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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올림픽 남자농구에서 가장 빛난 미국 선수는 단연 르브론 제임스(40‧206cm), 스테판 커리(36‧188cm), 케빈 듀란트(36‧211cm)였다. 많은 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 만으로도 대단한데 한술 더 떠 최고의 활약을 펼쳐 보이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활약상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들은 NBA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점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는 당연히 꽤나 내려와 있는 상태이지만 한팀의 주전을 넘어 에이스급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나이를 고려하면 은퇴 얘기까지 나올만도 하지만 이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은 한창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여전히 커리를 중심으로 팀 플랜을 짜고 있으며 듀란트 또한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득점 머신을 언급할 때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다.


르브론은 불혹의 나이에 올림픽에 참여해 남자농구 MVP에 선정됐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데 기자들은 한술 더 떠 '다음 올림픽도 참가 가능하냐?'는 질문까지 해댔다. 언뜻 말이 안되는 듯 보이지만 언론도 팬들도 나름 진지하다. 다름아닌 르브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릅커듀 셋은 21세기 미국 농구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월은 영원하지 않다. 이들이 아무리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나 다음 세대 스타를 준비해야하는 것은 맞다. 천년 만년 이들이 해줄 것도 아니고 세대교체라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 농구가 앞으로도 쭉 강호의 면모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릅커듀의 뒤를 이을만한 미국 스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리그를 호령하고있는 최상위권 선수들로는 니콜라 요키치(29‧211cm), 조엘 엠비드(30‧213cm), 루카 돈치치(25‧201cm), 야니스 아데토쿤보(30‧213cm)의 ‘요엠돈쿰‘이 있다. 아쉽게도 이들 중에 순수 미국인 스타는 없다.


요키치는 세르비아, 돈치치는 슬로베니아, 아데토쿤보는 그리스 출신이다. 엠비드같은 경우 이번에 미국 대표팀에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미국 국적 이전에 카메룬 출생이며 프랑스 국적까지 먼저 취득한바 있다. 차세대 최고 스타 0순위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빅터 웸반야마(20‧223.5cm) 또한 프랑스인이다.


‘미국 비미국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세계화를 표방한다면 다양한 국적의 스타들이 경합하는게 훨씬 낫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NBA가 오래전부터 추구하는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적의 스타가 필요하다. 자국 스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해당 국가의 NBA인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당장 한국으로만 예를 들어봐도 NBA가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국내 선수가 그곳에서 1~2명만 뛸 수 있어도 인기는 한층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현재 NBA는 철저히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센터다. 그런만큼 미국 출신 슈퍼스타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최선은 미국의 슈퍼스타와 해외파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구도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해외파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친근한 외모의 젊은 에이스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에게 ‘제2의 조던’이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까지 쓰며 밀어주려고 애쓰는 것을 비롯 듀크대 진학 예정인 백인 유망주 쿠퍼 플래그(18‧206cm)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든 릅커듀를 이을 미국인 스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아쉬운 두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자이언 윌리엄슨(24‧198cm)와 자 모란트(25‧188cm)다. 2019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 2순위로 지명된 그들은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해 차세대 미국인 슈퍼스타로 큰 기대를 모았다. 나이도 한창 젊은지라 무난하게 성장했다면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어 한몫 크게 거들었을 공산이 크다.


윌리엄슨은 육중한 몸으로 코트를 날아다니며 파워 플라잉 농구를 펼쳤던 찰스 바클리를 연상시킨다. 빅맨으로서는 언더사이즈에 공격옵션도 단순한 편이지만 힘과 운동능력으로 단점을 상쇄시켜버린다. 겹겹이 쌓여있는 수비수들을 몸싸움으로 밀쳐내며 골밑으로 파고 들어가는가 하면 어지간한 충격 정도는 돌덩이같은 몸으로 퉁겨낸다.

거기에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닌 순발력, 탄력에 센스까지, 골밑에서 싸워줄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득달같이 포스트로 달려들어 덩크슛, 더블클러치 등을 통해 득점을 올리고 리바운드 쟁탈전에 능한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외곽까지 따라나가 블록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의외의(?) 기동력까지 겸비했다.


운동능력, 농구센스 등에서도 상위클래스 플레이어다. 하지만 지나친 과체중과 그로인한 크고 작은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단 코트에 나서기만하면 위력은 의심할바없지만 그게 쉽지않다. 힘세고 강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만약 자기 관리와 튼튼한 몸을 갖추게 된다면 차세대 미국 슈퍼스타 0순위라고해도 무리가 없다.


미국의 젊은 흑인 선수들 중에는 강력한 운동능력을 지닌 화려한 플레이어가 많다. 질과 양적으로 마르지않는 샘물이라고봐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그중에서도 모란트는 군계일학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몸을 부양시키는 장치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탄력 자체가 땅을 박차는 느낌이 아니라 천장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것 같다. 코트에서 혼자 와이어 액션을 한다’는 극찬을 받고있을만큼 야수 위의 야수로 평가받고 있다.

매 게임 하이라이트를 보여줄 정도로 플레이 자체가 화려하다. 본인의 실력에 자신감이 넘치는지라 상대 빅맨이 버티고있어도 기회다싶으면 망설임없이 '인유어 페이스 덩크'를 찍어버린다. 거기에 더해 좋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게임에도 능하다. 단순히 자신의 돌파능력를 앞세워 야생마처럼 날뛰기만 하는 것이 아닌 돌파 후 킥 아웃, 빈 공간을 보고 찔러주는 패스 등도 일품이다. 경기력만 놓고보면 흠잡을데가 없다.


문제는 코트밖 생활이다. 총기 소지 혐의, 총기 소지 SNS 영상 논란 등 총기로 인한 적지않은 물의를 일으켰고 이런 부분이 슈퍼스타로서의 도약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둘은 여전히 젊다.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일찌감치 오픈된만큼 본인들이 멘탈을 잡고 성실성을 더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재도약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팬들은 ‘날으는 냉장고’와 ‘액션 야수’가 제대로 리그 하늘을 휘젓고 다니기를 바란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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