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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년은 보스턴 스포츠 팬들에게 그야말로 축제였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가 2007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NBA 보스턴 셀틱스까지 2007~08시즌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셀틱스같은 경우 파이널 최다 우승팀이다는 자부심과는 달리 1985~86시즌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오다가 22년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때 ‘해가 지지않는 왕조’로 불리던 보스턴은 래리 버드 시대를 끝으로 강호의 대열에서 점점 밀려나게됐고 화려한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만년 약체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보스턴의 겨울은 20년 넘게 강추위가 계속됐다. 반면 라이벌 LA 레이커스는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등을 앞세워 여러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대조를 이뤘다.


위기 의식을 느낀 보스턴은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통해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킨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시애틀 슈퍼소닉스에서 고군분투하고있던 '늑대왕' 케빈 가넷(48‧211cm)과 '만랩슈가' 레이 앨런(49‧196cm)을 영입하며 대 반격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 간판스타 '진실이' 폴 피어스(47‧201cm)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되자 더욱 크게 날개를 펼칠수 있게됐고 거기에 더해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1순위로 지명한 포인트가드 라존 론도(38‧185cm)가 주전급으로 성장하며 탄탄한 라인업이 완성된다. 1~4번 포지션이 모두 올스타급으로 채워진 것이다.

위기에 강했던 빅3, 이전의 반지 원정대와는 달랐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지금이야 상황이 달라졌지만 이전까지만해도 ‘반지원정대’로 불렸던 선수간 조합의 결과가 썩 좋지않았기 때문이다. 찰스 바클리, 칼 말론, 게리 페이튼 등은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루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을 강행했으나 새드앤딩에 울고 말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지적됐다. 일단 선수들의 이름값은 높지만 실질적으로 전성기가 지나서 합쳤다는 점, 거기에 더해 팀 시스템, 멘탈적인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빅네임간 조합은 분명 위력적이기는 하지만 한 팀의 간판급으로 군림했던 선수들이 뭉친다면 리더싸움은 물론 희생 정신이나 플레이 스타일 등에서도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않게 발생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서로 양보하고 맞춰주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는 커녕 ‘1+1=2’조차 창출해내기 쉽지않다.


하지만 보스턴 슈퍼 트리오에게 이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가넷, 앨런, 피어스는 한창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전성기가 완전히 꺾이지않은 상태였다. 그런 빅3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손발을 맞춰나갔고 이에 결성 첫시즌부터 결실을 거두게된다. 개인성적은 신경쓰지않은채 어떻게하면 경기에서 이길까에만 몰두했고 결국 보스턴은 22년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한다.

  


우승까지 가는 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동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그쳤던 이전 시즌이 무색할만큼 정규시즌에서는 66승 16패로 전체 1위의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서 난항을 거듭했다. 1라운드에서 정규시즌 37승 45패를 기록했던 애틀란타 호크스에게 원정 경기를 전부 내주는 등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겨우겨우 신승을 거뒀다.


2라운드에서 만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도 원정 경기를 전부 내주며 역시 7차전까지 갔다. 7차전에서 있었던 르브론 제임스와 피어스의 엄청난 쇼다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기억되지만 당시 보스턴 팬들은 ‘이러다 탈락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가슴을 졸여야만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난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상대로는 2차전에서 플레이오프 홈 전승이 깨져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3차전에서 바로 원정 전패 징크스를 지워버렸고 결국 4:2로 승리를 거뒀다. 힘겹게 올라간 파이널은 절대 내줄 수 없는 시리즈였다. 우승이 걸리기도했지만 전통의 라이벌 LA 레이커스와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1차전에서 피어스는 무릎을 다쳤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주저앉으며 보스턴 팬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라커룸으로 들어갔던 피어스가 다시 돌아와 3점슛을 연달아 꽂아넣자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세를 몰아 1,2차전 홈 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원정경기 3차전을 내줬으나 4차전에서 24점차 열세를 뒤집어내는 대역전극을 보여주며 사실상 시리즈 전체의 승기를 잡아낸다. 결국 홈으로 돌아온 6차전에서 무려 39점차의 대승을 거두며 22년만의 파이널 우승에 성공한다.

개인보다 팀! 우승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던 빅3

파이널에서 가장 빛난 별은 프랜차이즈 스타 피어스였다. 이를 입증하듯 파이널 6경기에서 평균 21.8득점, 4.5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파이널 MVP에 선정되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피어스는 투혼을 통해 분위기를 보스턴으로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었던 1차전에서 3쿼터 5분 49초를 남겨놓고 동료 켄드릭 퍼킨스와 부딪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갔다. 58-62로 뒤진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칫 팀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승에 목말랐던 피어스의 정신력은 놀라웠다. 그는 아픈 무릎을 이끌고 코트에 돌아왔고 부상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코트를 누볐다. 이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큰 자극을 주며 팀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게 만드는 불씨가 됐다. 이후에도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상대적으로 스몰포워드 포지션이 약한 레이커스를 유린했다.


보스턴 ´빅3´가 단 한 시즌 만에 손발을 맞추며 우승을 일궈낸 배경에는 피어스의 존재가 컸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개인간 기량이 빼어나다고해도 각자 다른 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짧은 시간에 융화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보스턴에는 피어스가 있었고 그는 터줏대감으로서 외부의 거물들이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도록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했다. 보수적인 보스턴 팬들이 팀 주축 선수들의 갑작스런 구성 변화에도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배경 역시 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당시 NBA 최고 플레이어가 가넷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그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는 선수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가넷은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NBA의 정상급 플레이어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고졸스타 성공신화의 스타트를 끊은 가넷은 큰 신장이 무색할 만큼 넓은 시야에 뛰어난 패스감각을 자랑했다.


사이즈 대비 드리블이 좋으며 미들라인에서의 점프슛 또한 위력적이었다. 단순히 큰 선수가 아닌 신장과는 상관없이 기량 자체가 탁월한 케이스로 개인 능력과 팀원을 살리는 능력을 모두 겸비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빅맨으로서의 위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센터까지 포함해 어떤 선수와 매치업되어도 쉽게 밀리지않았다.


3인방이 단 시간 내에 조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외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센터-포워드-가드라인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가넷의 공헌도가 컸다. 또한 이들이 빅3로 불릴 수 있었던 것도 가넷이라는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피어스와 알렌이 ´쌍포´는 될 수 있을지언정 네임밸류에서 NBA 최고 조합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넷이 있음으로 해서 상대팀들은 보스턴 3인방을 더욱 두려워했고, 전면전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가넷은 찰스 바클리나 칼 말론 등 앞서 활약했던 레전드 파워포워드들과 종종 비교되곤 했다. 최고의 실력과 상품성에 정규리그 MVP출신까지…, 여러 부분에서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없는 우승반지를 얻음으로써 차별화를 둘 수 있게 됐다.


우승을 위해 에이스의 위치를 버린 남자, 우승을 위해 3인자의 위치도 감사하게 받아들인 남자. 앨런은 우승 당시 빅3중 가장 각광을 덜 받았다. 리그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인 가넷과 프랜차이즈 스타인 피어스, 언론의 관심은 아무래도 이 둘에게 좀 더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팬들은 알고 있었다. 보스턴이 우승하게 된 배경에는 앨런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가넷이 체력고갈로 힘들어할 때도, 피어스가 부상으로 신음할 때도 변함없이 팀의 중심을 지켜줬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다양한 위치에서 팀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한 앨런이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에이스 본능이 끓어 넘치는 플레이어다. 단순히 3점슛에 국한되지 않은 채 거리를 불문하고 정확한 슈팅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전천후 득점기계다. 탁월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을 수도 있고 장대숲을 뚫고 폭발적인 덩크를 꽂아넣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앨런은 보스턴 이적후 스스로 자신의 화려함을 상당 부분 포기했다. 얼마든지 3점슛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으면서도 피어스가 더 좋은 위치에 있으면 그를 위해 패스를 마다하지 않았고 공격보다는 매치업 상대 수비에 더 힘을 쏟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이 아니어도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가 2명이나 더 있다는 이유도 작용했겠지만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가 없이는 불가능한 플레이였다는 평가다.


앨런은 자신의 득점보다 팀의 분위기를 먼저 감안했고 결코 슈팅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경기였던 6차전에서 파이널 사상 한 경기 최다 3점슛(7개) 성공 타이기록을 세웠고, 시리즈 3점슛 합계에서도 21개로 종전의 17개를 뛰어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스테판 커리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정규시즌 통산 최다 3점슛 기록도 앨런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앨런이 개인성적보다 팀을 먼저 챙겼다는 점에서 보스턴의 전력은 더욱 탄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보스턴의 팀플레이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시즌 우승 당시에도 보스턴은 개인보다 팀을 우선으로 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제이슨 테이텀(26‧203cm)은 어떤 팀의 에이스보다도 더 궂은 일에 헌신적이었으며 제일런 브라운(28‧196.2cm), 즈루 할러데이(34‧191cm), 데릭 화이트(29‧193cm), 샘 하우저(27‧201cm), 알 호포드(38‧206cm) 등 핵심 멤버들중 수비에 소홀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왜 보스턴이 역대 최다 우승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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