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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와 디펜딩 챔피언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폴란드와 프랑스가 한국 시간 1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1에서 2024 파리올림픽 남자배구 결승전 경기를 치른다. 앞서 치러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미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이제 이번 올림픽 남자배구의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만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타이틀부터가 한껏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경기다. 경기 시작 전 기준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에서 폴란드는 1위, 프랑스는 2위에 위치해 있다. 폴란드는 2023년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제패했고, 프랑스는 2024년 VNL을 제패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리를 늘 지켜온 강팀끼리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위상을 가진 대회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폴란드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무려 48년 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은커녕 은‧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실로 오랜만에 오른 결승 무대에서 ‘Again 1976’을 노린다. 반면 프랑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다. 구 소비에트 연방(1964-1968)과 미국(1984-1988)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인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두 팀 모두 토너먼트 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조별리그 때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조별리그에서 폴란드는 이탈리아에, 프랑스는 슬로베니아에 발목을 잡혔지만 이 1패가 오히려 약이 된 모양새다. 양 팀의 슈퍼스타 아웃사이드 히터 윌프레도 레온과 에르벵 은가페가 나란히 조별리그 때보다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결승에서 두 선수 중 누가 자신의 이름값을 실력으로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폴란드는 미들블로커 마테우스 비에니엑의 공백을 준결승에서는 큰 무리 없이 메우는 데 성공했다. 단연 노베르트 후베르의 역할이 지대했다. 미국의 테일러 에이버릴-맥스웰 홀트 듀오를 상대로 서브-공격-블로킹까지 빠지는 구석 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맹활약을 펼쳤던 VNL 때에 비해 폼이 조금 떨어진 니콜라스 르 고프와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바르텔레미 치넨예제를 상대로는 준결승보다도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도 있는 후베르다. 


프랑스는 8강 독일전에서 쟝 패트리를 대신해 코트를 밟았던 테오 포레의 활약이 토너먼트 라운드의 백미였다. 패트리는 VNL 때부터 꾸준히 프랑스의 공격 1옵션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도 사람인만큼 당연히 흔들리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포레가 독일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패트리가 흔들리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에 충분해보였다는 점은 프랑스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두 팀 모두 다양한 아웃사이드 히터 조합을 꾸릴 수 있는 팀이지만, 선발 조합은 레온-토마쉬 포르날과 은가페-트레버 클레베노 조합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클레베노의 활약 여부는 경기의 승패에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복이 너무 심했던 루아티 대신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 클레베노는 토너먼트 라운드 두 경기에서 37점을 퍼부었다. 공수 양면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클레베노를 억제하는 것이 폴란드에게는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공격수 포지션인 세터와 리베로들의 활약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이름값만 놓고 보자면 프랑스의 앙투안 브리자드-제니아 그레베니코프가 폴란드의 마르친 야누시-파벨 자토르스키보다 우위에 있는 듯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경기력은 야누시와 자토르스키가 한 수 위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브리자드의 경기 내 기복은 프랑스의 불안요소 중 하나다. 다만 준결승 경기 도중 가벼운 부상을 당했던 자토르스키의 몸 상태는 의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양 팀의 주전 세터가 흔들릴 때, 또는 더블 스위치로 코트를 밟게 될 백업 세터 벤자민 토니우티와 그제고르 워마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끝으로 언급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프랑스의 홈 어드밴티지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폴란드를 향한 야유는 프랑스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8강 독일전 4세트 24-21에서 나온 캐치볼 판정이나, 5세트에 토비아스 크릭에게 나왔던 다이렉트 레드카드처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홈 팀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판정이 결승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파리올림픽 남자배구는 단 한 경기만이 남았다. 폴란드가 48년 전의 영광을 적지에서 재현하게 될까. 아니면 프랑스가 안방에서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할까. 전 세계 배구 팬들의 시선이 파리로 모인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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