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5 10:04:27]
[점프볼=용인/최창환 기자] “우선 DB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다.” DB를 언급하자 쾌활했던 디온테 버튼(30, 1926cm)이 사뭇 진지한 표정과 함께 한마디를 남겼다.
부산 KCC는 24일 KCC 연습 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77-60으로 승리했다.
양 팀 모두 정상 전력은 아니었다. KCC는 무릎부상 여파로 체중 관리를 못했던 타일러 데이비스와 허웅이 결장했고, 서울 삼성 역시 무릎부상을 당한 이대성과 최성모가 결장했다. 2쿼터 중반에는 마커스 데릭슨이 이승현과 충돌, 눈썹 부근이 찢어져 병원으로 이동했다.
물론 이 가운데에도 경기를 지배한 이는 있었다. ‘왕의 귀환’을 알린 버튼이었다. 버튼은 약 35분을 소화하며 팀 공격을 주도, KCC의 완승을 이끌었다. 3점슛, 덩크슛, 돌파 등 다양한 공격 루트는 원주 DB를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당시 그대로였다.
KBL로 돌아온 후 국내에서의 첫 연습경기를 마친 버튼은 “잘 치른 것 같다. 선수들이 실책을 줄이는 데에 신경 썼다. 우리는 우승 팀이다. 외국선수를 제외한 국내선수들은 그대로 있고, 여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호흡만 맞추면 올 시즌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KBL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항상 한국을 사랑했고,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KCC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일본 전지훈련에서 제외됐던 최준용도 복귀전을 치렀다. 최준용은 이승현과 함께 삼성의 외국선수들을 협력수비하는가 하면, 속공과 2대2 등 공수에 걸쳐 KCC의 키플레이어다운 활약상을 펼쳤다.
버튼을 앞세웠던 DB가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실패할 때 상대는 서울 SK였다. 최준용은 당시 데뷔 2년 차였지만, 6경기 평균 26분 21초를 소화하는 등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큰 신예였다. 최준용은 버튼이 KBL을 떠난 사이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는 등 슈퍼스타 레벨로 성장했다.
버튼은 최준용에 대해 “MVP를 받았다는 건 몰랐지만, 당시에도 그 정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수다. 나에게 당시 챔피언결정전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준용은 상대하기 싫은 선수였는데 같은 팀이 돼 큰 힘이 된다. 나처럼 경쟁심이 투철한 선수다.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같은 존재다. 같은 팀이면 좋은데 상대로 만나면 싫은 유형이다”라며 웃었다. 또한 “코트 밖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최준용이 본 ‘동료’ 버튼은 어땠을까. “NBA에서 뛰었던 선수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알리제 존슨도 그렇고 나는 외국선수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라고 운을 뗀 최준용은 이어 “버튼이 NBA, G리그에서 뛴 경기를 모두 봤기 때문에 버튼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안다. 그 부분을 살려주기 위해 서로 얘기도 나눴다”라고 전했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버튼이 KBL을 지배할 당시 외국선수 제도는 장단신이었다. 장단신 제도는 2018-2019시즌을 끝으로 폐지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선수들이 함께 뛰는 쿼터도 없다. 버튼의 신장은 192.6cm. 팀 내에서 정창영(193cm)과 비슷하다. 삼성과의 연습경기처럼 이승현, 최준용 등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를 수비하는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버튼은 이로 인한 우려에 대해 묻자 “나와 데이비스가 함께 뛰면 매우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충분히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다. KCC는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고, 나는 굳이 덩크슛을 안 해도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버튼의 KBL 컴백은 모든 KBL 팬들이 반긴 소식이었다. 그 정도로 버튼이 2017-2018시즌에 남긴 활약상은 강렬했고, 팬 서비스에도 진심이었다. 다만, 버튼과 정규리그 우승을 함께했던 DB 팬들로선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DB는 치나누 오누아쿠와의 계약에 앞서 버튼 영입을 먼저 추진한 팀이었다.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던 버튼은 계약 직전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중국 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결국 DB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예상과 달리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러브콜을 받은 KCC와의 계약이 성사됐다.
DB를 언급하자, 유쾌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던 버튼이 사뭇 진지해졌다. “DB 감독님의 어머니 소식을 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며 운을 뗀 버튼은 “DB 팬들이 아쉬워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나도 DB 팬들이 보고 싶었지만, 나는 DB 이외의 KBL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KCC에서 뛰게 된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KBL을 활약한 후 보다 수준 높은 리그를 거쳐 KBL로 돌아온 외국선수는 많았다. 크리스 윌리엄스나 리카르도 포웰처럼 건재를 과시한 선수도 있었지만, 애런 맥기나 크리스 버지스처럼 실망을 안겼던 사례도 있었다. 버튼은 어떤 사례로 남게 될까. KCC의 농구를 보다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요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사진_문복주 기자, 점프볼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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