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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두 달 만에 은퇴 선언…“선수 빛나게 하는 지도자 목표“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주변에서는 조금 더하라며 아까워하는 반응도 많아요. '쉬엄쉬엄하면 되지 않냐'는 말도 들었는데, 후배들에게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진 않았어요.“2024 파리 올림픽에서 후배들과 사상 첫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지 두 달 만에 선수 생활을 완전히 마치겠다고 선언한 펜싱 여자 사브르의 간판 윤지수(31)는 “정말 미련이 없다“고 단언했다.최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지수는 “은퇴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있던 일“이라며 소회를 밝혔다.그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펜싱 일정이 끝난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려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며 은퇴를 선언했다.8월 파리 올림픽에서 후배들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뒤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 생활을 완전히 마치게 됐다.윤지수는 “대표팀 주장이 됐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컸다. 이런 시간이 나중에는 더 힘들어질 것 같더라“면서 “아시안게임 한 번 더 나가는 게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번 올림픽까지 잘 마무리한 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지수는 2010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세 차례씩 출전하는 등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해 온 선수다.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사브르의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입상(동메달)에 힘을 보탰고, 올해 파리에서는 '세대교체' 흐름 속에 대표팀 맏언니로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과 은메달을 이끌었다.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2연패 멤버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윤지수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돼 열린 데다 당시 대표팀 에이스이던 김지연은 아킬레스건 파열, 윤지수는 무릎 부상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첫 메달이 나왔다.윤지수는 “대표팀 훈련 때 외출도 자유롭지 않아 갇혀서 준비하며 지연 언니는 틈날 때 '108배'를 하고, 저는 천주교라 108배 대신 주변을 계속 걸으며 메달 하나만 따게 해달라고 빌었다“면서 “온갖 고생 끝에 딴 것이라 더욱 기억난다“고 했다.아쉬웠던 점으로는 “올림픽 개인전도 많이 준비했는데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을 꼽았다. 윤지수는 도쿄와 파리 올림픽 개인전에서 모두 16강을 넘지 못했다.

이어 그는 “이번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좀 있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는다“고 털어놨다.“주장을 맡고 개인전도 욕심을 내다보니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몰아붙이기만 했던 것 같다. 동료들이나 지도자 선생님들한테 좀 더 따뜻하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것도 추억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왕년의 '에이스'였던 윤학길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의 딸로도 유명한 윤지수는 큰 무대에서 결정적일 때 '스포츠 DNA'를 발산하며 전세를 뒤집는 활약을 여러 차례 펼친 '역전의 명수'로 정평이 났다.그래서 윤지수는 “선수로서 '승부사'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면서 “그런 이미지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조금 더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만두고 내려오는 것도 아빠와 닮은 것 같다“는 그는 “아빠는 은퇴한다고 하니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은퇴 선언문에서 '유망주 육성'을 향후 계획으로 밝혔던 윤지수는 위례신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건 펜싱클럽 개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그러면서 “지도자로는 내가 돋보이기보단 선수를 돕는 입장이 되고 싶다. 든든한 울타리 같은 사람,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 많이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여자 사브르를 짊어지게 된 후배들에게는 “지금까지는 잘 모르니까 저만 바라보며 왔다면, 이제는 너희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활동한다면 더 빛나고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이어 윤지수는 “아빠 덕분이었을 수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무척 감사했다. 올림픽 준비하면서 견뎌낼 수 있게 도와준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비디오 분석관 등께도 특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는 은퇴 인사를 남겼다.songa@yna.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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