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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구성원 모두가 제몫을 충실히 했다.

IBK기업은행이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을 3-2(25-13, 23-25, 18-25, 25-22, 15-10)로 꺾고 승점 2점을 얻었다. 1세트 완승의 기세를 길게 이어가지 못하며 패배 위기까지 몰렸지만,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버티기에 성공하며 정관장에 시즌 첫 패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날 IBK기업은행의 승리에 빅토리아의 활약만이 절대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제몫을 다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호철 감독 역시 “선수들이 대견하다. 앞으로가 어떻게 되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며 모든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김 감독의 이야기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상수처럼 활약해주는 빅토리아와 이주아를 제외한 다른 쪽에서도 선수들의 좋은 활약이 이어졌다. 특히 눈길을 끈 선수는 황민경이었다. 공격 성공률은 29.63%로 저조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정관장의 높은 벽을 앞에 두고도 특유의 노련미가 빛나는 볼 처리로 소중한 득점들을 챙겼다. 날카로운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는 여전했다.

김 감독은 “사실 경기 시작부터 (황)민경이의 흐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공격 성공률이 너무 저조했다. 그래서 바꿀까 말까를 계속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리시브와 중요한 순간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클러치 플레이를 믿고 민경이를 빼지 않았다. 민경이가 그 믿음에 보답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키는 작은 선수지만, 코트 위에서는 우리 팀의 가장 큰 거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황민경에게 극찬을 남겼다. 팀 승리에 일조한 주장에게 걸맞은 헌사였다. 


황민경 말고도 또 한 명의 베테랑이 이날 경기에서 짧고 굵은 임팩트를 남겼다. 바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이다. 김희진은 이날 김하경과 함께 짝을 이뤄 천신통-빅토리아와 더블 스위치를 통해 코트를 밟았다. 그는 4세트 19-17에서 이날 경기 내내 IBK기업은행이 까다로워했던 신은지의 서브 차례를 끊는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좋은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김희진이 그간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도 힘겨워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나름 의미가 있는 1점이었다. 대전을 찾은 원정 팬들 역시 모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결정적인 득점까지 올린 김희진에게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김)희진이가 자신감을 계속 살려 가면 좋겠다. 이제는 몸 상태도 올라온 것 같고, 본인의 의지도 생긴 것 같다. 여러모로 팀에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최)정민이와 (이)주아가 있기 때문에 더블 스위치로 나서고 있고, 만약 둘 중에 한 명의 컨디션이 좀 떨어지면 미들블로커로도 나설 수 있다. 희진이는 지금 연습량도 남들보다 많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희진에게도 칭찬을 건넸다.

김 감독은 두 베테랑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면,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육서영에게는 칭찬과 기대를 함께 전달했다. 이날 육서영은 조금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빅토리아의 뒤를 받치는 공격 2옵션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14점을 올렸다. 늘 우려가 큰 수비와 리시브에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육)서영이는 기대한 만큼 해주고 있지만, 좀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잘하고 있지만, 우리 팀의 미래인 만큼 조금 더 잘해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며 육서영의 활약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서영이는 내가 오기 전에 대표팀에서 무릎을 다쳤다. 그 후유증이 좀 길게 가면서 펀치력이 좀 떨어졌었다. 지금은 다시 몸이 좋아지면서 자신감도 올라오고 펀치력도 회복했다”며 육서영의 몸 상태와 경기력이 상승 곡선을 탔음을 덧붙여 설명했다.

오랜 시간 힘을 내지 못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는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고, 팀의 주장인 베테랑은 작은 거인이 되어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공격수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조금 삐걱이던 IBK기업은행의 톱니바퀴는 이제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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