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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의 돌풍이 멈췄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은 경기였다.

국군체육부대가 27일 통영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준결승에서 대한항공에 0-3(22-25, 23-25, 21-25)으로 패하며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쉬운 경기였다. 매 세트 중반부까지는 대등하게 대한항공과 맞섰지만 막바지 한 방 싸움에서 밀리며 석패를 당했다.

패장 박삼용 감독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졌지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박 감독은 “이번 경기 같은 경우 그래도 나름 선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브 득점 같은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다보니 비슷하게 가다가도 뒤집는 흐름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리시브도 잘 버텼지만, 조금은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이날 3세트 도중 아웃사이드 히터로 코트를 밟은 정성규에 대한 코멘트도 남겼다. 박 감독은 “홍상혁이 강타를 때리려고 할 때 가슴 쪽에 조금 통증을 느껴서, 정성규를 대신 투입했다. 정성규는 높이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공격력이 좋다. 수비도 아주 나쁜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장 선수들이 전역을 하고 나면 홍상혁-홍동선-정성규가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활약해줘야 한다. 세 선수의 활용 방안을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겠다”며 정성규의 투입 이유와 그에 대한 소개를 들려줬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의 수확으로 임재영과 황택의, 홍동선을 언급했다. 그는 “수확이라면 아무래도 임재영을 꼽을 수 있다.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대한항공에서도 아마 임재영을 눈여겨보면서 앞으로의 활용법을 고민했을 것 같다. 황택의도 본인이 가진 기량을 충분히 잘 발휘했다. 홍동선은 그간 경기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세 선수를 칭찬했다.

으로 박 감독은 “선수들이 포상휴가 3일을 획득했다(웃음). 병장들은 쉽지 않겠지만, 일병 선수들은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전달받은 선수들의 휴가 허가증을 보여주며 유쾌하게 인터뷰실을 떠났다.

대한항공은 큰 체력 손실 없이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결승 무대에 올랐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26점을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고, 곽승석과 정지석의 탄탄한 수비로 국군체육부대의 화력을 봉쇄했다. 이제 다음 경기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면밀히 지켜볼 차례다.

승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국군체육부대는 역시 준결승에 올라올 자격이 충분한 팀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들의 정신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득점을 만드는 데 있어 조금 고전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 선수들은 해냈다. 결승에 진출할 수 있어 기쁘다”며 국군체육부대에 대한 존중을 먼저 표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리시브가 잘 이뤄지면 세터(황택의)가 경기를 잘 운영했다. 반면 우리는 약속된 플레이로 반격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끝까지 싸우려는 그들의 투지가 우리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다”며 자신이 느낀 국군체육부대의 강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좋은 활약을 펼친 요스바니에 대해 “최선을 다해줬다. 그를 최대한 활용하는 팀적인 시스템은 조금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요스바니는 잘해줬다”며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는 팀적으로 요스바니가 이번에 보여준 방식 말고도 팀적으로 다양한 공격에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긴 건 좋지만, 절대 만족이라는 건 없다. 더 배고파해야 하고, 새로운 무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며 다른 공격 옵션의 개방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제 컵대회의 마지막이다. 체력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마지막 날인만큼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순간을 위해 우리가 훈련을 하는 것이고, 선수들은 마지막을 위해 에너지를 조절할 능력이 있다”며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과연 대한항공 선수들은 이 신뢰에 보답하는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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