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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동렬 류중일 김태형, 그리고 이범호.

KBO리그 첫 '80년대생 감독'이 역사를 썼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부임 첫 해인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오르면서 대선배들이 쓴 '부임 첫 해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앞서 부임 첫 해 우승을 맛본 세 감독이 이른바 '왕조 시대'를 만들었던 점을 돌아보면, 이 감독의 이번 우승이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다.

올 시즌 KIA가 우승 후보로 꼽혔던 건 사실.

토종 3선발에 외인 원투 펀치까지 선발 로테이션이 확고하고, 불펜의 양과 질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소위 거를 곳이 없는 타선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들을 뒷받침할 백업 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이런 전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우승의 관건으로 여겨졌다. 5년차 막내 코치에서 내부 승격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이 과연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도 변수였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이 감독은 '웃음꽃 야구'를 전면에 내걸었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게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팀이 호성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분위기'를 말한다. 즐겁고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유연한 플레이와 호성적도 뒤따른다는 것.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어떻게 가져갈지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감독은 전면에서 '웃음꽃 야구'를 실천했다.

'권위'를 내려놓았다. 훈련 때마다 그라운드 곳곳을 돌면서 선수들과 농을 주고 받고, 경기를 마친 뒤엔 선수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했다. 의견이 부딪칠 때엔 상대의 생각을 듣고, 수긍할 만하다 판단하면 받아 들이는 쪽을 택했다. 옆구리 부상을 했다가 복귀한 최형우는 “감독님과 의견이 부딪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부분 감독님이 져준다. 선수들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감사한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볍게만 팀을 이끈 건 아니다.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뒤엔 뒤돌아보지 않았다. 후반기 순위 싸움이 격화되던 시기엔 밤잠을 설치면서도 경기장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감독은 “경기 중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마음 속에 불이 날 때도 있다“면서도 “나 한 사람이 참고 고민해서 해결되고, 그래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미소를 띄웠다.

KIA는 최근 수 년 간 더그아웃에서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팀이다.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 명문팀 이면엔 무거운 분위기와 수직적인 팀 컬러에 대한 선입견이 컸던 게 사실. 하지만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 감독의 웃음꽃 야구를 계기로 완벽하게 원팀으로 뭉치는 결과를 만들었다.

'젊은 지도자'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증명한 KIA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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