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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충격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탈락.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대인배였다.

충격과 실망감이 컸을테지만 아쉬운 티 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팀과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

'캡틴' 구자욱은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승환 선배께서 먼저 연락이 오셨다. 먼저 연락 하셔서 '플레이오프를 못 가게 됐는데, 팀을 잘 이끌고, 한번 재밌게 해보라'고 하셨다“고 대선배의 한마디 당부를 전했다.

3년 전이던 2021년. 당시 플레이오프 선착했던 삼성은 3전 2선승으로 단축된 시리즈 제도 하에 두산에 2연패를 당하면서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이었다.

구자욱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며 애써 잊고 싶은 마음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번에는 주장으로서 팀을 3년 전과 다른 결과로 이끌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란 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아등바등할 수록 꼬이기 일쑤다.

그래서 반대로 채우기보다 비우려 노력중이다.

“'우리는 이미 이겼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기회가 된다면 결과에 크게 집착하지 말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똑같이 하면 되는데 뭔가 더 하려고 하면 아쉬움도 더 크고 하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면 지금까지 저희가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을 비우려고 마인드컨트롤 중이고요.“

'왕조시절' 무려 5차례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살아있는 전설 오승환.

산전수전 다 겪은 듬직한 선배가 긴장되는 가을야구 덕아웃에 없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경험에서 우러난 그 한마디 조언이 가슴에 콕 박혔다.

“오승환 선배 말씀을 듣고 뭔가 되게 '아, 그래 더 재미있게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오승환의 마음은 언제나 정상에 도전하는 라이온즈 선수단과 함께 있다. 험난한 여정일 수록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가야 멀리까지 가볼 수 있다.

이 평범한 원리를 이미 깨우친 선배의 한마디가 캡틴의 마음 속에 스며들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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