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이 아닌 1년 연장 조항 발동을 준비 중이다. 토트넘은 재계약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트넘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카라박 FK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라운드를 치른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26일 손흥민은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손흥민에게 계약 기간에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지금의 상황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손흥민은 2025년부터 곧바로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타 구단과의 협상에서 손흥민이 합의점에 도달한다면 토트넘은 21세기 최고 레전드 중 한 명인 손흥민을 이적료도 받지 못한 채 자유계약(FA)으로 잃을 수 있는 상황.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는 토트넘은 '레전드' 손흥민과의 재계약이 아닌 계약 1년 연장만 택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관련된 질문에 손흥민은 “우리는 아직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나한테는 매우 명확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대회가 많아서 더욱 신경을 쓰고 싶다“며 토트넘으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하고 대답했다.

손흥민은 최근 진행된 토트넘 팬 포럼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도 “아직 아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는 조항을 발동할 예정이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만료되지만 클럽은 계약을 1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행사할 것이다. 이번 연장을 통해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합류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11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있어서는 토트넘의 선택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21년 7월 손흥민은 토트넘이 정말 어려운 순간에 자신의 전성기를 바치겠다며 4+1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때 재계약을 체결한 후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달성했으며 이제는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주장이라는 역할을 도맡고 있는 중이다.

이런 손흥민을 위해서라도,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헌신한 레전드를 위해서라도 좋은 재계약 조건을 제시할 법하지만 역시나 토트넘은 토트넘이다. 30대가 넘어간 선수에게 매우 까다롭게 재계약을 제안하기로 유명한 토트넘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손흥민과 함께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대부분 30대 초중반을 전후로 토트넘을 떠났던 이유기도 하다. 30대 이상 선수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더 많은 돈을 원하거나 더 긴 계약을 바란다. 하지만 토트넘은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느 것도 제안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1992년생으로 손흥민의 나이가 32살이기에 토트넘으로서는 좋은 대우와 함께 장기 계약을 맺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하다가는 악성 계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손흥민의 경기력이 여전히 토트넘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걸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1년 연장 조항 발동을 택했다.

연봉을 조금 더 올려주면서 토트넘 역사상 최고 대우를 보장해주면서 2+1년 계약 정도를 제시해준다면 충성심이 강한 손흥민이라면 충분히 수락해줄 가능성이 높은데, 토트넘은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토트넘의 장기적인 미래 계획안에 손흥민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손흥민 스스로도 구단에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손흥민은 역시나 프로였다. 그는 “나는 이 상황과 올해에만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나는 단지 이 클럽의 모든 사람들, 이 선수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고 싶다. 그것이 내가 뛰는 이유다“라며 팀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모든 것을 바친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 나는 여전히 클럽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계약 기간 동안은 모든 걸 바치고 싶다“며 토트넘과의 계약이 맺어진 상황에서는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걸 팬들 앞에서 다짐했다.

최선을 다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이루고 싶은 건 우승이었다. 커리어에 프로 구단 우승 이력이 없는 손흥민에게는 정말로 절실한 꿈이다.

손흥민은 “꿈이다. 이건 숨길 수 없다. 우리가 바로 그 목표를 위해 훈련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우승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큰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말로 힘든 대회가 될 것이다. 경기 수도 많고 이동도 많이 해야 해서 더욱 힘들 것이다. 우리는 준비를 잘 하고, 이 대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로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이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토트넘과 손흥민의 계약서에 존재하는 1년 연장 조항을 두고 손흥민과 토트넘의 합의해야지만 발동될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1년 연장 조항의 결정권자는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이 1년 연장 조항을 택했지만 손흥민의 미래에 대한 추측은 내년 이맘때쯤에 다시 붉어질 전망이다. 토트넘이 계약을 1년 연장하는 걸 택했기 때문에 2026년이 됐을 때 손흥민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2025~2026시즌에 접어들고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손흥민이 재계약을 미룰 수도 있다. 곧 FA로 풀리는 상황에서 다른 구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본 뒤에 토트넘과의 재계약을 고민해도 된다.

2026~2027시즌이면 손흥민도 34살이다. 정말 커리어의 마지막 구간에 진입하는 셈이다. 그 안에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손흥민이 마지막까지 토트넘을 위해서 뛰고 은퇴하는 것이 정말로 이쁜 그림일 것이다.

하지만 2025~2026시즌 안에도 토트넘에서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손흥민도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같은 선수들처럼 우승을 위해서 토트넘을 떠나는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토트넘은 1년 계약 연장 조항을 발동하기 전에 구단 최고 레전드를 FA로 잃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