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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더블헤더 1차전 선발 투수가 2차전에 구원 등판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5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5구 만에 헤드샷 규정에 의한 자동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손주영에 이어 8회초 구원 등판했다.

KBO리그에서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2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3명 있었다.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 소속 구동우가 6월 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⅔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게 최초다.

1998년엔 쌍방울 레이더스 소속 고형욱(현 키움 단장)이 8월 20일 대구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⅓이닝 1실점 후 2차전에 구원 등판,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999년 6월 20일엔 쌍방울 오상민이 전주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2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에르난데스가 8회초 마운드에 오르자, 3루측 두산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질세라 1루측 LG 관중석에선 큰 응원 구호로 응수했다. 에르난데스가 8회초를 삼자 범퇴 처리하자 두산 관중석에선 다시 야유가, LG 관중석에선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에르난데스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먼저 (1차전에서 헤드샷에 맞은) 허경민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불운하게도 공이 손에서 빠져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1차전 뒤 2차전에 불펜 등판에 대해 알았다“며 “선발답게 책임감을 갖고 던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동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두 번째 경기를 준비했다. (1차전 선발 등판으로 인한) 부담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헤드샷 변수가 만들어낸 진풍경, 진기록이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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