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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는 지난 시즌 최고 팀 중 하나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4강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신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지만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서의 위력은 타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2위 창원 LG와 무려 5게임이나 차이가 나는 성적(41승 13패)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득점(1위), 어시스트(2위), 블록슛(1위), 3점슛(2위) 등 각종 팀 공격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이 DB의 강력함을 짐작케한다. 0.759의 승률은 2018~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즌 DB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만큼은 어려울 것이다’는 의견이 적지않은 편이다.


정규시즌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던 아쉬운 플레이오프 마무리도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작용했겠으나 1옵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7‧201cm)의 공백이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왔다. 1옵션 외국인선수의 비중은 어느 팀이나 높겠지만 DB에서의 로슨은 특히나 더 그랬다. 지지난 시즌까지 숙원이었던 ‘트리플 포스트’를 완성시켜준 메인 빅맨이기 때문이다.

역할이 많았던 만큼 깊고 큰 로슨의 빈자리

DB는 200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김주성을 영입한 이후 내내 전통적인 높이의 팀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모두 높이 농구로 가져갔다. 때문에 국가대표센터 김종규(33‧206.3cm)에 주전급 스트레치형 빅맨 강상재(30‧200cm)까지 영입하게되자 우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종규와 강상재라는 토종 빅맨을 동시에 보유했다는 것은 높이에서 타팀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빅맨 외국인선수와의 조합이었다. 트리플 포스트는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코트에 서는 5명중 3명을 빅맨 유형으로 돌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페이싱이 중요해진 현대농구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전임 이상범 감독 역시 여기에 대한 해법을 풀지못하고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DB는 드디어 난제를 풀어냈다. 레전드 빅맨 출신 김주성 감독의 지도력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로슨의 역할이 컸다. 로슨이 포스트 인근의 밸런스를 잡아주자 김종규, 강상재 등 토종 빅맨들의 동선 정리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트리플 포스트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전팀 데이원(현 소노)에서 확실하게 검증됐다시피 로슨은 주 득점원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모두 가능한 선수였다. 빅맨의 기본기가 튼튼하면서도 빠른 발과 안정된 슈팅 능력을 갖추고있어 속공, 지공 상황에서 모두 힘을 발휘했다. 거기에 더해 팀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 역시 매우 높았다.


기본적으로 시야가 넓어 자신이 공격을 가져가면서도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해가면서 플레이를 펼쳤다. 킥아웃패스는 물론 근거리에서 살짝살짝 빼주는 패스 역시 매우 날카로웠다. 화려함보다는 쉽게 쉽게 내준다는 느낌을 줬다. 무리해서 본인의 성적을 올리기보다는 팀 승리에 초점을 두고 경기를 펼치는 성향의 선수였다.


DB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패는 없었다. 김종규, 강상재 모두 이전 시즌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고 골밑이 안정되자 박인웅(24·190cm)을 필두로한 양궁부대의 외곽슛도 불을 뿜었다. 포스트가 안정되자 외곽슛 성공률까지 좋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거기에 아시아쿼터 최고의 야전사령관 이선 알바노(28‧185cm)의 존재는 안정감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거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준 로슨이 다음 시즌에는 없다. 기둥플레이어가 빠지게된지라 높이 농구, 양궁농구 모두 지난 시즌의 위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점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더욱이 로슨의 대체자로 선택한 1옵션 외국인선수 치나누 오누아쿠(28‧206cm)는 로슨같은 전천후 포워드와는 거리가 먼 정통 빅맨에 가까운 유형이다.


기에 인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로슨과 달리 오누아쿠는 성실성과 동업자 정신에 대해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팀 플레이적인 면은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팀 분위기를 흔들지않을까 우려됐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않았으나 잠시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듯 싶다. 오누아쿠가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악동 오누아쿠, 원주산성 기둥으로 우뚝설까?

DB는 6일 제천체육관서 있었던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 in 제천 조별리그 D조 서울 SK와의 1차전에서 107-81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오누아쿠는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7득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로 펄펄 날았다. 좋은 사이즈와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제공권을 장악한 것은 물론 많은 어시스트 개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패싱게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무리하지않고 공을 빼주는 것을 넘어 경기 흐름을 읽어가면서 동료들의 찬스를 잘봐줬다. 이날 모습만 놓고본다면 로슨 못지않은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해냈다. 좋은 골밑파트너로 인해 더욱 힘이 낫던 것일까. 김종규 또한 27분 9초 동안 22득점, 12리바운드로 펄펄날았다. 허리 통증으로 자리를 비운 강상재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트윈타워가 안정되자 다른 포지션의 움직임까지 함께 좋아지는 시너지효과도 김주성 감독을 웃게했다.

오누아쿠의 컵대회에 활약에 고무된 DB팬들 사이에서는 그를 전주 KCC시절 아이반 존슨(40‧ 203cm)에 비교하는 모습이다. 2009~10시즌 당시 허재 감독은 맥 턱(50·197.3cm)의 대체용병으로 존슨을 불러들였는데 여기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기량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워낙 악동으로 소문이 났던지라 부정적인 의견이 태반이었다.


그전까지 존슨은 팀 플레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말썽꾸러기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여기엔 직전 시즌 그를 데리고 있었던 LG 강을준 감독의 혹평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둘은 정말 잘 맞지않는 모습이었고 강 감독은 수시로 존슨을 질책하며 답답함과 화를 숨기지못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 또한 강감독이 존슨에게했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감독은 컨트롤이 가능하다며 믿음을 보였고 실제로 존슨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당초 존슨에게 기대했던 부분은 탄탄한 웨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골밑 플레이였다. 마이카 브랜드가 상대 팀의 힘좋은 외국인선수들에게 다소 밀리는 감이 있어 그와 하승진을 보호할 백업 빅맨의 역할 정도를 기대했다.


존슨은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그러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낸 것은 물론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득점에 기여했다. 단순히 골밑에서 전투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득점루트 외에도 미드레인지점퍼, 3점슛 등 거리를 가리지않는 슈팅력도 함께 뽐내며 올라운드 플레이어어로서의 위력을 과시했다.


당초 기대하지않았던 주득점원 역할까지 해낸 것이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팀원들의 믿음을 샀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북치고 장구친 것도 아니다. 경기를 읽는 시야도 한층 넓어져 빈곳에 있는 동료들을 잘봐주었고 그로인해 KCC의 화력은 한층 강해질 수 있었다.


수비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LG시절만해도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KCC에서는 특유의 영리함이 빛났다. 앞 선에서 공이 들어오는 길목을 미리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격자 파울도 종종 유도해냈다. 미들라인에 자리 잡고 골밑과 외곽까지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센스도 발군이었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 ‘지난 시즌 그 골칫덩어리가 맞냐?’는 소리가 터져나왔을 정도다. 아쉽게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사고를 치며 안좋게 KBL무대를 떠나고말았지만 확달라졌던 경기력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본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팀과의 궁합에 따라서 얼마든지 기대치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오누아쿠 또한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적어도 컵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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