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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일본 대표팀 주장이자 리버풀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가 차기 시즌 상황에 청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 소속 기자이자,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온스테인은 13일(한국시각) '마르틴 수비멘디가 레알 소시에다드에 남게 되면서 리버풀이 그를 영입하려는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여름 잠잠한 이적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리버풀은 최근 가장 영입에 가까웠던 선수마저 잃게 됐다. 리버풀은 아르네 슬롯 감독 부임 후 영입에 가까워졌다고 알려진 선수는 수비멘디가 유일했다.

1999년생 미드필더인 수비멘디는 이미 지난 유로 2024에서 스페인 대표팀 우승에 일조하며 유럽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지난 2020~2021시즌부터 꾸준히 소시에다드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사비 알론소와 부스케츠 등을 떠올리는 움직임과 패스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중원 보강을 원했던 리버풀은 수비멘디 영입을 위해 바이아웃 지불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수비멘디의 선택은 결국 소시에다드 잔류였다. 온스테인은 '리버풀은 수비멘디와 계약을 노렸고, 소시에다드도 그가 리버풀 이적을 수락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수비멘디는 안필드로의 이적을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엔도로서는 이번 수비멘디 계약 취소는 사실상 차기 시즌 주전 경쟁에 가장 큰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아르네 슬롯 감독이 중원 보강을 원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전술과 어울리지 않는 엔도 때문이었다. 리버풀은 이번 프리시즌 동안 치른 세 번의 친선 경기에서 엔도 와타루, 도미닉 소보슬러이, 라이언 흐라벤베르흐를 각각 한 번씩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지난 시즌 주전 수미였던 엔도보다 나머지 두 선수가 슬롯 감독 전술에 더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결국 엔도의 역할이 애매해지면서, 리버풀은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도 지난 6일 엔도에 대해 '엔도는 슬롯의 인내심 있는 점유 기반 전술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팬들 사이에서는 파비뉴의 폼 하락 이후 해당 포지션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도 해당 역할에 잘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타임스는 '수비멘디가 리버풀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슬롯은 그를 첫 영입 후보로 고려하고 있으며, 수비멘디가 팀에 주도권을 더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슬롯은 엔도 와타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적료는 6000만 유로(약 900억원)에 해당한다'라고 리버풀이 엔도를 대신해 수비멘디를 데려오길 원한다고 전했다.

수비멘디 영입이 이뤄진다면 한 시즌 만에 리버풀을 떠나야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엔도는 영입 당시에도 리버풀이 가장 원했던 자원은 아니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 2010년 일본 쇼난 벨마레에서 프로에 데뷔한 엔도는 2018년까지 일본 무대에서만 뛰었다. 이후 2018년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이적으로 처음 유럽 무대를 밟았고, 2019년 슈투트가르트 이적 후 활약으로 이름을 알렸다. 다만 리버풀에 합류 전까지 빅클럽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리버풀은 이적시장에서 당초 영입 목표였던 로메오 라비아, 모이세스 카이세도 영입을 모두 실패하고 도전한 영입이었으며, 이미 30세가 넘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기량에 대해서도 EPL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다행히 클롭 체제에서 엔도는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에서 거의 빠지지 않으며 리버풀 중원을 지켰다. 특히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등을 꽁꽁 묶는 맹활약을 보여줬다. 클롭은 해당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31세의 일본 주장과 계약하면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는 EPL에서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라며 엔도는 월드클래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수비멘디 영입이 성사됐다면 엔도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기에 엔도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영입 취소로 엔도는 차기 시즌에도 리버풀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희소식도 있다. 리버풀이 수비멘디 영입 실패 후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에도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는 점이다. 온스테인은 '리버풀은 6번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대체 미드필더를 데려올 계획이 현재는 없다'라고 전했다.

이적 한 시즌 만에 떠날 위기까지 내몰렸던 엔도가 손흥민이 9시즌가량 위치를 지켜온 EPL 무대의 어려움을 확실히 체감했다. 행운의 소식과 함께 다시 얻은 기회에서 엔도가 다시 슬롯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 반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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