었고, 윌커슨은 그 중심에 있었다.

롯데는 올해도 에이스 역할을 책임진 찰리 반즈, 그리고 한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02개)을 세운 빅터 레이예스의 재계약에 우선 초점을 맞출 전망. 김태형 감독은 “강한 구위를 지닌 1선발이 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현실적으로 윌커슨-반즈만한 외인 투수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윌커슨은 시즌을 마친 뒤 “올해 200이닝 가까이 던졌는데, 꾸준히 기회를 주시고 건강하게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단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내가 마운드에 오른 날 레이예스의 대기록을 보게 되서 기쁘다. 고승민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숨은 MVP“라며 기뻐하는 한편 “팬 여러분들 덕분에 한 해를 즐겁게 보냈다. 팀원 모두가 이야기 하지만 롯데자이언츠 같은 팬은 어디에 가도 볼 수 없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인사도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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