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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악몽의 '그날 이후, 첫 시도였다.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 시즌 전 캠프를 재활로 보냈다.

지난 시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대표로 출전했다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2로 맞선 연장승부치기에서 병살타를 막기 위해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로 인대 봉합술을 받았다.

핵심선수의 큰 부상에 소속팀 KIA도 난리가 났다.

KIA 이범호 감독은 “또 다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그 이후 김도영의 1루 슬라이딩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9개월 후인 지난 9일 광주 삼성전. 보기 드문 광경이 다시 펼쳐졌다.

삼성이 달아나면 KIA가 따라가는 치열한 시소전으로 전개된 경기는 9회에 명암이 갈렸다.

7-8로 뒤지던 KIA의 9회말 공격. 선두타자 김선빈이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2루타로 물꼬를 텄다.

김도영이 바깥쪽 높은 커브를 당겼다. 3-유 간 코스 좋은 느린 땅볼. 이재현이 급히 송구했다. 세이프 타이밍에 김도영이 갑자기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KIA 벤치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 당연히 세이프가 됐고, 부상 없이 흙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무사 1,3루가 되는 순간. 나성범의 동점 적시타 때 3루를 밟은 김도영은 서건창의 안타로 끝내기 득점주자가 됐다.

극적인 역전승을 만끽한 짜릿한 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 1000만원 벌금 부과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KIA 이범호 감독은 우천 취소된 이날 삼성 전에 앞서 “(1루 슬라이딩) 금지조치를 했고, 1000만원을 걸었는데도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한 건지, 부상을 한번 당했음에도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네요“라며 웃었다. “코치, 선수한테 까지 그동안 정말 많이 (1루 슬라이딩을) 참았다고 하더라. 슬라이딩 순간 (안 다치려고) 손도 엄청 위로 들더라“고 했다. 이어 “도영이는 슬라이딩 보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그냥 뛰어들어가라고 얘기 하는데 꼭 살아야 한다고 느끼면 본인도 모르게 하는거 같다. 팀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는 건지 모르지만 젊은 선수도 파이팅 있는 플레이를 해주고, 고참도 최선을 다해주고 하니, 우리 KIA가 힘든 상황에서 버텨내며 잘 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듣다보니 어느 순간, 질책보다 은근히 칭찬 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

그래서 취재진이 재차 물었다. '그래서 대체 벌금 1000만원은요?'

이범호 감독이 다시 진지해졌다. “물론 부상 방지가 제일 중요하다. 몸 관리에 대해 본인이 더 신경써야 한다. 안타 하나보다 내일 경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 못해 “벌금 사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단장님 한테나 1000만원의 '팀 승리가 벌금보다 중요하다'며 항변하고 있단다. 왠지 낼 것 같지가 않은데…“라며 급히 얼버무렸다.

MVP 급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3년 차 슈퍼스타.

그럼에도 오만하지 않고,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정신과 투혼. 사령탑으로선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다만 과한 투혼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어질까 걱정될 뿐…. 왠지 이번 벌금은 받아내기 어려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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