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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도요정' 박혜정(고양시청)은 올해 4월 아픔을 겪었다.

6년 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박혜정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필이면 파리올림픽 출전이 걸린 태국 월드컵 출국을 앞두고 어머니 부고를 받았다. 박혜정은 강했다.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혜정은 “힘들었지만 워낙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했다. 어머니도 내가 여기에 있기를 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박혜정은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었다. 한국 신기록이었다. 박혜정은 합계 309㎏를 들은 중국의 리원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혜정은 '롤모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권이 그랬던 것처럼 첫번째 올림픽서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장 차관은 2004년 아테네 대회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역도는 박혜정의 선전으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윤진희(여자 53㎏급)의 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올림픽 메달이다. 박혜정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씩 따낸 장 차관 이후 명맥이 끊긴 '한국인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선수단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혜정은 “어제까지만 해도 마지막 선수가 박혜정이라고, 솔직히 말해서 부담감도 있었고 꼭 메달을 따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압박감도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메달을 따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고 웃었다.

어머니 이야기도 꺼냈다. 박혜정은 공식 석상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알려지게 되면 내가 더 힘들 것 같았다. 멘탈이 흔들릴 것 같아서 최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아직 엄마 얘기가 나오면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데 계속 울수는 없지 않나. 아직 다스리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아빠랑 언니가 파리에 와 있는데, 한국 가서 엄마한테 메달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박혜정은 이날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인상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인상이 많이 약했다. 올해 들어서 인상에 많이 집중하고, 동작때 신경을 많이 섰다. 그 부분이 쌓여서 한국 신기록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합계 기록도 300㎏에 근접했다. 박혜정은 “한국에서는 했는데 해외만 오면 300㎏를 못넘더라. 핑계기는 한데 시차적응이나 장거리 비행 등이 문제였던 것 같다. 더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빠랑 언니랑 한국 가기 전에 달팽이 요리 먹기로 했다. 에펠탑도 가보고 싶다“고 웃은 박혜정은 “역도에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다. 주변에서 넌 박혜정이다 라고 응원해준 덕분이다. 깨끗한 스포츠를 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박혜정은 중학교 때 '첫 올림픽서 메달, 두번째 올림픽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리원원 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년 뒤에는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웃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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