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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설명 드리려고 했던 것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현안 질의를 마친 후 아쉽다는 말을 거듭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계속된 9시간여의 질의, 정 회장과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을 향한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클린스만 사퇴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 질문과 함께 질타가 이어졌다. “그만 두라“는 압박과 4연임 도전 반대, 바로 뒤에 앉은 일부 증인의 날선 비판과 의원들의 릴레이 호통, 질타 속에서도 정 회장은 큰 동요없이 담담하게 할 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정 회장과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전강위원 등 5명이 증인으로 참석한 이날 현안 질의를 앞두고 정 회장은 A4용지 6장 분량의 편지를 작성해 문체위 시작 전 위원들의 책상 위에 올려뒀다. 16명의 여야 위원 각각의 시간이 한정된 탓에 질문은 길고 증인의 답변은 짧기에 미리 주요 현안에 대한 소명을 담았다.정 회장은 “제가 설명드리려고 했던 것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전에)간단히 적어서 드린 게 있다. 제가 표현을 잘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건에 대해서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면서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대표팀 감독으로 모셔오기 위해서는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선발하지 않은 지원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어떤 장단점이 있었다든가, 순위가 몇 번째였다든가는 당연히 알려지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상도의다. 단지 합격자만이 발표될 뿐이다. 모든 주요 인사 과정이 그러하다. 반면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을 보면 이 일을 수행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노출됐다. 나중에는 후보로 거론된 분들의 이름과 심지어 순위까지 알려졌다.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면서 “향후 우리가 초빙하고 싶은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가 있어도 이렇게 전 과정이 노출되는 상황이라면 누가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고, 팀을 맡으려고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선임 과정의 문제가 제기된 것도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감독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이 본인은 누구를 지지하고 추천했으며, 다른 위원은 어떤 이를 선호했다고 토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했던 서로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전의 기술위원회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선임 당시의 위원장들이 기술적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우선 순위를 추천해주었다. 물론 제가 협회 행정을 총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후보들과의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제 임기중에 대표팀을 지휘했던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황선홍, 김도훈, 홍명보 감독 등의 선임 과정은 모두 그러했다고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정몽규 회장이 문체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존경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님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 6장 전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존경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님들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해, 국회에서 직접 설명을 드리게 된 것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동안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우리 사회의 논란과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먼저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사상 처음으로 국회 현안질의까지 열리게 된 점에 대해서 축구협회장으로서 많은 책임을 느낍니다. 그동안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건에 대해서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는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가운데 하나인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대표팀 감독으로 모셔오기 위해서는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선발하지 않은 지원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일 애플이나 엔비디아의 유능한 직원이 삼성전자나 LG전자를 지원할 경우 지원자의 신분이나 구체적 면접 내용은 당연히 대외비로 처리됩니다. 이것은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이나 정부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어떤 장단점이 있었다든가, 순위가 몇 번째였다든가는 당연히 알려지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상도의입니다. 단지 합격자만이 발표될 뿐입니다. 모든 주요 인사 과정이 그러합니다. 반면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을 보면 이 일을 수행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노출됐습니다. 나중에는 후보로 거론된 분들의 이름과 심지어 순위까지 알려졌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향후 우리가 초빙하고 싶은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가 있어도 이렇게 전 과정이 노출되는 상황이라면 누가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고, 팀을 맡으려고 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은 외국인 지도자뿐만 아니라 국내 지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협회가 대표팀 감독 후보로 고려했던 국내 지도자들은 모두가 K리그나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한국 축구의 보배 같은 존재들입니다. 국내 후보들에 대한 논의 과정이 이렇게 속속들이 다 알려지고 공공연히 논의된다면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은 있겠지만 결코 건설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선임 과정과 여론 형성 과정은,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뽑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아직 전세계 축구 시장에서는 변방에 속하는 편입니다. 아쉽지만 국내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지도자를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축구 시장의 규모는 여전히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지난한 논의 과정을 통해 선임된 홍명보 감독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서 많은 팬들의 격려와 박수 속에 일을 시작하면서 당면한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에서 좋은 성적과 결과를 내야만 하는데, 외부적 변수로 오롯이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에 대한 미안함입니다. 이달 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팔레스타인전이 이런 안타까움의 사례일 것입니다. 축구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이 하나가 되어서 경기에 집중할 경우에만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습니다. 축구에서는 당연히 이기는 경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한국이 2-0으로 꺾었던 경우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축구는 아주 예민한 경기이며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기복을 많이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월드컵 예선전에서는 선수, 감독, 팬들이 하나되는 경기가 벌어지기를 바랍니다.

지난 5개월 여 동안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해 신임 감독 선임에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선임 과정의 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감독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이 본인은 누구를 지지하고 추천했으며, 다른 위원은 어떤 이를 선호했다고 토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여했던 서로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전의 기술위원회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선임 당시의 위원장들이 기술적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우선 순위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협회 행정을 총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후보들과의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 임기중에 대표팀을 지휘했던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황선홍, 김도훈, 홍명보 감독 등의 선임 과정은 모두 그러했다고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문체부 축구협회 감사 대상에 포함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2022년 4월 천안시 입장면 가산리 129번지 일대에서 착공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내년 5월께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천안센터의 건립 이유부터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축구협회장으로서 저는 세계 각국의 협회와 정부가 그 나라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와 지원이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여기서 우리가 안주하면 한국축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2002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던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는 파주시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시설이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유지 보수비뿐만 아니라 많은 리뉴얼 공사비가 들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매년 유지보수에만 20억원 이상이 들었고, 100억원대의 리뉴얼 비용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파주시는 매년 20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요구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비싼 월세나 전셋집에 살면서 매년 막대한 수선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파주의 경우에는 복잡한 수도권을 지나 북서쪽에 치우쳐 있어서 영호남 지역의 유소년 선수들이나 심판, 지도자들이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시설 규모도 만들어진 당시에 비해 우리 축구 시장이 확대되면서 포화된 상태였고, 잔디도 다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협회는 중장기 계약으로 새로운 축구센터 건립을 결정했고 적합한 부지를 찾게 됐습니다. 전국에서 24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공모 절차 끝에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천안에 새로운 축구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축구인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해서 가장 접근이 쉬운 곳을 찾은 결과였습니다.

다음으로 예산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파주NFC가 건립될 당시에는 토지비를 제외한 사업비 220억원 가운데 정부가 45%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또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진천선수촌의 경우에는 정부 예산 5100여억원을 들어서 건립했고, 매년 2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반면 천안센터의 경우에는 협회가 투입한 1550억원의 건립 예산 중에서 정부로부터 77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는 전체 비용의 4.9%에 해당됩니다. 협회가 부담해야 하는 나머지 비용은 2017년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의 대회 잉여금 59억원을 종자돈으로 해서 그동안의 협회 적립금 등으로 자체 조달했습니다. 모자라는 비용들도 은행에서 차입했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고르게 상환하는 조건이어서 협회의 재정 능력에 비추어보면 무리한 투자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의 민간 사업도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할 때 은행에서 차입없이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로 축구협회 예산은 제가 협회장을 맡을 당시 600억원대 규모에서 2024년 기준 187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천안축구센터의 쓰임새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전의 파주NFC가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라는 이름처럼 각급 대표팀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이었다고 한다면 천안에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말그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인들이 활용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국내외의 각종 유소년 축구대회가 이곳에서 열리게 되며 국내 지도자와 심판 교육도 진행됩니다. 천안 축구센터에서는 축구협회 산하 행사뿐만 아니라 K리그 각 프로구단 소속 유소년팀에게도 적극적으로 개방해 한국 축구 발전의 디딤돌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시설면에서도 일본이나 카타르 같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영국 스페인 독일같은 축구 선진국의 시설과 견주어도 더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셰이크 살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지난 5월 방한해 천안센터를 둘러본 뒤 서아시아에서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천안이 가장 좋은 시설이라면서 앞으로 AFC의 심판이나 지도자 강습회도 천안에서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는 10월 한국을 방문하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천안센터 건립에 600만 달러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 액수는 정부의 지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며, FIFA도 우리 축구협회가 그리고 있는 미래 비전에 적극적으로 동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지자체인 천안시와 효율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FIFA나 AFC같은 국제단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자체적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착실히 만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대한 건립비용과 운영비를 거의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진천선수촌과 비교하면 순수 민간 체육단체에서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완성 단계에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존경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위원님들을 천안 현장으로 모셔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비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리고 위원님들의 고견과 조언을 청해 듣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의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 9. 24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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