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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민태 코치님, 한용덕 감독님 덕분에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한화 이글스 주현상은 개막 때만 해도 필승조였다. 하지만 안정감을 보여준 그에게 사령탑의 신뢰가 쏠렸고, 결국 4월부터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사령탑이 교체된 뒤에도 그를 향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했다. 올한해 65경기 71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4패23세이브2홀드.

세이브 개수는 KIA 정해영-삼성 오승환-LG 유영찬-KT 박영현-롯데 김원중에 이어 6위다. 하지만 올해 볼넷은 단 8개 뿐이다.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독보적인 1위는 물론, 유일하게 10개 미만이다.

투수전향 6년만에 빛나는 독수리로 우뚝 섰다. 2군 투수에서 1군 추격조, 승리조, 필승조를 거쳐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청주고-동아대를 거친 주현상은 2015년 한화 입단 당시만 해도 내야수였다. 하지만 2차 7라운드(전체 64번)의 낮은 순번인데다, 1군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말 그대로 매년 겨울 입지가 불안한, 흔한 대졸 내야수 중 한명이었다.

우선 빠르게 군복무를 해결했다. 그리고 2019년, 어쩌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엿보이던 시기에 '투수 전향'이란 결단을 내렸다. 주현상은 “그때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 자신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마추어 때도 투수를 잠깐 했었다. 정민태 코치님이 '어깨가 좋으니 잘 안되면 투수 해봐라'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나중에 보고를 올리셨는지, 군복무 마치고 서산에서 몸 만들고 있는데 한용덕 감독님이 '투수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어떻게 할래? 네가 선택해라' 하시더라. 기왕 투수에 도전할 거라면 빨리 전향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주현상 본인 뿐 아니라 한화에게도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주현상은 2021년 이후 1군에서 50경기 안팎을 소화하는 든든한 불펜투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55경기 59⅔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1.96의 짠물투를 과시했다. 올해도 아예 뒷문 수문장을 꿰차며 돋보이는 안정감으로 한화의 5강 경쟁을 이끌었다.

주현상 스스로도 '스텝업'이라 생각하는 올해다. 올시즌 내내 큰 부상도, 부진도 없이 좋은 한해를 보냈다. 그는 “개인기록은 뿌듯한데, 팀 성적이 나지 않아 아쉽다. 올해 초반부터 컨디션이 좋다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좋았다. 그러다보니 더 공격적으로 승부할 수 있었고, 사실 내가 이렇게 풀시즌을 2군에서 뛰어본적이 별로 없다. 많은 경기를 던지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적은 볼넷수에 대해서는 “볼넷이 많으면 점수 내줄 확률이 커지니까…내가 또 내야수 출신 아닌가. 수비 입장에서도 차라리 안타 맞는게 낫다. 볼넷이 나오면 수비진도 사기가 떨어진다. 차라리 가운데 던져서 안타를 맞겠다는 마음으로 던진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볼넷(8개)보다 홈런(9개)이 더 많다. 주현상은 “평균자책점이 낮은걸 봐도, 확실히 과감하게 승부하면 타자보단 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으니 7-5에서 등판했다 블론세이브 끝에 역전패한 7월21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을 꼽았다. 그는 “홈구장이라 더 아쉽다. 가장 속상한 날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내년엔 5강이 아닌 1위 싸움을 하고 싶다. (신구장이 개장하는 만큼)우리팀 입장에서도 성적을 내야하는 해다. 나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동료들도 여러가지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는 팬들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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