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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으라면 시선에 따라 의견은 달라질 수 있다. 농구는 결국 어느 팀이 더 많은 득점을 올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만큼 득점왕이 될 수도 있고, 주득점원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리딩, 패싱게임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혹은 리바운드를 가져가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포스트를 든든히 지켜주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공헌도가 높은 선수는 기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이를 입증하듯 시즌이 끝날 때 쯤이면 각종 타이틀이 훈장처럼 따라붙는다. 수비 등 기록으로 온전히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올 디펜시브 팀, 올해의 수비수 등으로 가치를 인정해주며 상황에 따라서는 파이널 MVP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해당 시즌 최고의 선수를 평가할 때는 정규시즌 MVP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 우승에 공헌하는 파이널 MVP도 대단하지만 후자같은 경우 이른바 깜짝 수상도 가능하다. 정규시즌에서는 평범한 식스맨 수준에 그쳤다가도 이른바 파이널 시리즈에서 미치게 되면 수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시즌 MVP는 깜짝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정규시즌 내내 잘해야만 한다. 파이널 MVP보다 정규시즌 MVP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이유다.

정규시즌 초대 / 복수 MVP 밥 페팃

NBA 정규시즌 MVP 역사에서 밥 페팃(92‧206cm)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중 하나다. 최초 정규 시즌 MVP이자 첫 복수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첫 빅맨 MVP, 첫 득점왕 출신 MVP 등 많은 의미를 달고 있다. 초대 MVP의 위엄이다. 선수생활 내내 애틀랜타 호크스의 전신 밀워키-세인트루이스 호크스에서만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름을 남긴 그는 4, 5번으로 뛰며 독수리 군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백인 빅맨은 운동능력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운동능력, 유연성, 스피드를 고르게 갖춘 활동적인 선수였는데 이를 입증하듯 첫 시즌부터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양대 고대 괴수로 불리는 빌 러셀, 윌트 체임벌린과의 매치업이 가능한 얼마 안되는 선수중 한명이기도 했다.


특히 1958년 파이널은 페팃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었다. 이때 호크스는 파이널에 올라 러셀이 이끄는 최강팀 보스턴과 맞붙었다. 패팃은 6차전에서 무려 50득점을 쏟아부으며 호크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우승은 현재까지도 호크스의 유일한 파이널 우승기록으로 남아있다.


1950년대 2번의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시대를 호령한 페팃은 뺴어난 득점력을 앞세워 통산 2만 득점을 넘겼으며 화려한 전성기 이후 본인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고 판단되자 1965년 30세의 나이로 미련 없이 은퇴했다. 1970년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으며 1980년 NBA 35주년 기념 팀, 1996년 '위대한 선수 50인', 2021년 75주년 기념 팀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호크스 역시 그의 등번호 9번을 영구 결번 중이다.
 


정규시즌 첫 흑인 MVP 빌 러셀

2022년 7월 31일, 88세의 나이로 빌 러셀(208cm)이 사망하자 NBA에서는 그의 등 번호 6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처리했다. 러셀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새삼 짐작 할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우승을 쓸어담았으며 현역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시민사회에서 인권 활동을 이어가는 등 모범적인 행보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1950년대 보스턴은 명장 레드 아워백의 지휘 아래 센터 에드 맥카울리와 포인트가드 밥 쿠지를 앞세워 신흥강호로 올라선다. 하지만 꾸준한 성적을 거뒀던 정규시즌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했는데 여기에는 당시 최강팀 시라큐스 내셔널스(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넘지 한 탓이 컸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아워백은 주전 센터 맥카울리에 클리프 헤이건까지 더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번픽을 확보하고 대학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빌 러셀을 지명한다.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었던 로체스터 로얄스(현 새크라멘토 킹스)는 이런저런 문제(동포지션에 올스타급 선수 보유, 경제적인 부분)가 겹쳐서 러셀 지명을 패스할 수 밖에 없었다.


러셀 효과는 엄청났다. 기존 간판스타 쿠지에 새로이 가세한 즉시 전력 기둥 러셀 그리고 될성싶은 떡잎으로 불렸던 동기생 토마스 윌리엄 '토미' 하인손, K.C. 존스가 커리어 초창기부터 맹활약했고 이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샘 존스, 존 하블리첵 등이 가세하며 보스턴 왕조가 탄생한다.


NBA 역사상 전후무후한 기록인 8연속 우승이 당시 보스턴의 위엄을 설명해준다. 여기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마음껏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준 러셀의 힘이 가장 컸다. 정규시즌 MVP 5회, 올스타 12회, 올해의 리바운드왕 4회 등 개인 성적도 대단하지만 파이널 우승 11회의 기록은 과연 깨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업적이다.

정규시즌 첫 가드 MVP 밥 쿠지

포인트가드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는가? 포인트가드를 넘어 역대 최고 스페셜 유닛 중 한명인 매직 존슨을 비롯 존 스탁턴, 스티브 내시, 제이슨 키드, 게리 페이튼, 스테판 커리, 크리스 폴 등 수많은 기술자들이 언급될 것이다. 그만큼 재능있는 선수가 많이 몰려있는 포지션이다.


자신만 잘하는 것을 넘어 동료들까지 살려줘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밥 쿠지(96‧185cm)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아니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이름이 남을 것이다. 최초 가드 출신 MVP 더 들어가 최초 포인트가드 MVP이기 때문이다. 보스턴 셀틱스 왕조하면 빌 러셀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쿠지 역시 빠질 수 없는 선수중 한명이다.


보스턴 셀틱스에서만 13시즌을 활약하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조의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철저하게 장신자 위주의 단순한 농구가 대세였던 당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술을 통해 단신 플레이어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이야 현란한 드리블, 화려한 패스는 가드 포지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않았다.


기술 수준도 부족했고 사령탑들도 가드가 전면에 나서서 휘젓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쿠지는 그런 시절에 현대 농구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당시에 드물었던 노룩패스를 거침없이 사용했으며 공격적인 롱패스로 단숨에 상대 수비진영을 꿰뚫었다. 현란한 드리블 실력까지 갖추고 있었던지라 수비하는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패스 마스터 쿠지가 있었기에 보스턴은 그 어떤 팀보다도 빠른 농구가 가능했고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속공팀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흐린 흑백 화면으로 남아있는 그의 플레이 영상은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전혀 예전 농구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야전사령관 중심의 농구를 정립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원체 패스 마스터로 유명해서 그렇지 개인 득점 능력도 빼어났다. 1952~53시즌 시라큐스 네셔널스와의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 경기가 대표적이다. 4번의 연장까지 갈 정도로 치열했던 이날 경기에서 그는 32개의 자유투를 던져 30개를 성공시키는 등 총 50득점으로 111-105 승리를 이끌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보스턴 셀틱스 SNS
​#그래픽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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