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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잘못된 절차를 그대로 둬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절차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관계자는 3일 전날 있었던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선임관련 특정감사 중간발표' 후속 조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문체부는 2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발표를 통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최현준 감사관(국장)은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준수하였다고 주장하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 없는 자가 최종감독을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 불공정하며, 감독 내정 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서면결의, 위의 관련한 논란이 발생되자 허위 반박자료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 이후 7월 홍명보 감독이 새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가 이어지며 국민적 의혹이 증폭됐고, 문체부는 10여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을 꾸려 7월 29일부터 8월2일까지 예비조사, 8월 10~30일 실지 감사를 실시하고 현재 감사결과를 정리중이다. ▶클린스만,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및 기타 운영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10월 말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날 날 이례적으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중간발표에선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문책, 시정, 주의, 개선요구, 권고, 통보 등)는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며, 10월 말 나올 최종 감사 결과를 반영해 종합적으로 처분 수위를 결정한 후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 처분 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구체적인 처분 요구가 나오지 않은 이유다.

브리핑 직후 질의응답에서 최현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 선임이 무효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체육단체의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전문적인 분야다. 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의 여론과 상식과 공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처분의 강제성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감사관은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10월 말 나올 '처분 요구'에 관련자에 대한 징계요구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엔 “감사 결과 책임자에게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다. 감독 선임 문제뿐 아니라 관련된 분들이 많다. 최종 감사결과 발표 때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닌 범죄, 비위 혐의에 대해선 강력한 처분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

문체부는 감사결과 중간발표 직후 이 부분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문체부도 당연히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독립성' '자율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임과정에 절차상 위반이 있고 시정의 필요성이 있지만, 축구협회의 전문성,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는 영역이기에, 문체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정해 요구하는 것보다 축구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선임과정에 문제가 있는데 '그냥 알겠다' 접수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개선해야 한다. '안할' 자율성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지에 대한' 자율성, 수단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자가 있는 절차를 그대로 둬도 된다는 게 아니다. 축구협회가 시정할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한 게 아니고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 마련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통상 문체부가 통보하는 경우, 피감기관은 개선조치를 마련해 문체부에 보고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만약 축구협회가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경우, 문체부는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대표 선임에 관여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 건뿐 아니라 다른 감사 사항들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간발표 때 구체적 처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10월 말 최종발표 때는 이를 종합해 문책 요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FIFA가 문제 삼았던 외국 사례를 보면 관선 이사를 파견하거나, 조직을 와해하거나, 회장을 갈아치우거나 같은 경우다. 우리는 내부 규정과 절차를 지켰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그건 '내정간섭'이 아니다. 감독을 바꾸라고 한 것도 아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으니 그 절차의 하자를 개선할 방법을 스스로 알아서 찾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11월, 문체부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7일 문체부 국정감사, 22일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단체 국정감사에 이어 25일 확정감사가 이어진다. 문체부는 25일 이전에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10월 말엔 대한축구협회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11월 초에는 체육단체 전반의 낡은 관행,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 종합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배드민턴, 축구 등 체육단체 감사 결과, 체육단체, 체육인 현장 간담회 등을 근거로 최저학력제, 스폰서십, 예산 배분방식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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