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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코치진과 선수들이 8개월 가까이 옆에 두고 지켜본 '맨유 출신' 제시 린가드(32·FC서울)는 겉멋 든 슈퍼스타보다 희생 정신으로 똘똘 뭉친 '한국형 선수'에 가까웠다. 린가드와 같은 시기에 스완지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빈 서울 주장 기성용은 3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한 포항전 미디어데이에서 “린가드는 워낙 유명하고 이름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개인을 내세우지 않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린가드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한다. 다시 한번 훌륭한 선수란 걸 느꼈다“고 했다. 올해 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은 “지금은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이 딱 한국 사람이다. 훈련할 때나 경기를 할 때 책임감있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게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엄지를 들었다.

지난 2월 린가드가 서울에 깜짝 입단할 당시만 해도 이같은 '내부 평가'가 나올 거라고 전망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은 “가고시마 전지훈련지에서 처음 만나 훈련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공항에서 FC서울 게이트가 어디냐고 묻더라. 맨유에선 전용기를 탔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린가드가 한국에서 적응해야 할 것이 비단 K리그 수비수들과 K-잔디만이 아니란 얘기였다.

5월 무릎 시술 후 한결 나아진 무릎 상태로 복귀한 린가드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K리그가 이 정도로 터프하고 힘들 줄은 몰랐다. 많이 뛰고 싸우고 노력하는 분위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쉬운 마음으로 온 것이 사실“이라며 “2경기를 뛰었을 때, 김기동 감독이 미디어를 통해 (나를)강도높게 비판했다. 그것이 정신을 차린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 자연스레 경기 템포, 스타일, 리듬에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다“고 말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맨 매니지먼트 덕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도 했다. 린가드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23경기에 출전해 5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린가드는 기성용이 6월초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넉달 넘게 결장한 사이에는 임시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자리를 오래 비워 죄송한 마음이다. 그 사이에 린가드가 선수들과의 관계나, 리더십으로 상당히 잘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린가드는 “지난 수원FC전에서 기성용의 존재가 정말 크다는 걸 다시 느꼈다. 나 말고도 라커룸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게 중요한 요소다. 기성용은 주장으로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 많은 가르침을 줬다“고 화답했다.

2019년 이후 5년만에 파이널A에 진출한 서울의 눈은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향해있다. 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36라운드에서 승리하면 ACL 진출권 획득 확률이 '95%'가 된다. 서울은 현재 승점 53점으로 4위, 포항이 승점 1점차인 52점으로 5위에 위치했다. K리그는 1~2위와 코리아컵 우승팀이 다음 시즌 ACL 엘리트에 진출하고, 리그 3위가 ACL2에 나선다. 군팀 김천 상무가 규정상 ACL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리그 4위까지 ACL 진출권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 린가드는 “처음 한국에 도착한 순간, 많은 환영을 받았다. 첫 홈 경기 때도 5만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팬들의 응원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관중이 많이 올수록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수호신(서울 서포터스)'을 위해서라도 ACL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열띤 응원을 당부했다. 올 시즌 서울은 홈 누적관중 43만4426명을 기록 중이다. 포항전과 10일 울산과의 두 번 남은 홈 경기에서 도합 6만6000명 이상이 모이면 50만 관중 돌파라는 대업적을 세운다. 미디어데이 직전까지 포항전을 분석한 김 감독은 부르튼 입술을 매만지며 “'시즌 초 성적이 좋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이 있다. 첫 번째 포항전에선 4골을 허용하고 졌는데, 이번 경기에선 기필코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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