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2 22:24:45]
SK가 새로운 시즌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은 여러 암초를 만나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내실부터 착실히 다지고 있는 이번 시즌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우승 탈환을 위한 재도약을 꿈꾸는 기사단 SK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기대감 가득했던 2023년 여름
SK는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KGC와 역대급 혈투를 벌였다. 시즌 막판 파죽지세로 연승을 이어간 그들은 6강과 4강을 전승으로 통과,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팀 KGC를 만났다.
매 경기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챔피언결정전 열기는 뜨거웠다. 6차전에 15점 차까지 리드하며 우승이 눈앞에 온 듯했던 SK. 하지만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당했고 7차전까지 접전 끝에 아쉽게 내주며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실패했다.
SK는 좌절하지 않았다. 곧 열린 FA 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우승 트로피 탈환을 노렸다. 예상치 못한 깜짝 영입이 이뤄지니, 그들에게 아픔을 안겼던 챔피언결정전 MVP 오세근이 합류했다.
30대 중반에 도달했지만 오세근은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불리는 선수였다. 뛰어난 BQ, 정확한 슈팅과 인사이드에서의 위력, 단단한 스크린 등을 겸비해 안정감 면에서는 국내 빅맨 중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세근의 이적으로 가장 많이 관심이 쏠린 것은 김선형과의 재회였다. 중앙대 시절 52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두 선수가 프로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
당시 오세근은 “이번 결정에 (김)선형이가 차지한 부분이 상당한 것은 맞다. SK라는 새로운 팀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맞춰가면서 해야 할 것 같다. KGC에서도 많은 선수들과 맞춰가면서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자신이 있다. 선형이도 저한테 잘 맞춰줄 것 같고 저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게끔 잘 맞춰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김선형 또한 “13년 만에 뭉친 만큼 이번 시즌에 낭만농구가 뭔지를 보여드리겠다. 저는 반지를 작년에 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이 반지를 껴보도록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안영준의 전역이었다. 최준용의 이탈은 당연히 아쉬웠지만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뛰지 못했던 카드. 6강, 4강에서 6연승을 달리고 KGC와 혈투를 벌인 라인업에 안영준, 오세근이 가세하는 것이었다.
안영준은 SK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 큰 공헌을 했던 선수다. 큰 키와 좋은 신체조건에 달릴 수 있고, 슈팅력과 수비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포워드. 안영준이 가세한다면 다른 선수들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고 장신 라인업 운영이 용이해지는 상황이었다.
예상보다 많았던 암초, 멈췄던 기사단의 질주
FA 시장 행보가 더해지면서 SK는 지난 시즌 KCC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기대감 속에 가려진 암초들도 많았다. 결국 드러나지 않았던 아킬레스건들이 발목을 잡으며 힘든 시즌이 전개됐다.
3년 동안 파이널에 진출하면서 시즌을 늦게 마친 오세근은 재활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킬레스건 부위 부상으로 시술을 받았고, 이 여파로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국가대표팀 합류 기회도 놓쳤다.
팀의 또다른 주축 김선형 또한 챔피언결정전에 당했던 엉덩이 근육 파열에서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어지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차출로 비시즌 대부분을 팀과 떨어져 지냈다. 몸 상태가 100%도 아닐뿐더러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완전체로 합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파는 시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축 선수 중에 돌아가며 부상자가 나왔고, 비시즌 데미지가 누적된 김선형과 오세근의 컨디션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구단 첫 아시아쿼터 선수인 고메즈 딜 리아노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라운드를 4승 4패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아예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부상 악재 속에 오재현, 최원혁, 안영준 등의 활동량을 앞세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때 12연승까지 질주했다. 다년간 선수들이 쌓아온 경험과 전희철 감독의 전술 능력이 돋보인 결과였다.
하지만 12연승 이후 주축 선수들의 과부하 여파와 부상자 발생으로 연패가 누적되며 SK는 다시 주춤했다.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았던 선수단을 이끌고 해외 원정을 다녀야 하는 EASL 일정까지 소화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EASL 파이널 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지만 피로도는 점점 쌓였다. 윤활유 역할을 기대했던 고메즈는 일찌감치 수술을 받아 시즌 플랜에서 빠졌고, 김선형과 허일영이 돌아왔지만 최원혁, 안영준, 최부경, 송창용 등 다른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내실이 부족했다고 짚은 김선형은 “조바심도 생겼다. 초반에는 왜 이렇게 몸이 안 올라오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에 부상이 나왔고 저도 두 달 동안 부상 공백이 있으니까 나중에는 조금 해탈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결국 플레이오프까지 이 여파가 이어지며 SK는 6강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 도중에도 안영준과 오재현이 부상을 당하는 등 SK를 향한 암초는 끊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악재 속에 악전고투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에는 결국 도달하지 못한 시즌이었다.
조용했던 FA 시장, 내실부터 착실히
올해 KBL 이적 시장을 통해 많은 팀들이 변화를 가져갔고 전력 예상도 안개 속으로 빠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SK는 조용한 이적 시장을 보냈다.
포워드 라인에서 활약하던 허일영과 송창용이 팀을 떠났고 백업 가드로 활약하던 양우섭은 은퇴를 택했다. FA 영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적 선수들과 비교한다면 전력 누수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샐러리 캡 압박이 있어 다른 팀에 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어려웠다.
순위 예상이 지난 시즌 시작하기 전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SK는 전력이 부족했다는 느낌보다는 가진 전력을 100% 쏟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온전한 전력으로 치른 경기가 많지 않았고 숨 가쁘게 일정을 소화하며 경기가 끝날 때마다 부상자 걱정을 해야 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다른 팀보다 최소 8경기, 최대 10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EASL 출전 대신 정규리그에만 집중하는 환경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그래도 이전 시즌보다는 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선수 이적에 관해선 조용한 시기를 보냈지만 전희철 감독과의 재계약은 빅사이닝이다. 2021-2022시즌부터 SK의 지휘봉을 잡아 통합 우승을 이끌고 2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단기간에 현존 리그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등극한 사령탑을 붙잡았으니 큰 전력 누수를 막은 셈이다.
가진 걸 모두 쏟을 수만 있다면 SK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다. 비시즌 준비 또한 선수단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옥 주로 불리는 8주 체력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전개됐다. 팀과 비시즌 처음부터 함께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형은 8주 체력훈련에서 팀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세근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선형에게 몸 상태에 대해 묻자 “지난 시즌에 제일 좋았던 것보다 지금 몸이 더 좋게 느껴진다. 지난 시즌엔 거의 80% 이상으로 뛰지 못했던 것 같다. 스스로 90~100%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제대로 준비한 지금의 몸 상태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9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참이 되면 설렁설렁하면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나이를 먹으니까 내 모습을 후배들이 볼 거고 그러면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거에 다 참여한다면 그걸 후배들이 봤을 때 하나의 문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나부터 솔선수범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제아 힉스의 합류, 가벼워질 자밀 워니의 어깨
지난 시즌 SK의 외국 선수 조합은 자밀 워니-리온 윌리엄스였다. KBL 대표 장수 외국 선수인 윌리엄스는 2옵션으로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나이가 들면서 기량적으로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적은 출전 시간도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묵묵히 훈련에 임했다.
국내 선수라고 봐도 될 정도로 팀원들과의 사이도 좋았다. 1옵션을 받쳐주는 2옵션 외국 선수로서 중요한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였다. 출전 시간 욕심이 많지 않고, 팀에도 잘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윌리엄스로는 1옵션 워니의 부담감이 너무 커졌다. 상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40분 가까이 뛰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 시즌 워니는 KBL 입성 후 가장 많은 평균 출전 시간(33분 38초)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노출됐다. 워니는 제 몫을 했지만 긴 시간을 뛰면서 상대 수비에 노출되니 위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 윌리엄스가 워니의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시즌엔 윌리엄스 대신 새로운 얼굴이 합류한다. 바로 KBL 경력자로 익숙한 아이제아 힉스.
힉스는 삼성 시절 1옵션으로 뛰었을 정도로 강력한 기량을 보유했던 공수겸장이다. 트랜지션에 능하고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다. 기동력은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스틸에 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컵대회 첫 경기에서 나온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긴 공백을 가진 힉스. 하지만 SK 구단에 의하면 몸 상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으며 역할이나 출전 시간에 있어서도 구단과 많은 공감을 이뤘다고 전해졌다.
SK 구단은 힉스 영입을 발표하면서 “아이제아 힉스가 지난 시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KBL을 떠난 후 재활을 거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됨에 따라 힉스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힉스가 점차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팀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구단과 공감을 이뤘고 워니와의 공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계약 이유를 밝혔다.
묵직한 워니가 2점 게임에 능한 선수라면 힉스는 워니만큼 확실한 득점 옵션은 아니지만 속공에 능하고 외곽슛도 갖춰 코트를 밟는다면 다른 색깔의 농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당하기 전 몸 상태로 어느 정도 회복된다면 SK의 외국 선수 듀오가 가장 강력한 조합 중 하나라는 평가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김선형 또한 “힉스는 올라운더인데 팀의 색깔에 맞는 움직임을 딱딱 보여줬던 선수다. 가장 눈여겨봤던 건 수비 반경이 되게 넓고 헬프 수비나 블록슛이 좋다. 팀에 오면 전희철 감독님이 전술적인 부분을 잘 짜주시니까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공격에서도 워니랑은 다른 스타일이라 두 가지 컬러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고 힉스가 달릴 줄 안다는 것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며 힉스를 반겼다.
건선형-건세근과 함께 달리는 SK, 목표 이룰 수 있을까
워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국내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시즌보다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한다는 건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다.
오세근이 SK 선수단과 비시즌을 긴 시간 제대로 보내는 건 처음이며 다소 뻑뻑했던 워니와의 공존도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형도 국가대표팀 차출이나 부상이 없었고 안영준 또한 시즌 도중에 합류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처음부터 훈련에 임하고 있다.
김선형에게 워니 의존도에 관한 시선에 대해 묻자 “워니 의존도가 높아진 건 국내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도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한 뒤 “지난 시즌에는 워니가 책임감을 가지고 5인분씩 하려고 40분씩 뛰면서 했던 경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올해는 워니에게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걸 보여줘서 네가 그렇게 다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돼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어쨌든 SK는 다른 팀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은 팀.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영건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연속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리그에서도 주목받는 가드가 된 오재현은 이번 시즌도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이제는 단순히 김선형의 백업이자 수비 전문 선수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고 지난 시즌 평균 11.1점을 기록, 공격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엿보였다.
부상 여파로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오재현의 성장쇼는 팬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보였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한일 평가전까지 다녀오면서 더 많은 경험치를 획득한 것도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서서히 출전 시간을 얻어가고 있는 고졸 얼리 출신 유망주 김형빈 또한 신스틸러로 나설 수 있는 카드다. 2m 장신에 3~4번을 오갈 수 있는 자원으로 이제는 팀에서 더 역할이 늘어날 시점이 됐다.
아시아쿼터 고메즈 딜 리아노 또한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 부진과 부상 속에 아쉬움만 가득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일찍 훈련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고 팀에 더 녹아든 채로 시즌에 임할 수 있다. 정관장에 합류한 하비 고메즈와의 형제 대결도 화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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