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종이 한장, 그야말로 밀리미터(㎜) 차이로 금메달과 은메달의 향방이 결정됐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 보치에 혼성페어에 출전한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강선희(47·한전KPS) 조가 6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결승에서 패했다. 홍콩의 호웬케이-쩌탁와 조에 4엔드 합산 스코어 5대3(0-3 3-0 0-1 0-1)로 졌다. 이로써 이번 대회 남자 개인전에 이어 2관왕을 노리던 정호원은 금 1, 은 1로 대회를 마감했다.

3엔드에 미세한 차이로 발생한 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정호원과 강선희는 결승에서 홍콩 조와 '용호상박' 대접전을 펼쳤다. 보치아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호원과 여자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강선희 조합은 1엔드에 대량 실점을 했다. 홍콩의 마지막 6구째가 절묘하게 들어갔다. 표적구에 바짝 붙어있던 한국의 파란색 볼을 쳐내면서 표적구 주위로 3개의 빨간색 볼이 포진하는 그림을 만든 것. 한꺼번에 3점을 따갔다.

2엔드에서 한국이 복수했다. 홍콩이 5, 6구를 표적구에 밀착시켰다. 한국에 남은 볼은 2개. 여기서 한국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정호원이 먼저 5구째로 표적구를 직접 공략해 미리 던져놓은 한국의 파란색 볼 2개 근처로 보냈다. 이어 강선희가 마지막 6구째를 우리 공 사이로 통과시켜 표적구 옆에 세웠다. 순식간에 한국의 파란색 볼 3개가 표적구 주위를 에워싸며 3득점 배치가 완성됐다.

빼어난 전략과 정확한 볼 콘트롤을 앞세워 3-3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한국은 3엔드에 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홍콩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기 위한 투구가 이어졌다. 홍콩이 마지막 6구로 표적구를 빨간색 볼 옆에 딱 붙였다. 한국도 역시 마지막 6구째를 표적구 곁에 세웠다.

유관으로는 어느 볼이 더 가까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심판이 측정도구를 꺼냈다. 먼저 작은 손전등을 꺼내 표적구와 색깔공 틈새 공간 차이를 확인했다. 미세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어 주머니칼처럼 생긴 다른 측정도구를 꺼냈다. 얇은 금속판 모양의 도구를 펼쳐 표적구와 양팀 색깔공 사이에 천천히 밀어넣었다. 금속판은 한국의 파란색 볼과 표적구 사이는 통과했지만, 표적구와 홍콩의 빨간색 볼 사이는 통과하지 못했다. 빨간색 볼이 완전히 표적구에 붙어있다는 뜻이다. 거의 1㎜ 정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끝내 금메달과 은메달의 분기점이 되고 말았다.

3-4로 쫓긴 한국은 4엔드에서 동점 혹은 역전을 노렸다. 경기가 썩 잘 풀리진 않았다. 그래도 강선희가 2~4구를 연속으로 굴려 표적구를 에워쌓다. 그러나 홍콩이 2구째로 표적구를 직접 쳐내며 강선희가 세운 벽을 무력화시켰다. 이어 3구째로 자기 볼을 밀어 표적구 옆에 세웠다. 한국의 턴이 됐다. 정호원이 남은 볼 2개로 득점 포지션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홍콩의 빨간 색 볼이 좀 더 가까웠다. 승리가 확정된 홍콩은 2개 남은 볼을 심판에게 반납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