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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지난 2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KIA 타이거즈 팬들은 우승 확정일이 되리라는 기대감 속에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 초반, 양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5회는 막아주리라 믿었던 양현종이 2⅔이닝 만에 홈런 3방으로 5실점 하고 조기 강판 됐다.

KIA 벤치의 판단이 궁금했지만, 답은 금방 나왔다.

KIA 이범호 감독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역전할 수 있는 불펜 카드들을 총동원 하기 시작했다.

선발 붕괴 시 예정된 카드였던 김도현이 5회까지 삼성타선을 틀어막는 사이 5회 3득점 해 5-5 동점을 만들었다. 6회부터 곽도규 장현식 이준영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총출동 했다.

결국 KIA는 2점을 보태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 후 이범호 감독은 '초반에 양현종이 5점 주고 빨리 내려갔고, 위기가 있었는데 어떤 생각을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여기서 잘 막아놓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성도 투수가 많이 없고, 많이 던졌고, 부상 선수들도 나오고 해서요. 도현이 뒤에 필승조 선수들 계속 붙여놓으면 분명히 따라갈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고 있는 경기에 승부를 거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내일이 없는 선택'을 했다. 물론 불펜을 소모하고 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도 남은 6,7차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상황 판단도 한 몫 했다.

11년 전인 2013년 역전 우승을 기대했던 삼성의 희망을 날린 승부사적 결단이었다.

당시 3승1패로 앞서던 두산은 5차전에서 1-4로 뒤지던 게임을 5-5 원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필승조를 아끼다 5대7로 패하고 말았다. 삼성에 4승3패 역전우승을 허용한 단초를 제공한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가 4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드라마틱한 역전극으로 7대6으로 승리했다. 0-5로 크게 뒤졌지만 5회 다저스 수비의 3차례 실수를 파고 들어 5-5 동점을 만든뒤 8회 2점을 내 승리를 완성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양키스를 제압한 다저스는 통산 8번째이자 2020년 이후 4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먼저 3승을 거둔 다저스는 신중했다.

30일 열린 4차전에서 승부를 걸지 않았다. 이날 프레디 프리먼의 선제 투런포에 힘입어 2-0으로 앞섰지만, 3회 앤서니 볼피에게 만루포를 맞는 등 역전을 허용하며 4대10으로 패했다.

다저스가 5회 2점을 올리며 4-5로 추격했으나 필승조를 투입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리드하지 못한 경기“라는 판단이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다저스 5회 실책이 없었다면 5차전 역전극은 쉽지 않은 확률이었다. 4차전에 이어 5차전까지 패해 2승3패로 추격을 당했다면 다저스 선수단은 긴장했을 것이다. 어쩌면 시리즈 제패를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비록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과연 4차전에서 필승조를 아낀 로버츠의 선택이 무조건 옳았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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