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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돌아보면 미안한 감이 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돌아보면 이 감독이 아닌 소크라테스가 고개를 숙여야 할 시즌이었다.

올해로 KBO리그 3년차에 접어든 소크라테스. 5월까지 시즌 타율이 2할 중반에 머무르자 '퇴출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당시 KIA는 힘겨운 선두 수성을 하고 있던 터. 파괴력 있는 외국인 타자를 데려와 탄력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상대 투수 파악이 완료된 소크라테스로는 중심 타선 꾸리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소크라테스를 믿는 쪽을 택했다. 타순을 계속 조정하면서도 1군 말소라는 극약처방을 쓰지 않았다. 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감만 잡으면 충분히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내다봤다. “날씨가 더워지면 잘 했던 선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감독의 믿음대로 6월 한 달간 타율 3할2푼9리, 5홈런을 기록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매달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하면서 결국 시즌 타율도 3할1푼까지 올라섰다. 사령탑의 꾸준한 믿음이 아니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반등.

가을야구를 앞둔 팀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주전 선수들에 일찌감치 휴식을 부여하는 건 흔한 일. 25일까지 페넌트레이스 전경기를 소화 중이었던 소크라테스에 한국시리즈 대비 휴식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감독이 돌연 고개를 숙인 것.

이 감독은 “본인이 뛰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타이밍에서 쉬게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고 평했다. 이어 “돌아보면 올 시즌 지명 타자 기회도 몇 번 주지 못했다. 미안한 감이 있었다. (1군 말소를 계기로) 잘 쉬고 한국시리즈에서 열심히 달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를 '소모품' 정도로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잘 해도 '언젠간 떠날 선수'라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시각은 달랐고, 소크라테스는 그 믿음에 보답하며 반등 뿐만 아니라 팀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에 일조했다.

KIA가 V12를 일구는 날, 어쩌면 소크라테스는 이 감독의 품에 가장 먼저 안길지도 모를 일이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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