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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염경엽 감독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 기용법을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1차전 2이닝, 2차전 1⅔이닝을 던졌다. 염 감독은 2차전 종료 후 에르난데스의 3차전 등판은 없을 거라고 했다. 남은 가을야구 그를 건강하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성, 유영찬 외에 마땅한 필승조 자원이 없는 탓에 에르난데스를 가을야구에서 전격 불펜으로 돌린 염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도 에르난데스 얘기가 나오자 “감독은 당연히 쓰고 싶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4차전과 5차전이 있기에 참겠다. 오늘 어설프게 잘못쓰면 4, 5차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3번을 이기는게 중요하다. 99% 참을 거다. 정규이닝에서는 나갈 일 없다. 나머지 1%는 연장 승부가 이어졌는데, 정말 이길 수 있는 상황이면 그 때 선수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던지게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는 3차전 9회 나왔다. ⅔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물론 공은 4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9회 안에는 절대 에르난데스를 투입하지 않겠다던 염 감독은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한 상황이 됐다.

LG 마무리는 유영찬이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했다. 발인을 하느라 1차전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가을야구를 길게 끌고가려면 유영찬을 써야 한다. 그를 살려야 한다. 그렇게 3차전 3점차에서 투입했는데, 배정대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버렸다.

유영찬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경기를 패하면 치명타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에르난데스를 호출했다. 김진성이라는 베테랑 불펜도 있지만, 김진성의 역할은 마무리 앞이다. 에르난데스가 던질 수 있다면, 에르난데스를 마지막에 쓰는 게 맞았다.

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는 연막 작전이었나“라고 묻자 “사실상 연장전 같은 상황 아니었느냐“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염 감독은 “9회 유영찬을 올리는데, 뭔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에르난데스도 바로 같이 준비시켰다. 내 예감대로 그런(좋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기 전 캐치볼을 해보니 팔 상태가 괜찮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기는 상황이면 기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에는 투입 의지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염 감독 계산에는 이미 박빙 상황 에르난데스 카드가 있었던 것이다.

의도적인 연막 작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어찌됐든 염 감독은 약속을 어기고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 승부에서는 이런 감독의 기지와 선택이 결과를 바꾼다.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의 4차전 등판 여부에 대해 “이길 수 있는 상황이면 나간다. 그래서 이기게 되면 3일을 쉴 수 있지 않나. 꼭 이길 수 있는 상황, 세이브 상황에만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부진한 유영찬에 대해 “유영찬이 8회 먼저 나가고 마지막에 에르난데스가 나설 수 있다. 두 사람이 같이 세이브 투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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