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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원이라도 '나랏돈'을 쓴다면 국회의 투명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KFA)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KFA를 호출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등이 24일 현안 질의에 출석한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만큼 KFA는 국회에서 성실하게 답변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국회가 KFA를 부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 특히 홍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일그러진 과거가 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전술, 전략, 미래의 담론을 담은 기술적인 전문 파트는 각 스포츠 단체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문체위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의 선수 선발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악수'를 뒀다. 질의 수준은 귀를 의심케 했다. 남은 것은 단 하나, 발언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한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안타까운 탄식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감독직에서 전격 하차했다.

KFA도 사실 우려했다. 이달 초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첫 발을 뗀 홍 감독은 다음달 A매치 2연전을 지휘해야 한다. 당장 30일에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 4차전에 출전할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한다. KFA는 홍 감독의 불출석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그는 출석을 원했다. 다만 국회에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어 더 걱정스럽다. '혹세무민'하는 일부 유튜버와 '철지난' 에이전트의 '아무말 대잔치'가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명예훼손'은 법적 대응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상식을 넘어선 지 오래다. '팩트'를 이야기해도 마녀사냥에 내몰리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이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하차한 후 약 5개월 만에 홍 감독이 선임됐다. 처음부터 홍 감독으로 방향이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은 당시 전강위를 이끌던 정해성 위원장과의 면담조차 거부했다. 캐나다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제시 마치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이 1, 2순위였다. 그러나 두 사령탑 모두 협상 과정에서 결렬됐다. 마치 감독은 세금 문제,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축구협회와의 계약해지를 KFA에 떠넘겨 불발됐다.

감독 선임은 원점에서 재출발했다. 홍 감독이 다시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과 정해성 위원장이 충돌했다. 정 위원장은 1순위로 홍 감독을 보고했지만, 정 회장이 유럽으로 날아가 바그너, 포옛 감독을 직접 면담할 것을 지시했다. 정 회장이 홍 감독의 '뒷배'가 아니라는 건 선임 과정을 정상적으로 취재한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사퇴했고, 일부 전강위원들도 동반 사임했다.

그럼에도 KFA는 감독 선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은 전강위원들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정 위원장의 전권을 위임받는 데 동의했다. 이 이사는 바그너와 포옛 감독을 면담한 후 돌아와 홍 감독을 낙점했다. 줄곧 고사했던 홍 감독은 KFA의 새 '기술 철학'에 설득당했다. 2033년까지 세계 '톱10', 안정적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꿈'을 함께 실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발표 과정에선 아쉬움은 있다. 아무리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강위원들에게는 홍 감독의 선임 사실을 먼저 공지했어야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해명은 납득이 안 된다. 그랬다면 '박주호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 박주호 전강위원이 왜 그렇게 발끈했는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결국 부풀린 '거짓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았고, 눈덩이처럼 불거져 국회까지 오게 됐다.

적어도 스포츠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A대표팀은 찢어져서는 안된다. 국회의 문제 제기는 자료와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런 증거없이 '망신주기'식, '보여주기'식의 일방적인 매도를 해선 안된다. 그러면 또 다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신경써줘야 할 부분은 많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이미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경기가 더 낫다고 지적할 정도로 국내 경기장의 잔디는 최악이다. 잔디는 시도지자체의 시설공단이 대부분 관리하고 있다. 이상 기후 '탓'으로 돌리지만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은 이 정도는 아니다. 문체위의 이성적인 현안 질의를 기대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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