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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하이커우(중국)/정지욱 기자]도전에 인색한 한국농구에 또 한 명의 도전자가 늘었다. 한국여자농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박지현(24)이다. FA자격을 얻어 특급대우가 보장된 상황에서 우리은행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호주(NBL1)를 거쳐 뉴질랜드(타우이히 바스켓볼 아우테아로어) 토코마나와 퀸즈에서 다시 새 출발에 나섰다. 비단길을 놔두고 자처한 가시밭길이지만 “지금이 이런 경험을 쌓을 시기”라며 밝게 웃는 박지현을 아시아 태평양 여자농구 챌린지(AWBC)가 열린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만나봤다.

잠결에 만난 팀 동료들
Q. 이곳(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처음에 누가 반겨주던가?
A. 저는 26일에 오고 팀은 27일에 왔어요. 그래서 호텔(미션힐스호텔)에 도착했을 때 대회에서 퀸즈 담당을 하는 제니퍼라는 분이 나왔어요.

Q. 그럼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는 언제 만난건가?
A. 선수들이 2인 1실로 방을 쓰거든요. 아침에 자고 있었는데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라고요. 룸메이트(알라나 패웨이)였어요. 그게 팀메이트와의 첫 번째 만남이에요. 잠결에 만난거죠. 하하.

Q. 굉장히 어색하게 만남이었을 것 같다.
A. 모르는 사람을 방에서 잠결에 만났으니... 좀 그랬죠(웃음). 근데 지금은 3일 같이 있었다고 확실히 룸메이트라 그런지 잘 챙겨주고 말이 조금씩 통하기도 하고 재밌어요.

Q. 다른 팀 동료들은 운동시간에 처음 본건가?
A. 아침식사 하러 식당에 내려가서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한번씩 잘왔다고 안아주시더라고요(웃음). 아침잠에서 덜깬 채로 만났는데, 이게 꿈인가 뭔가 하면서...ㅋㅋㅋㅋ 그러면서 잠이 확깼어요. 하하.

Q. 이것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다. 팀에 합류해서 만난게 아니라 전지훈련지에서 팀을 처음만난거니까.
A. 맞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이틀 운동을 해보니 호주 팀(뱅크스타운)이랑은 또 다른 것 같아요. 뱅크스타운은 개인적인 면이 많았는데 동료들과 호텔에서 같이 밥먹고 생활하고 운동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적응하기도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Q. 팀 운동은 어떤가? 얼마해보지 않았지만.
A. 한번 운동해서 맞춰보고 경기(28일 서대문구청 전)를 뛴거에요. 여기 오기 전에 감독님(타니아 투푸)이 시즌 때 사용할 패턴이나 운동을 영상자료로 다 보내주셨어요. 그걸 보고 숙지해간 부분이 있어서 크게 어려운건 없었어요.

Q. 첫 훈련 때 이미 패턴 시그널을 했던게 미리 영상을 봐서 그런 것이었나?
A. 맞아요. 영상을 보고 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첫 경기여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선수들 각자 성향이 뚜렷해서 맞춰나가다 보면 잘 될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의사소통(영어)이 계속 문제가 되지는 않겠는가?
A. 호주에 있을 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오히려 운동이나 경기 외적인 부분은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경기할 때 문제가 있었어요. 급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말을 해야하는데 전달을 못하니까 너무 답답했어요. 근데 서대문구청과 경기하는데 괜찮더라고요. 동료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영어가 늘은건지 동료들이 잘 받아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 의사소통이 나아진걸 느꼈어요. 패턴플레이를 숙지하기도 했고 그 플레이 안에서 하는 팀이고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게되서 괜찮았아요. 호주에 다녀온 경험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는 걸 느꼈어요.

Q. 영어 과외는 생각해봤는가?
A. 한국에서는 계속했었어요. 외국나가서는 그게 쉽지않은데, 과외를 받기보다는 생활하면서 영어를 익혀나가려고요. 지금 제 과외선생님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동료들이 다 자기가 알려주겠다고... 하하. 그 말 자체도 너무 고마워요. 팀에 아르헨티나 선수(플로렌시아 차가스)는 이 팀에서 두 번째 시즌이래요. 영어를 너무 잘해서 물어봤어요. 원래 영어 이렇게 잘했느냐고. 근데 처음 왔을 때 ‘hello’ 밖에 못했대요. 처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인사만 했는데 생활하면서 공부를 하다가 늘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다보면 잘 할수 있다고 조언해주더라고요.

"FA제도에 대한 불만이요? 제가요?" 

Q. 해외 생활이 구체화 된건 언제쯤 부터인가?
A. 어릴 때부터 생각했었고 프로에서도 늘 해외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위성우 감독님도 매년 얘기를 하셨어요. 우리은행 입단하고 3년 차까지는 제가 먼저 감독님께 얘기를 계속했는데 감독님은 WKBL에서 좀 더 잘하고 나가길 바라셨던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생각이 작아졌던 시기도 있었어요. 4, 5년차에는 오히려 감독님이 ‘잘해서 너 말대로 해외도 나가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야기하셨어요. 그때 조금 더 다시 생각했던 계기가 됐어요. 매년 대표팀으로 국제대회를 나가면서 잘 안 풀리거나 플레이가 안 좋았을 때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언제 나가야 할까’ 생각을 해봤을 때 그래도 제가 우리은행과 5년 계약이 되어 있으니 그게 끝날 때가 맞는 시기라고 느꼈어요. 나이도 경험을 쌓아가기에 딱 적당한 것 같았고요.

Q. 쉽지 않은 결정이다. 생활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안정적인 삶을 두고 험난한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원동력이 있나?
A. 해외 생활이 힘든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온 만큼 제 마음가짐 면에서는 이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포기한 부분만큼 해외를 나갔을 때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았고요. 당장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뭐냐고 생각했을 때 돈, 안정적인 삶보다는 도전해서 경험도 많이 쌓고 그만큼 나중에 따라오는 부분도 있을 거에요. 지금의 저에게는 이런 경험을 쌓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Q. 재계약을 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간다고 했을 때 현재 WKBL FA제도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인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는데?
A. (깜짝 놀라며)제가요?

Q. 그런게 전혀 아니었나?
A. 아...저는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FA제도에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그거 때문에 나온건 아니고 제가 생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런 것 뿐이에요. 근데, 그렇게 보였을 수는 있겠네요.


"위성우 감독님, 진짜 좋은 감독님"
Q. 우리은행의 운동량이 워낙 많은 편이다. 위성우 감독 체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A. 그것도 아니었어요. 이미 겪은 만큼 겪은걸요. 오히려 지금은 팀 훈련에서는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이유로 나오고 싶다고 생각한건 전혀 없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나오면 제 결정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었겠죠. 제가 나아가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나온 거고, 그런 부분에서의 결정은 전혀 아니에요.

Q. 사실 지금 박지현을 가족만큼 걱정하는 것은 위성우 감독인데.
A. 진짜요? 왜요?

Q. 이왕 나간거면 좋은 리그에서 뛰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고생길이 보이니까 걱정을 하지않나 싶다.
A. 어떻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갈 수는 있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우리은행 나와서 다른 팀에서 뛰다보니 위성우 감독님이 진짜 좋은 감독님이고 잘 가르쳐주시는 분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체계적이고 정말 꼼꼼하게 가르쳐주셨거든요. 해외 나와서는 철저하게 선수 개인이 해야하니까 ‘내가 진짜 좋은 감독님에게서 운동을 배웠구나’하고 생각을 해요.

Q. 우리은행에서 나오고 혼자 운동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A. 이것도 다 경험이더라고요. 우리은행은 체계적으로 훈련을 잘하는 팀이잖아요. 호주가기 전에 혼자 운동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해야 내게 맞는지를 알아가는 것 자체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호주가서 뛸 때 몸이 안되어 있어서 너무 힘든거에요. 호주가기 전 상황을 한번 겪어보니 이번에는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면서 준비해야할지 좀 알겠더라고요. 성균관대에서 같이 팀 훈련도 했고 대표팀 트레이너했던 송형철 선생님이랑 신주영 선생님이 웨이트 트레이닝면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지금은 아픈데도 없고 관리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레이업 센터에서도 많이 도와주셨고 우건영 선생님 도움도 받았어요. 스킬팩토리에서는 혼자 운동하는걸 알고는 운동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제게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재계약 대신 외국을 나간다고 할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오빠(박지원)는 응원을 많이 해줬는데 아빠가 많이 걱정을 하셨어요. 나가서 혼자 생활해야하고 이겨내야하니까 걱정이 되셨나봐요. 엄마도 최근에 일을 시작하셔서 뉴질랜드에 같이 갈수 있는 상황이 안되서 미안해 하시고...그래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Q. 농구선수로서 발전하기 위해서 WKBL보다는 다른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나?
A. 돈 문제를 떠나서 농구로만 생각해도 WKBL에서는 제가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리그에서 조금 자리를 잡았고 편하게 농구를 하는 시기였으니까요. 이럴 때 안이하게 있는게 싫었고 제 정체성도 좀 찾고 싶었어요. WKBL에서는 제가 큰 편이다보니 가드를 하면서도 센터까지 소화를 할 때가 있었거든요. 대표팀에서도 가드가 많으니까 4번(파워포워드)을 맡았고요. 다양한 포지션을 할수 있다는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한 가지 포지션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 제 딜레마였어요. 호주나 지금 팀(퀸즈)에서도 제가 가드로 뛸 때는 좀 큰 편이니까 작은 선수들을 안에서 괴롭힌다던지 그런 장점을 가져가면서 포지션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Q.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좋은 리그로 나가는 꿈을 이루려는 건데 한번에 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도전을 해볼 생각인가?
A. 유럽에 간다고 해도 거기에 한번 갔다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게 아니어서 ‘언제까지 할거다’라는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에요. 도전할 수 있는 나이기이도 하고 경험을 쌓아야 될 시기여서 나온거니까 그래도 20대 동안은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Q. 해외리그 경기도 좀 봐왔나?
A. 어릴때는 WNBA를 바라봤던 거니까 WNBA 경기는 챙겨봤어요. 이쪽(유럽)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호주나 유럽 경기들에 관심이 생겨서 이제 관심이 생겼어요.

Q. WNBA도 생각은 하고 있는가?
A.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예전 같았으면 WNBA만 바라봤을텐데 지금은 그걸 바라보고 나온건 아니에요. 이번에 WNBA 팀에 합류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았더라도 저는 지금 이 길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인터뷰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WNBA는 가서 보여줘야하는 리그잖아요. 지금 제가 쌓고 싶은 경험은 해외 생활을 하고 팀에 적응하면서 단계별로 시행착오를 이겨나가는 것이에요. 뭔갈 보여준다기 보다는. 경험을 잘 쌓아서 나중에 진짜 제 기량에 자신감이 생기고 준비가 됐을 때 그때 기회가 닿는다면 WNBA로 가고 싶어요.

Q. 이제 외로움과의 싸움인데, 호주에서는 어떻게 이겨냈나?
A. 해외니까 혼자 뭘 할수 있는게 없어요. 어디를 놀러다닐 상황이 아니기도 했고... 그냥 쉬는 날에도 체육관나가서 농구하고 웨이트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다행히 호주에서는 아는 한국 분이 계셔서 편하게 그분 댁에가서 저녁먹고 영화보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잘 갔어요. 근데 호주갈 때는 사실 별 걱정이 없었어요. 호주리그 일정이 짧기도 했고. 긴 전지훈련 간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뉴질랜드도 길지는 않고 다른팀 오퍼 받아서 갈수도 있는거지만, 이번에는 ‘아, 외로울 수 있겠다’ 생각은 들어요. 근데 뭐, 그것도 경험이니까 다 느껴보고 올게요.

Q. 해외생활을 오랫동안 하고있는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 친구와의 시간을 포기했다며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A. (이)현중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걸 느꼈을지 궁금해요. 친구거든요. 어릴 때도 자주봤고 NBA 국경없는 농구 캠프갈 때도 현중이가 남자, 제가 여자대표로 같이 갔었어요. 걔는 이미 NBA아카데이에 소속이어서 저를 많이 도와줬었어요. 현중이를 보면서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현중이가 제게 영향을 준 것처럼 저의 도전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을 줬으면해요.


Q. 꿈을 쫓고 있지만, 올스타 팬투표 1위를 하고 '폼 미친 댕댕이'로 인기가 한창 높았는데, WKBL을 떠나면서 팬들과 멀어지는 부분은 좀 아쉽지 않겠나?

A. 너무 아쉽죠. 팬들의 사랑이 너무 그리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계속 응원해주세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농구하고 올스타 팬투표 1위도 했어요. 그런 응원과 사랑을 받았던 덕분에 어딜가든 더 자신있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팬 여러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사진제공=리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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